연재 중 blue 04화

초록색 빌라

by 동글이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정확히는 우리 집이었다. 언덕 위 빌라 4층에 있던 집에서 나는 4년 정도 살았다. 거실과 부엌이 연결되어 있고, 화장실이 있고, 방이 2개 있던, 크지도 작지도 않았던 우리의 첫 집이었다. 화장실에서 빨래를 하던 엄마의 뒷모습과 게임을 하고 있던 아빠의 모습 그리고 그들을 관찰자처럼 쳐다보는 어린 내가 남아있다.

창문이 있던 화장실은 종종 추웠고, 베란다가 있던 거실은 따듯했고, 거실과 부엌 가운데에 있던 현관문은 공간을 나누는 지표가 되었다. 가계부를 쓰고 있는 엄마를 보고, 설거지를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보라색 감기약을 들고 있는 엄마를 보고, 열쇠로 현관문을 여는 엄마를 보고, 언제나 나는 누군가를 보고 있었다. 동시에 궁금했다. 엄마가 방에서 잠깐 나간 사이에 나는 호기심에 열쇠를 잡고 콘센트에 꽂아 넣었다. 스파크가 팍 튀면서 손에 화상을 입었지만 아팠던 기억보다는 혼나지 않으려고 다친 손바닥을 숨기기 위해 꽉 움켜쥐던 그 고집이 생각났다. 그 누구도 꺾지 못했던 고집 때문에 간호사도 포기하고 나를 재워서 손바닥을 확인했다고 엄마한테 들었다. 나에게는 고집이 있었다. 분명히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잃어버렸다. 왜 잃어버렸을까.


우리 집 옆 동에 똑같이 생긴 건물이 있었다. 그곳에는 작은집이 있었고, 내가 울면 옆동에 사는 작은엄마 귀에까지 들렸다. 그렇게 나는 울보에 고집에 키우기 힘든 아이였다. 이유식을 잘 안 먹어서 딸기 한 입 먹이고 이유식을 먹여야 했고, 잠을 잘 안 자서 잠깐 한두 시간 자고 일어나서 밥 달라고 울고 한 시간 동안 분유를 먹이고 다시 잠들고 다시 깨고, 놀러 온 할머니가 집에 가시면 가지 말라고 계속 울었다고 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참 키우기 힘든 아이였지만, 엄마는 그래도 참 예뻤다고 말했다. 그러면 나는 항상 '지금은 어떤데?'라고 물어봤고 엄마는 대답을 회피했다. 여전히 엄마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고, 여전히 나는 그런 엄마를 바라봤다. 어릴 때는 아빠를 닮았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점점 엄마를 닮아갔다. 가끔 빌라에 살던 집이 생각난다고 말하면, 나중에 한 번 다시 그 집을 찾아가지 않았냐고 말하면, 엄마는 반짝이는 눈빛으로 기억이 나냐고 신나 하며 그 시절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아파트로 이사 간 이후에 그 집에 한 번 갔었다. 엄마와 아빠랑 갔던 그 집에는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었고, 우리는 추억에 잠기며 집을 구경했다. 익숙하지만 같지 않았던 우리의 첫 집은 지나간 여름이 되었다. 모든 게 처음이라서 더 풋풋하고 필름 같던 그 시절은 사진 몇 장으로만 남아있고, 가을처럼 풍족해진 지금은 조금씩 다가오는 겨울을 때로는 부정하며 때로는 인정하며 천천히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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