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굴로 감싸진 여름의 이야기,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얼음이 동동 떠다니고, 나란히 놓인 단새우와 파가 올려진 냉모밀, 오늘은 한적한 오후입니다.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적고 골목에서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며 근처를 왔다 갔다 걸어 다니는 우리들, 그 건너편에 있는 오래된 건물의 단면을 쳐다봅니다. 낡고 먼지로 뒤덮인 창문과 붉은 벽돌 틈새 사이에 자라난 초록빛의 덩굴들이 조화롭게 있는 이곳은 생명력이 살아있는 비밀의 아지트였고, 그 밑에는 지하와 연결되는 내리막길이 있습니다. 전생과 연민이 담겨 있는 불상이 있는 이상한 카페에서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 흘러나왔고, 우리는 운명처럼 그곳에 닿았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문과 어두운 간판이 있는 문 앞에서 혼란을 느끼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순간 여름은 지나갔고, 우리의 차례가 왔습니다.
다시 찾아가는 길, 그리움에 따라 기억을 더듬더듬 따라갑니다. 굳게 닫힌 식당 앞에서 다시 한번 건너편 골목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니면 또다시 열리는 오후, 우리는 다시 그 밑으로 내려갑니다. 아무 냄새도 감각도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혼자 반짝이는 이상한 카페가 보였고, 이번에는 살며시 열려있는 문틈 사이로 들어갔습니다. 뒤돌아 있는 불상과 따듯한 전구로 가득한 카페 안에서 우리는 에그타르트 하나를 시키며 또다시 여름을 기다립니다. 흘러내리는 크림을 쳐다보며 잠깐의 시간을 보냈고, 계단을 타고 올라오는 순간 그곳은 또다시 닫혔습니다. 우산을 놓고 왔다는 사실도 잊어버린 채 지나가버린 하루는 덩굴잎이 되어 벽돌을 뒤덮는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점심시간에 나란히 줄을 서는 직장인과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부대찌개를 파는 식당이 보이는 전경 속에서 가만히 창가를 바라보는 아이가 있습니다. 건너편에는 빵을 파는 카페가 있고 그 건너편에는 똑같이 생긴 건물이 있는 무난한 풍경들과 비슷한 옷차림의 사람들 사이에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오후에 문뜩 떠오르는 물컹하고 부드러운 식감, 그것은 바로 에그타르트였습니다. 그리운 마음으로 퇴근 후 찾아간 카페에는 소란한 소리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모두가 찾아오는 이상하지도 특이하지도 않은 이곳에서 더 이상 여름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쳤던 비가 다시 오고 친절한 카페 주인은 우산을 빌려줍니다. 우산을 쓰고 지나가는 골목에는 새롭게 오픈하는 술집들이 가득했고, 이곳은 이제 유쾌함과 불빛이 가득한 활기찬 공간이 되었습니다. 축축한 공기로 가득한 밤에 미지근한 맥주를 마시며 더위가 지나간 가을이 오기를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