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요~~~
요양원으로 가기 전, 의사 선생님은 “어르신은 몇 개월 못 사실 거예요! 마음 단단히 먹고 준비하세요!”라고 말했다.
우리 형제 모두도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래서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의논까지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우리 모두의 예상을 깨고 엄마는 요양원에서 날로 날로 좋아졌다.
가끔 깜박깜박할 때도 있었지만 예전 엄마의 기개로 돌아왔다.
비록 기저귀를 차고 휠체어 생활을 하긴 했지만 장터에서 갈고닦은 굵직한 목소리로 요양원이 떠내려 갈 정도로 호령호령을 하기도 하고 노래도 불렀다.
비록 집은 아니었지만 엄마가 낯선 그곳에서 잘 생활해 가는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요양원에 들어가서 얼마 동안은 의심의 눈초리를 놓지 않고 모두를 적대시했다.
“나를 죽이려고 저것들이 밥에 독약을 탔어! 약도 독약이야! 못된 것들...”이라 하며 밥도 약도 먹지 않은 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마치 어린 딸이 엄마에게 고자질하는 것처럼 엄마는 누가 듣을세라 내 귀에 대고 속삭였다.
“엄마, 아니야! 이곳에 계신 분들 얼마나 좋은데...”
“네가 몰라서 그래! 나를 죽이려고 해!”
아무리 달래고 달래도 소용없는 일이었다.
결국 시간이 해결해 주었다.
의심이 사라진 엄마는 요양원에서 아주 잘 지냈다.
잘 지낸 정도가 아니라 일명 모범생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드리고, 아침 체조를 한 뒤 아침 식사를 했다.
아주 아프지 않은 한 엄마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이 일들을 소화해 내며 하루를 열었다.
처음 휠체어를 탔을 때 어설펐던 운전도 아주 능수능란하게 잘하며 요양원을 누비며 다녔다.
어떤 날은 찾아가면 바쁘다고 빨리 집으로 가라고 하는 통에 엄마 얼굴만 잠깐 보고 집으로 돌아올 때도 있었다. 어떤 날은 꽃꽂이를 해 놓고는 마치 딸이 엄마에게 으스대며 말하듯이 “어때? 나 잘했지!”라고 칭찬해 달라고 하는 눈치다. “엄마! 정말 잘했어! 엄마가 최고야! 역시 우리 엄마 솜씨는 누구도 못 따라와!”라고 하면 엄마도 기분이 최고인지 힘 있게 “그렇지!”하고 으쓱해했다. 그 모습이 귀엽기까지 했다.
또 어떤 날은 다도를 하며 먹었던 유자차가 너무 맛있다며 사 오라고 부탁하는 날도 있었다. 엄마의 부탁을 받고 어떤 유자차가 맛있을지 고르는 재미도, 또 그것을 마시며 주변 분들한테 자랑삼아 이야기할 엄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다.
어떤 날은 노래 교실에서 요양원이 떠내려가도록 노래를 부르고 있는 엄마, 어떤 날은 어린아이처럼 색연필을 손에 들고 뭔가를 색칠하며 내게 들어 보이는 엄마, 또 어떤 날은 체조 교실에서 운동을 하느라 얘기할 시간이 없다고 하는 엄마... 마치 유치원에 간 딸아이가 잘 적응해 갈 때 그려지는 흐뭇한 미소가 내 입가에서 떠나질 않았다. 어디서나 잘 적응하며 즐겁게 보내는 우리 엄마... 참, 고맙다.
돌아가시기 전날, 119 구급 차량 안에서 엄마는 내게 말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어떻게 알고 나를 이런 곳에 보내 주어,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해!”
“그래, 엄마! 나도 엄마가 너무 고마워~ 잘 적응해 줘서!”
그랬다.
유치원에 잘 적응해 주는 어린 딸처럼 낯선 요양원에서 잘 생활하고 잘 적응해 주는 엄마가 한없이 고마웠다.
* 표지 그림 :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