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꽃
엄마가 감기에 걸렸다는 연락이 왔다.
주섬주섬 옷을 주워 입고 부리나케 엄마가 있는 요양원으로 달려갔다.
이미 병원의 구급차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엄마도 곱게 갈아입고 휠체어에 앉아 내가 올 때만을 기다린 것 같았다.
“엄마~ 괜찮아?”
“응, 괜찮아!”
엄마 얼굴을 보니 그리 많이 아픈 것 같지 않아 다행이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돌아가는 길에 구급차 안에서 엄마와 나는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엄마, 이번 주 토요일에 남편이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야 하니까 밥 잘 먹고 빨리 기운 차려야 해.”
“알았어!”
잠시 숨을 고른 뒤 엄마가 다시 말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어떻게 알고 나를 이런 곳에 보내 주어, 정말 고맙다. 너희들이 있어서 행복해!”
“그래, 엄마! 나도 좋아!”
“너를 안 낳으려고 했는데, 안 낳았으면 어쩔 뻔했을까?’
“그래, 엄마!”
“그때는 아이를 둘만 낳아 기르라고 하던 때였거든.”
“그래, 지금은 너무 안 낳아서 문젠데…”
“그러게 말이야. 너 같은 딸이 얼마나 좋은데…”
“내가 좋아, 엄마?”
“그럼~ 너를 낳았으니 ○○이 같은 사위도 얻었지!”
“그래, 엄마! ○○이가 그렇게 좋아.”
“그럼~. ○○이 같은 애가 어딨니!”
“고맙네, 엄마!”
“네가 더 고맙지!”
시장에서 파 장사를 할 때는 거북의 등만큼이나 거칠었던 엄마의 손이 집안일을 놓으면서 하얗고 부드럽게 변해 갔다.
갑자기 엄마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을 만지며 장난기가 발동을 했다.
“엄마 손 좀 봐! 일을 안 하니까 이렇게 하얗고 부드럽지!”
“그러게… 근데 할 일이 있어야지…”
“그래, 맞아! 엄만 이제 일 안 해도 돼! 그동안 너무 많이 일 했어!”
“그래, 정말 많이 했지. 아, 다음번에 올 때는 마늘 갖고 와. 엄마가 까 줄게.”
“거기서 마늘 까려고?”
“그럼~ 너 힘들잖아! 내가 까 줄 테니 가져와!”
“어~ 알았어, 엄마!”
엄마는 자나 깨나 자식 걱정이다.
엄마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엄마에게 “엄마, 오래오래 사세요!” “엄마, 사랑해!”라고 마음속 깊이 자리한 단어를 꺼냈다.
엄마도 내 눈을 지그시 바라보며 “나도 사랑해, 우리 막내딸!”하고 말했다.
엄마를 가만히 바라보다 한 가닥 빠져나와 있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그러자 엄마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야~ 딸이 내 머리카락을 만져 주니까 기분이 정말 좋은데…”
“그래, 엄마!”
“그래, 아주 좋다!”
엄마는 정말 기분이 좋은지 슬쩍 두 눈을 감고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별 거 아닌 일에 이렇게까지 좋아하는데... 그동안 함께 살면서 이런 소소한 감정들을 나누지 못한 것에 대한 죄송함에 콧날이 시큰해졌다.
“엄마, 빨리 감기 나아요! 이번 토요일 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게!”
“그래, 그러자꾸나!”
잠시 차창 밖을 바라보더니 엄마가 또 입을 열었다.
“나는 정말 복이 많은 것 같아!”
“그래, 엄마?”
“그럼. 너 같은 딸도 있고, ○○이 같은 사위도 있고…”
“또?”
“또 내 뱃속으로 난 자식들이 다 자기 앞가림 잘하고…”
“또?”
“이렇게 좋은 곳에서 잘 지내고… 이만하면 성공한 거야.”
“그래, 맞아! 엄만 성공했어!”
“그렇지!”
“암, 그렇고 말고.”
“엄마! 잘 먹고 감기 빨리 나아요!”
“그래, 알았다. 고맙다!”
“엄마, 모레 만나요!”
“그래, 알았다! 고맙다 고마워! 어서 가서 쉬어!”
“엄마, 약속!”
“그래, 약속!”
새끼손가락 걸고 꼭꼭 약속했다.
토요일 날 만나 외식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