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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재 Mar 22. 2024

'얼굴 케이크' 주세요!

깔깔깔 까르르

오래간만에 가족 모두 시간이 맞아 번개팅을 하기로 했다. 집 근처 예쁜 카페도 좋지만, 노을이 보고 싶어 가족 모두 서해 바다로 가기로 했다.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은 언제나 내 마음을 설레게 한다. 도착도 하기 전에 노을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점심을 후다닥 먹고 노을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카페를 찾았다.

마침 바다가 한눈에 펼쳐지는 멋진 카페를 발견하고는 얼른 자리를 잡았다.

바다만 한 큰 창 가득히 출렁이는 바다가 잔잔하게 담겼다. 내 눈에 그려지는 거대한 바다에 압도되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말을 하기가 싫었다.

그냥 조용히 마음속으로만

‘너무 멋지다~’

‘너무 좋다~’

연신 내뱉을 뿐이다(아마도 밖으로 소리를 내는 순간 왠지 감동이 깨질 것 같았다).

3명 모두 다 아무 말없이 멍하니 바다만을 바라보았다.

.

.

.


“아 참, 우리 음료 주문해야지?”

남편이 정적을 깨고 말했다.

“아…, 우리 주문도 안 했네!”

마치 마술에서 풀린 듯 스르륵 ~ 일어나 카운터로 향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을 주문을 한 뒤돌아서려는데 딸아이가               

“아빠, 나 얼그레이 케이크 한 조각 사 주세요!” 하는 것이다.

남편은 "OK!" 신나게 대답을 하고선 카페 아가씨에게 주문을 했다.


그런데!!!                                                                                          

분명히,

얼굴 케이크가 아닌 얼 그레이 케이크(그림 : 김자민)

딸은 '얼 그레이 케이크'라고 했는데, 남편은 “얼굴 케이크도 주세요!” 하는 것이다.

‘어머! 뭐라고? 얼굴 케이크?!?!?!!’

하도 당당하게 말을 하길래 잠시 헷갈릴 정도였다.

카페 아가씨도 자신의 귀가 의심스러운지 조심스럽게, 아주 정중하게 다시 물었다.

“손님,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아! 얼 굴 케 이 크 주세요!”


남편은 이번에는 잘 들으라는 듯 또렷하게 한 자 한 자 끊어서 친절하게 다시 말했다.


‘얼굴 케이크라고!!!’

딸아이와 나, 카페 아가씨, 여자 셋이 갑자기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무슨 상황인지 파악이 안 돼 불안한 눈길을 서로 주고받았다.

잠시 후, 우리 세 여자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동시에 웃음이 빵! 발사되었다.


“깔깔깔 깔깔깔”

“까르르까르르”


그런데 더 웃긴 건 우리는 가족이라 남편 앞에서 대놓고 웃을 수가 있었지만, 카페 아가씨는 그럴 수가 없었나 보다. 갑자기 뒤를 돌아서서 들리지 않게 웃는 것 같았다. 소리도 내지 못하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키득키득… 키득키득… 웃느라 정신이 없는 것 같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남편은 나와 딸아이에게 눈길을 보내며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듯했다.

“아빠, 얼굴 케이크라고?”

“어! 왜 내가 잘못 말했어?”

“아빠, 얼굴 케이크라고!”

“어!”

“얼굴 케이크… 하하하 하하하”

딸과 나는 배꼽을 잡고 또 웃어댔다.

너무 웃기면 배꼽이 빠질 지경이라더니 정말 너무 웃기니까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

웃음을 머금고 딸아이가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얼굴 케이크가 아니라 얼그레이 케이크! 얼 그 레 이!!!”

“얼굴 케이크가 아니고!!!”

그때서야 사태를 파악한 남편도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 웃고 났는지 카페 아가씨가 뒤돌아서 주문을 다시 받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는 혹시나 카페 아가씨가 민망해할까 봐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그냥 편하게 웃으세요. 우리도 웃기는데… 숨기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웃어요~~~! 우리 같이 웃어요!”

내 말에 카페 아가씨도 또 웃음보가 터져 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세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가 마음 편하게 재미나게 신나게 웃어댔다.


남편도 웃고, 나도 웃고, 딸아이도 웃고,

드넓은 바다도 출렁대며 웃고,

하늘 위 갈매기도 까르륵 웃고,

모두 모두 배꼽 빠지도록 웃었다.


마침 우리를 보러 나온 노을도 볼이 새빨개지도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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