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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nimize Impact Aug 03. 2020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우리 주변의 평범한 기후변화 악당들

1.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우리는 스스로 선량한 시민일 뿐, 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믿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곳곳에서 만난다."


작년에 읽은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지음/창비 출판)'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 책은 무의식 중에 타인을 열등한 존재로 치부하는 언어*를 뱉고도 이를 자각하지 못한 채,

자신은 차별과 거리가 먼 사람이라 자부하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러한 언어*에는 '내가 원래 결정장애가 심해서...', '(성소수자들에게) 사랑하니까 반대한다', '여자들이 원래 수학에 좀 약하지 않나?' 등과 같은 것이 있다)


사실 이 책을 서론으로 가지고 온 이유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이 책이 모순적 언어 배치를 통해, '차별'의 일상성에 대해 운을 띄운 것처럼

우리 주변 곳곳에서 만날  있는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서다.

전 세계에 자연재해가 일어나는 빈도가 급속히 늘어나도,

매해 전례 없는 이상기후를 경험해도

 자각 없이, 변화하려는 노력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이야기다.


다보스(세계경제) 포럼에서 트럼프는 "기후 운동가들의 우울한 묵시록 거부해야"라고 말했다. (뒤에 툰베리 좀 보소)


대개 기후변화부정론자라고 하면 누가 떠오를까?

2019년 실제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해버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나

화석연료 관련 산업에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이익집단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엇이든 불사하는 이러한 '절대적 악인'보다

저마다 평범히 그리고 성실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뜻밖에 자주 만날 확률이  높다.

(요새, 히어로물에서도 절대적 악인/선인이 등장하지 않는 것처럼!)


이런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를 간단히 표현하자면

'기후변화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기후변화는 그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현상'

'심각하다는 거, 어느 정도 들어봤지만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안 들리는데에에에~?


2. 어떻게 무관심은 우리를 위기로 몰아 가는가?

**답변은 '파란하늘, 빨간지구(동아시아/조천호 지음)'를 일부 참고 및 인용하여 재구성하였습니다.


내가 근래 만난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들의 말을 상기해보자면 이렇다.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1.

"기후변화 때문에 인간의 욕망을 자꾸 제한하고, 죄의식을 갖게 하는 건 너무 하지 않아요?

 그리고 기후는 자연스럽게 올라가기도 하는 거잖아요?"


>> 놉!

산업혁명 이후(대부분 화석연료를 막대하게 사용하면서), 지구 평균기온 1도 상승가 상승했다.

지난 1만 년 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4~5도 오른 것으로 치면

산업혁명 이후, 기온은 자연상태보다 20-25배 빠른 속도다!

인류 활동에 의한 지구온실가스 배출량은

1970년~2004년 사이 70%나 증가했고, 이후로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문 1도 오른 것이 별 것 아니라고 느낄 수 있지만,

기후 1도와 날씨 1도는 현저히 다르다.

기후 1도가 장기적 균형 상태라면, 날씨 1도는 단기적 일탈과도 같다('파란 하늘, 빨간지구' 인용).  

36.5도라는 사람의 장기적 균형상태인 체온이 1도만 상승해도 열이 펄펄 끓는 것처럼,

기후는 1도만 상승해도 전체 지구 시스템에 영향을 끼친다.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2.

“기온이 좀 더 올라가도 사람들 다~~~ 적응하고 살아요.

그럼 아프리카 대륙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겠어요?

그런 건 일말 걱정할 필요 없어요.”


>> 놉!

기후변화는 단지, '폭염사회', '더운 날씨'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기후변화는 전례 없는 극한 날씨를 일으킬 수 있고, 그 빈도와 범위, 지역은 각기 모두 다르다.

최근 수십 년간 '100년 빈도 날씨 현상', 즉 통계적으로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날 수 있는, 또는 특정한 연도에 발생할 확률이 1퍼센트인 날씨 현상의 빈도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열대 수렴대에서는 더욱 비가 많이 내리고 건조한 아열대 지방은 더욱 건조해진다.

즉, 지구온난화에서 호우와 가뭄이라는 상반된 극한 기상현상이 동시에 강화되는 것이다. ('파란하늘, 빨간지구' 인용)

고온 건조한 지역인 '호주'에서 2019-2020년 6개월 간 일어난 대형산불,

2020년 7월 마지막 주, 이라크 바그다드 사상 최고치의 51.8도 폭염,

2020년 중국(이재민이 무려 한국 인구수를 넘었다)/일본/한국/인도 및 동/남아시아의 홍수 피해는

모두 같은 해에 일어난 현상이며, 이는 지구온난화와 관계된 것이다.


그래, 한국사회가 설령 아프리카만큼 더워졌지만 그래도 견딘다고 치자.

그렇다면 아프리카에 살던 사람들은?

극한의 폭염/해수면 상승 등으로 더 이상 자국에 머물 수 없는

기후난민의 속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가 괜찮다고, 타인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은 어디서 시작된 걸까?

우리 모두에게 조금 더 확장적/연결적 자아가 필요해 보인다.

2020년 아시아를 강타한 홍수도 기후변화와 관계있다


선량한 기후변화 부정론자 3.

“어차피, 먼 훗날 이야기일 텐데, 나는 아이도 안 낳을 거고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살다가 갈래요”


>> 정말 먼 이야기라 생각하는가?

관측 상, 가장 더운 해 상위 5년은 모두 2010년도 이후에 발생했다.

기후변화는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오존층의 파괴 예방/보호를 위해 제정한 국제협약)에서 인식되기 시작했다.

무려 30년 동안, 일부 과학자, 활동가, 전문가들이 얘기해도

사람들이 무감각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건, 지구가 어느 정도 완충 작용을 했기 때문!


한마디로 말해, 지구가 복원력이 높을 때는,

평형상태 유지하려는 경향 '음의 되먹임(negative feedback)'이 작동된다.


하지만,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으로 자연이 훼손되면서

이제 지구는 거의 한계선에 다다르고 있다.

평형상태를 유지하려는 임계점을 넘어서면, 이제 '양의 되먹임(Positive feedback)'이 시작된다.

이는, 작은 변화의 결과가 다시 원인을 키워 큰 변화를 이뤄낸다는 뜻이다.

쉽게 말해, 예전 같으면 '음의 되먹임'으로 어느 정도 완충이 되던 것들이

완전 반대 상황이 되어, 작은 원인에도 더 큰 변화로 증폭되어 나타난다는 것.

즉, 변화에 가속도가 붙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가 전례 없는 속도로 증폭될 수 있음을 말한다.


아직도 우리에게 시간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다.

변화는 지난 우리가 시간, 우리가 체감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일어날 것이다.


3. 글을 마치며


'적어도 나는 저런 질문은 던지지 않아!'라고 자신을 자부하는가?

그렇다면, 당장 무엇을 실천하고 있는지, 아니면 생각으로만 머물러 있는지 다시 반문해보자.  


기후변화를 늦추고, 어쩔 수 없는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가장 먼저 수행되어야 할 일 중의 하나는

소비사회에서 습관적으로 가지고 있는 우리의 '욕망'과 '성장'의 문제를 바라보는 것.

과거 우리를 '성공적'으로, 하지만 지구를 '파괴적'으로 이끌었던 가치와 시스템에 대해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개개인으로 행동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만한 여러 문구를 인용하며

글을 마친다.


'한나 아렌트'는 그의 대표 저서

'악의 평범성(나치즘을 공조한 핵심인물, '아이히만'의 평범성에 대해 논거한 책)'에서


아이히만이 유대 민족에 대한 증오나 유럽 대륙에 대한 공격심이 아니라,

그저 단순히 출세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자

그 무서운 범죄를 저지른 경위를 방청하고 나서 최종적으로 이렇게 정의했다.


"악이란 시스템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는 대부분 현행 시스템이 초래하는 악폐에 생각이 미치기보다는

그 규칙을 간파하여 제도 안에서 능숙하게 살아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무의식 중에 먼저 생각한다.


-


우리는 세계라는 작품을 제작하는데 공동으로 관여하는 아티스트며,

그렇기에 이 세계를 어떻게 만들고 싶은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하루하루 생활해야 한다는 것이 요제프 보이스의 메시지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야마구치 슈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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