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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냠냠론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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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레 Aug 02. 2023

[냠냠론] 입맛이 같은 사람

일하다가 만난 사람이 나와 너무나도 입맛이 같다.

최근에 일 때문에 만났다가 친해진 사람이 있다.


극 내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내가 새로운 인연을 만난다는 건 쉽지 않다.

성격이 워낙에 내성적이고 낯을 가리는 탓에 그렇다.


그 친구와 업무적으로 이야기하다 가끔 음식 이야기로 빠질 때가 있다.


첫 시작은 햄버거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로 햄버거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뭔가 맛있는 것을 한 번에 먹는 그 느낌을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면 딱히 공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내 기준)


그런데 이 친구는 달랐다.


나와 동일한 이유로 햄버거를 좋아하지 않았다.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인데 비슷한 향기가 나는 사람이었다.


그 뒤로 종종 음식이야기가 주를 이루다가

이제는 대놓고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음식 이야기만 했다.

누가 보면 수요미식회인 줄 알겠다.


카페에 앉아서 먹었던 것,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했다.


무슨 할 이야기가 그렇게 많냐?라고 할 수 있는데.


많더라.


새로 나온 엽기떡볶이 신메뉴부터 시작해서

주로 시켜 먹는 배달음식이 무엇이냐까지 나왔다.


평양냉면을 좋아하는지, 함흥냉면을 좋아하는지.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순대를 먹을 때는 내장을 좋아하는지 순대 쪽을 선호하는지.


만날 때마다 음식이야기로 일이 진행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내게 물었다.


“이렇게 입맛 비슷한 사람은 처음 봤어요.”


나도 놀랐다.


나도 당신 같은 사람은 처음 봤어요.


누구는 연애 얘기로 밤을 새운다던데.

난 진심으로 음식이야기로 밤을 새울 수 있겠더라.


세상에 아직 못 먹어본 것이 얼마나 많고.

먹어본 것이 얼마나 많은데!

할 이야기가 많다.


우리는 먹는 이야기만 한다.


잘 먹고 잘 찾으러 가는 이야기가 소중한데

정말 나와 관심사가 동일한 친구를 만난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도 피곤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니 더 재밌는 사람이지.


그래서 우린 본격적으로 맛집 탐방을 시작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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