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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Nov 19. 2021

업무능력치를 현질할수 있다면...

사고싶다. 

이삼십 대는 그대로 계속 회사 생활을 하고 업무적으로도 미팅을 하고 거의 한 달도 쉬지 못한 채 이어서 쭉 일을 해온 터라 일을 부탁하거나 부탁을 받는 일이 당연했고 브릿지 역할도 가능했다. 그런데 아일랜드에 다녀오면서 별안간 경력이 단절되고 나의 의지와는 다르게 거의 나는 2년이 넘어 이제는 3년을 향해 경력이 단절된 아니 정확이 말하면띄엄띄엄 개울물을 건너듯 이어진 듯 안 이어진 것 같은 묘한 인맥의 틀 안에 놓여 버리다 보니 이제는 인맥은 한 움큼 뽑혀져 버려진 느낌이다.


한 움큼씩 가지고 있던 명함집을 열어봐도 리멤버 앱을 자꾸만 뒤져봐도 선뜻 도움을 요청한 만한 이름도 이제는 흐릿한 기억너머로 이분이 누구였는지도 가물가물한 무조건 가능하다고 부탁을 드릴만한 그런 사이들이 꽤나 사라졌다. 이것들은 그저 명함이라고 불릴 뿐 이제는 나에게는 그저 이름이 적힌 종이가 되었다. 뭐하나 부탁하기도 이제야 오랜만에 다시 연락하기엔 이제는 애매한 사이들이 많아졌다. 경력이 단절된 시간만큼 그 공백은 채워지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아일랜드에 가기 전에는 코로나는 당연히 생각도 하지 않았으며 내가 본연에 하던 일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산업군에서 일을 시작하게 될 거라는 것도 감히 상상하지 못했었다. 레저 관련 산업군에서 마케팅 업무를 10년 넘게 해오다 불현듯 코로나로 업이 다 흔들리니 돌아갈 길이 막막해 본의 아니게 나는 이직의 기간이 길어졌고 물론 지금도 정확히 원하는 일을 시작하지는 못한 채 마케팅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살짝 발을 넣은 채 일을 시작하고 있는 중이지만 이 코로나 시대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었지만 특히나 나에게 나의 삶에게는 정말 큰 변화를 안겨다 준 것은 사실이다. 


삼십 대의 이직이 나에게는 마지막이었으니 그땐 이직하는 것이 사람과의 관계를 관리한다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몰랐었다. 서른넷이 나에게 마지막 이직이었고 서른아홉에 퇴사를 했으니 서른넷이 가지고 있던 상황이  마흔이 되면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땐 인지하지 못했다. 마흔이라는 나이보다는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평이한 논리만이 머릿속에 있었을 뿐이었다. 호기롭게 마흔에도 삼십 대의 그때처럼 이직을 해서 나는 일을 하고 있는 게 당연한 거다 생각했었다. 그건 그냥 내 생각이었뿐 세상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인사담당자들 눈에 나는 마흔에 2년이나 경력이 단절되어있는 구직자였다. 더구나 같은 산업군도 아닌 마케팅이라는 글자를 빼면 업력은 경험치가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니 나의 구직은 미궁 속으로 빠진 듯 나는 구직 중이라는 팻말을 때지 못했었다. 핀테크 업계, 모빌리티 업계, 플랫폼 등 유망한 업계들에 서류전형이 붙어도 이제는 좋아하는 마음 보단 내가 그새 로운 업계에서 내 경력에 맞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가 두려웠다. 아무리 가지고 있던 연락처를 훑어봐도 명함집을 둘러봐도 내 경험치 안에 있는 사람 안에 연결되어있는  사람은 다른 분야들 뿐이며 도움을 받을 만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신입으로의 입사가 아닌 이상 팀을 이끌고 업계에 대한 파악을 이루어 내야 하는 위치로의 입사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나는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위축감이 먼저 왔다. 새로운 업무를  받아들일 자세보다는 그 안에서 내가 설 수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이 먼저 밀려왔다. 자신감은 그 덕에 점점 더 하락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고작 일주일 전 생전 해본 적 없는 미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놨다. 이 지긋지긋한 경력단절은 끊어야 한다는 마음에 나는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작은 회사에 그것도 잘 알지도 못하는 미술의 세계에 들어와 있다. 솔직히 지금도 이 선택이 잘한 건지에 대한 대답은 여전히 할 수 없지만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선 물러날 곳이 없었다. 미술에 관심이라도 있었으면 그래도 아는 게 많이 있었을 테지만 나는 미술은 중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거 말곤 특별히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 회사에서 나를 뽑은 건 무언가 써먹을 때가 있기 때문이었을 테지만 업계를 잘 모르고 들어온 경력직이란 타이틀은 적잖은 부담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가져다주는 것도 사실이다. 이 분야에 아는 사람이 내 명함첩 어딘가에 있었다면 물어보고 싶은 게 산더미지만 건너 건너 아무리 뒤져봐도 나의 인맥은 이쪽엔 없었다. 


업력이 인맥이 이렇게나 소중했음을 명함집에 꽂혔던 숱한 그 이름들이 지난날 내가 야금야금 곶감 빼먹듯 써먹었던 맛있는 인맥이 달려있는 아름드리나무였다는 걸 깨달으며 그때가 참 많이 그리워진다. 


업무의 경험치를 일의 능력치를 있는 데로 다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지금 나는 현질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어디 없나요 능력치 거래해 주실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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