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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삶은 별 Nov 05. 2021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찬바람이 문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11월 즈음이면 나는 의례 세월을 곱씹어보게 된다. 올해는 잘 보낸 건지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그러다 카톡 프로필을 보며 그동안 뜸했던 친구들에게 톡을 보내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프로필 사진들을 넘겨보며 무언의 인사를 건넨다.

 '잘 지내고 있구나 다들  다행이다'

이 무심한 안부가 그들에게 닿지는 않을까 그리하여 오랜만에 안부가 전해져 오기를 내심 바라는 내가 그저 짠하다. 그래도 그동안 간간히 연락했던 친구들에게는 무심한 듯 반가움을 한껏 담아 메 세제를 남겨본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냐?'



이마저도 바로 읽어주면 다행이지만 무심하게도 지워지지 않는 일에 은근슬쩍 아니 계속 톡창을 닫았다 켰다 해보다 툭 열린 말풍선 그림에 헤벌쭉 웃음을 지으며 어쩌고저쩌고 나는 안부를 묻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으면 의례 만날 약속을 잡아야 하지만 요즘의 안부는 대부분은 정말 안부로 종결되는 일이 허다하다. 잘 지낸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 기약 없는 조만간 보자라는 말을 남기며 정확한 날짜 픽스는 하지 못한 채 그렇게 그 시간은 흘러간다. 그러다 연말이 될 지금쯤 다시 한번 연락이라도 닿으면 그땐 12월이 가기 전엔 꼭 보자를 외쳐본다. 그러면 반반이다. 정말 보게 되거나 그렇게 한해를 또 넘기거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아무 때고 내가 원하는 시간에 볼 수가 없어졌고 코로나로 인해 더욱더 그 간격은 커져버렸다. 그덕에 의례 만남이 안될거야라는 마음때문에 쉽게 약속을 말하지 못할때가 많아졌다. 그래서  요맘때에 나는 그냥 대놓고 한마디 던지기도 한다. 


'시간 언제 되는데 가능한 날짜 불러봐 날짜라도 잡아보자'


이렇게라도 해서 잡힌 그 날짜도 사실 아이가 아프거나 가족들 일로 종종 파토가 나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약속을 잡을 수 있는 아주 가깝고도 친근한 사이라는 우리만의 신호이기에 앞으로 너와나는 프로필에 대고 대답없을 안부를 묻는 사이는 아님을 나는 확인하듯 그렇게 친구의 소중함을 내 삶의 따뜻한 추억을 담은 이와의 거리를 한껏 가까이 만들어본다. 

퇴근길, 술을 누구와 마셔볼까 가 아닌 저녁을 뭘 해 먹지를 고민하는 나의 생각들에 이미 자리를 내주고 그저 회사와 집을 규칙적으로 오가는 그저 그런 하루가 익숙해져 버렸다. 점점 사적인 모임들이 소중해지는 그 한 번을 만나기 위해 약속 변경을 여러 번 할지언정 만남을 확답받고 싶은 그럴 나이가 나도 되었나 보다.


분명 나의 이십 대 삼십 대 그 시절에도 내 곁엔 나보다 먼저 인생을 살아낸 사람들이 도처에 있었을 텐데  그땐 나도 그러하듯 그들의 말들은 내 귓가엔 왔다 갔다는 기별도 없이 지나가버렸다. 그땐 나는 이 삶이 이대로 계속 이어지는 줄 알았었고 생각대로 살아지는 게 세상인 줄 알았던 거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금 내가 그 자리에서 한 뼘은 더 멀리 세월을 지나와보니 그 지나온 발자국을 자꾸 돌아보며 좀 더 선명하게 인생의 자국을 꾹 남겨보지 못한걸 아쉬워하며 나도 모르게 자꾸만 그들처럼 지금이 좋을 때라고 듣지도 않을 그들에게 자꾸만 몇 마디를 남기려고 애를 써버리곤 한다. 

내 삶이 자꾸 애틋해져서 그런다. 시대에 뒤쳐지는 게 마냥 싫은 이삼십 대에서 이제는 시대와 조금 떨어져 추억할 줄 아는 맛을 알다 보니 이 추억을 씹어줄 친구가 그리운 11월인가 보다. 


물론 이 모든 헛헛함과 차분함을 꽁기꽁기 싸들고 집으로 들어가면 그 공허함을 잽싸게 비집고 들어오는 남편의 온기와 맛깔난 미소가 있어 아직은 나름대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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