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삶은 별 Nov 22. 2021

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

단어가 주는 힘 때문인 지는 몰라도 언젠가부터 나는 부정적인 단어보다는 긍정적인 단어를 써보려 하고 힘듬보다는 한껏  미소를 머금으려 노력했던 것 같다.

그래, 노력이었다.

억지로는 아니었지만 이왕이면 까짓것이라는 생각으로 나의 마음 어딘가에서 밀려오는 오만가지 힘든 덩어리들은 긍정의 에너지 밑으로 꾸역꾸역 밀어 넣고 그래도 살만한 세상인 듯 버텼던 것 같다. 취업은 안되고 나만 뒤쳐진 것 같고 온갖 불행은 나를 향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수없이 밀려오는 순간 불행하다 생각하면 한없이 불행하고 세상이 날 망치려 든다 생각해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요즘이지만  생각을 조금 바꿔 나는 이직은 아직이지만 이렇게 아침에 두발로 동네를 걸으며 산책할 수 있는 건강함에 감사해보며 뒤쳐진 나의 삶에게는 그래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나와   부모님들의 삶이 있어 나는 하루를 평범하게 보낼 수 있는 이 시간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을 해본다.

그래, 사실이었다. 어쩌면 이 지극한 평범한 일상이 주는 미동도 없는 평온 안 하루를 나는 당연한 듯 생각했고 감사함보다는 오지도 않은 미래가 보낼 조급한 신호만 쫒다 지금의 이 순간의 소중함과 지극히 평온한 이 온전한 하루에 감사할 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이제야 조금 한 것들부터 감사해보는 마음을 꾸역꾸역 끌어 모아 긍정적인 마음을 터질 듯 담아내 본다. 


그런 그 숱한 긍정의 마음을 박박 끌어왔는데도 나는  유독 '죽음'이라는 단어는 결코 감사하거나 정적인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감히 내 주변 영역에는 침범해서도 안될 단어 같은 느낌에  괜히 '죽다'라는 단어가 떠올르면 부정이라도 탈것 같은 생각에 어느새 나는 꾸깃꾸깃 내 머릿속 어딘가 내 목구멍 저끝 어딘가로 숨겨놓기에 바빴다.

생각해보면 죽음은 결코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언젠가는 꼭 만나야 할 존재인 줄 알고 있으면서도 의례 모른척하고만 싶고 최대한 늦게 만나고 싶은 그런 맘이 자꾸만 든다. 그러다 나는 얼마 전 주보에서 '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라는 글귀를 보았었다. 착한 죽음이라니... 따뜻함.. 착함.. 마움.. 이런 단어랑은 어감도 색감도 다른 무언간 회색빛 무채색의 어두운 느낌이 휘감아져 있는 '죽음'이라는 단어에 턱 하니 착하다는 단어가 붙었다.

그동안 감히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죽는다는 사실이 싫고 이별이 싫어  깊이 있게  쳐다보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정말 뉴스로 접하던 수많은 사건 사고들은 정말 순식간에 벌어지는 일들이고 그 사건들로 인해 인생을 마무리할 시간도 가족들과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가져보지  못한 채 허망하게 모두의 곁을 떠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하루에도 몇십 개씩 나오곤 한다. 그러고 보면 정말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것 착한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이 결코 당연한 일은 아니었다는 것을 불현듯 느끼게 되었다.

그냥 죽는 것이 무섭고 내가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이 내 곁에 없는 것 자체로 살아간다는 게 싫어 죽음이라는 단어를 부정했는데  정말로 이 세상을 떠날 땐 마무리할 시간을 가지고 소중한 사람들과 눈 마쳐 인사하고 갈 수 있는 그 시간을 갖는다는 건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며 그것은 정말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시간은 아니라는 것을 조심스레 느껴본다. 어둡기만 한 죽음이라는 단어 앞에 붙어버린 착한 죽음 아름다운 죽음...

감히 생각도 못한 단어에 나는 이번 주 내내 나도 모르게 지금 사는 하루에 삶에 대한 감사와 함께 가족을 위해 그리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을 위한 생각이  많아졌다.

부디, 저를 비롯하여 제 주변에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는 그 순간이 결코 급하게 황망히 떠나지 않는 미소로 생을 마무리하고 인사하며 따뜻히 떠날 수 있는 아름다운 죽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



착한 죽음을 준비하는 기도

                                                        -베네딕토 13세 교황


자애 깊으신 주 예수님 당신의 고난과 피땀과 죽으심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는 불의의 죽음을 당하지 않게 하소서

지극히 인자하신 주 예수님 당신이 당하신 극심한 고통과 혹독한 편태와

가시관으로 청하오니 제가 준비 없이 또 성사를 받지 못한 채 죽음을 당하지 말게 하소서


저의 하느님이신 사랑 하올 예수님

당신이 모든 고통과 성혈과 상처로 청하오니

저로 하여금 황급히  이 세상을 떠나지 말게 하소서

저의 구원자이신 예수님 당신이 만드신 이 생명을 황급히 부르지 마시고

죄를 보속 할 시간을 주소서, 영원히 주님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도록

주민의 은총 안에서 착한 죽음을 맞게 하소서

아멘

이전 12화 업무능력치를 현질할수 있다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