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운동은 위험한 운동이다' 라고 하는 무책임한 말들에 관하여
피트니스 센터에서 적게는 서너명, 많게는 십수명에서 수십명에 달하는사람들이 한 팀을 이뤄 같은 프로그램 하에서 운동을 수행하는 것을 Gx (Group exerciseprogram) 라고 한다. 운동이 직업이거나 이미 남들도 부러워할 만큼의 성취를 이룬 사람이라면 또 모를까, 운동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큰 장벽은 사실 다른 게 아니라 귀찮음이다. 귀찮음을 감수하고 기꺼이 센터로 가기 위해서는 명확한 동기가 필요하다.
이 동기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많다. 체력을 향상시켜 생활의 직접적인 질을 높이는 것일 수도 있고, 본격적인 여름이 되기 찾아오기 전에 어디 가서 배를 드러내도 당당할 수 있을 정도의 몸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도 있다. 다만 이것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스스로를 장기간에 걸쳐 조각해내는 일종의 수양과도 같은 행위다. 좀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 해 보자면, 현재를 희생해서 미래를 얻는 것과도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낙오하고 만다. 미래의 보상은 멀고, 당장의 편함은 즉각적인 쾌감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부채감각은 있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며칠만 지나면 곧 무감각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을 장기간에 걸쳐서 꾸준히 하기 위해서는 운동 그 자체에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사실 바벨과 덤벨, 그리고 뭔가 복잡해보이는 머신들만이 가득한 ‘헬스장’에서 이런 상황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가장 무난한 걷기와 뛰기를 위해 트레드밀에 올라가지만, 아무리 달려도 앞으로는 나아가지 못하는 제자리 달리기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건 차라리 축복받은 성격일지도 모른다. 여기서도 지루함을 이기지 못하고 관두려는 사람들을 위해 대부분의 트레드밀 근처에는 TV가 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집중하지 못하는 운동은 운동으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보기 힘들다. 애초에 무엇을 위해 운동을 하는지를 잊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도래하게된다.
그래서 피트니스 업계는 Gx 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단순히 무거운것을 들어올리고 달려서 땀을 흘리는 것 이상의 재미를 제공하여,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회비를 지불할 만한 충분한 이유를 만들었다.
Gx에서 하는 종목들은 굉장히 다양하다. 다양한 이름이 붙은 여러 업체들의 상업적인 프로그램들은 일단 배제하고 보더라도 요가, 태보, 필라테스, 스피닝등은 당장 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떤 휘트니스 센터에 가더라도 할 수 있는 운동들이다.
그룹을 짜서 하는 운동에는 몇 가지 확연한 장점이 있는데, 우선 몇명이서 공통적인 커리큘럼 하에서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에 일종의 경쟁 의식이 생기게 된다는 것이 크다. 또한 트레이너 한 명의 지시 하에 단체로 동작을 수행하는데, 혼자서 할 때는 무리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그만뒀던것 이상의 강도로 운동을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착안하여, 다이어트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 운동인 스피닝과 크로스핏은 대부분이 팀 운동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다만 방금 이야기한 장점은 그대로 단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큰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다른 종목들에 비해 이 두 운동은 유난히 과도한 운동으로 인한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편이다. 그 사고에는 관절 계통의 부상도 있지만,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그게 아니다.
횡문근융해증이란, 골격근이 손상되어서 근육 내 세포의 내용물들이 혈액에 유리되어 발생하는 임상 증후군이다, 라고 이야기 하면 뭔가 어려우니 더 쉽게 표현하자면 과도한 운동으로 인해 근육이 녹아내렸다고 표현할 수 있는 증상이다. 원래는 근육 안에 존재하고 있어야 할 몇 가지 물질들이 혈액 속에 섞이게 되면 몸은 이를 이물질로 인식하게 되는데, 당연히 우리 몸의 필터 역할을 하는 신장으로 혈액을 보낸다.
그런데 근육에서 떨어져 나온 이 성분은 신장의 세뇨관을 직접적으로 손상시키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하여 신장의 기능이 정지되는 신부전증이 발생하게 되는데, 보통 평생 운동을 하지 않고 살아왔던 사람들이 대뜸 높은 강도의 운동을 수행할 때 종종 발생한다. 아주 흔한것은 아니지만, 찾아보면 주변에 한 명 정도는 경험한 사람을 가끔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드물지만은 않은 증상이기도 하다.
횡문근융해증은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직접적인 증상이라는 점에서 초기 대처가 매우 중요한데,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매우 심한 수준의 근육통과 더불어 갈색 빛깔을 띤 소변 등이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근육통은 좀 아픈 정도가 아니라, 일상 생활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근육통이며 고열 및 메스꺼움이 유발되기도 한다. 혹시 본인이 전에 없이 격렬한 운동을 한 뒤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면 가능한 빠르게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이 증상은 팀을 이뤄 단시간에 고강도로 몰아치는 운동에서 유난히 자주 발견되긴 하는데,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스피닝/크로스핏은 위험한 운동이다. 아무나 하면 안 된다’ 는 식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기도 한다. 혹은 스스로 운동을 좀 해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대고 ‘트레이너가 소양이 부족해서 그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며 거들먹거리며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사실 이건 트레이너의 역량이나 운동 종목 자체의 문제라고는 보기 어렵다. 모든 운동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해당 증상은 자신의 신체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선이 어디인지 모른 채 몸을 혹사했기 때문에 생긴다. 다만 팀을 이뤄 하는 운동은 단체로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동일한 동작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미 몸이 한계를 넘은지 모르고 계속 진행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특히 신나는 음악을 높은 음량으로 켜 놓고 하는 운동들은 더 그럴 가능성이 높다. 자기 상태를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차라리 트레이너 한 명이 회원 서너명 정도를 보고 있는 소규모 팀 운동이라면, 해당 회원의 활력 징후를 살펴 중단할 수나 있지 열 명이 넘어가게 되면 회원 한 명 한 명을 살펴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즉 횡문근융해증은 트레이너의 소양 문제라는 이야기 역시도 지나치게 안일하게 한 쪽에만 책임을 전가하는 논리다.
소년 만화 속의 주인공들은 한계를 넘어갔다 오면 더욱 강해지지만, 불행히도 우리 인생은 만화가 아니다.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이상의 과부하를 주면 어딘가가 망가지게 된다. 운동을 막 시작했다고 해서 설레는 마음에 처음부터 지나치게 높은 강도로 해서는 안 된다. 몸에게도 충분한 적응 기간을 줘야 할 필요성은 너무나도 명백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