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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아 Nov 15. 2023

이렇게 갑자기 부모가 된다고?



때는 2019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9년 봄, 6년의 연애 후 우리는 결혼을 했고, 여름휴가를 맞아 필리핀 세부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가기 전전날까지 집에 친구들을 불러 신나게 놀았고, 떨어진 컨디션은 너무 밤새 놀아서 그런 것일 거라 생각했다. 너무 상태가 안 좋아서 현지 약국에 가서 약도 사 먹었다. 가서 내 증상을 이야기하니, "너 혹시 임신인 거 아니야?" 라며 오히려 나에게 되묻기도 했지만, 평소 주기도 불규칙해서 병원도 자주 들락날락했던 터라 아닐 거라고 답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먹어도 괜찮은 약을 준 것 같았다. (한국 돌아와서 약 가지고 산부인과 방문했을 때 괜찮다는 말 듣고 안도함.)



여행 내내 망고주스 이외의 어떤 것도 먹기 힘들었으나, 예약해 둔 스노클링도 가서 바다거북이도 만나고, 마트에서 건망고도 잔뜩 사고, 졸리비도 가고 할 건 다 했네. 여행 중 그나마 먹을 수 있던 음식 망고, 뱃속의 아이가 망고를 좋아했던 걸까? 싶어 여행의 기억을 담아 아이의 태명은 '망고'로 지었다.



아마도 임신임을 알았다면 여행을 취소했을 텐데, 이게 당분간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 해 겨울 징글징글한 코로나 시국이 시작되었으니 말이다.



아무튼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정말, 혹시,,라는 마음으로 임신테스트기를 구입했고, 집에 오자마자 바로 해 보기로 했다. 화장실 안에서 내가 으악!! 소리를 지르는 걸 보고 이미 남편은 마음의 준비를 한 것 같다. 흐릿한 두 줄도 아니고 너무나 선명한 두 줄. 이건 빼박이다.



바로 산부인과에 갔다. 검진이나 어디가 안 좋아서가 아닌 이렇게 온 것은 처음. 주기가 불규칙해 임신할 수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었는데, 이를 알고 계시는 선생님은 축하를 해 주셨다. 이미 아이는 6주인가 7주 정도 자란 상태로, 우리는 심장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다.



물론 6년 넘게 연애를 하기도 했고, 30대 초반이다 보니 아이를 갖기에 적당한 나이긴 하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부모가 된다고? 약간의 멘붕도 왔다. 하지만 머리로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이유는 내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이유인 입덧. TV나 영화로 보던, 말로만 듣던 그 입덧이 문제였다.



먹기만 하면 구토가 나오는 것은 물론, 후각도 극도로 예민해져 버려 냉장고에 있는 모든 반찬을 치워야 했고, 신혼집에 장식되어 있던 향수나 디퓨저도 나눔으로. 남편은 한동안 집에서 식사를 하지 못했다. (냄새나는 거 싫으니 밖에서 먹고 와!)



며칠을 누워서만 지냈고, 이대로는 죽겠다 싶어 결국 입덧약을 처방받아먹었다. 입덧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찾아 실행해 보았으나 전혀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디클렉틴이라는 이름의 입덧약은 보험이 안되어 비싼 편이었으나, 이대로는 임신기간 내내 쫄쫄 굶겠다 싶어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이 흘러 성별의 힌트를 얻을 수 있는 16주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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