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피아절에가다 Feb 29. 2024

우리 함께 춤추자!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나는 인생을 살 가치가 있다.'

<미움받을 용기> 243쪽




모든 문제는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     


'미움받을 용기'는 아들러의 심리학에 기반한 내용이다. 프로이트의 제자 격인 아들러는 프로이트와 상반되는 이론을 정립한다. 프로이트는 모든 자신의 문제에는 그 원인이 있고, 그것은 보통 과거에 기반을 두고 '트라우마' 형태로 무의식에 저장되어 있다고 본다. 자랄 때 부모의 영향이나 과거 어느 충격적인 경험으로인해 그 경험이 부정적으로 내 안에 각인되고 결국 인간은 그것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아들러의 심리학은 용기의 심리학이라고 불리며, 모든 문제는 자신의 생각(목적)으로인해 파생되고, 그 목적을 인지하고 행복해질 용기를 낸다면 인간은 변할 수 있다고 본다.      


프로이트의 원인론은 벗어날 수 없는 과거가 내 발목을 잡는 격이고, 아들러의 목적론은 지금 현재 내 문제의 주인은 나 자신이기에 좀 더 희망적이라 볼 수 있다. 내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내가 겪고 있는 문제는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매몰되어 그 누구를 비난하고 그 상황을 곱씹는 그런 어리석은 짓의 반복을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과거의 어두운 감옥에 갇혀 자신을 속박하고 옭아매는 불쌍한 어린 양처럼 말이다. 프로이트라면 잠재된 무의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보겠지만, 아들러는 의미

부여를 다르게 한다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전한다.


책에서는 모든 문제는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나와 너의 인간관계. 부모와 자식관계, 동료들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여타 모든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로 우리는 상처를 받고 힘겨워한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존재를 전제하고' 살아가야하고, '어떤 고민이든 타인의 그림자가 존재'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래서 인생에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는 불가피하게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준다. 누군가가 무심코 던지는 말들에 상처받아 헤어 나오기 힘들기도 하고, 내가 무심결에 내뱉는 말들에 누군가는 나와 절연을 다짐하기도 할 것이다. 상처를 받기도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상처가 덧나기도 하고 상처가 곪아터지기도 하면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행복해질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철학자는 인간관계에서 오는 문제들을 해결 하기위해 ‘과제 분리’를 하도록 조언한다. 인간으로 태어나 꼭 이루어야 하는 인생 과제 두 가지는 ‘자립’과 ‘사회에서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 자립을 위해서는 내 능력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고, 사회 속에서 조화를 이루며 살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은 내 친구다'라는 생각이 필요하다. 홀로서기가 제대로 되어야 사회 속에 자신을 자리해서 타인과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 인간은 각자의 인생 과제를 해결하며 살아야 하고, 타인의 과제를 나의 과제와 분리해서 생각해야 문제없이 원만히 사회 속에서 살아갈 수 있다.     


예를 들어, 부모로서 아이의 과제에 과하게 개입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더군다나 아이의 자립을 방해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자신의 삶을 스스로 찾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응원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 부모의 과제가 아닐까.


부부 관계에서도 서로는 가정 내에 대등한 관계로 존재하며, 서로의 과제를 존중하고 서로를 응원해야 하는 것도 과제 분리를 이뤄내는 것 중 하나다. 업무 중 상사와 갈등이 생기는 경우에도, 나는 내 임무에 충실할 뿐 다른 감정들에 대해서는 상사 본인의 과제로 둬야 하는 것. 분노하는 상사 앞에서 내 감정 또한 요동칠 수밖에 없으나 때로는 우리는 미움받을 용기가 있어야 한다. 분노를 다스릴 수 없는 감정은 상사의 과제이고, 우리는 그들의 과제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개입하지 않을, 그것에 개의치 않을 용기가 필요하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과제 분리를 각자가 할 수 있다면, 각자는 행복해질 수 있고 관계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Dance together!     


기시미 이치로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결국 '공동체 감각' 이었다. 인생 과제인 자립과 사회와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도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이고 그 존재들과 함께 잘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먼저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타자를 신뢰하고 존중하며, 서로가 하나의 공동체 안에서 스스로 소속감을 갖고 자신의 가치를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     


모든 사람이 경쟁자로 느껴지고 사회는 개인의 경쟁 관계를 조장하고 더더욱 짙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너를 밟고 올라가야 내 자리가 확보되고 내 생존이 유지가 된다.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내 가족을 살리는 길이고, 내가 사는 길이다. 호의적으로 다가오는 사람을 먼저 의심의 시선으로 보아야 나는 상처받지 않고 훗날 손해보지 않는다. 같은 공동주택에 살지라도 엘레베이터에서 반갑게 인사하기가 꺼려지고, 그 협소한 공간에 함께 타고 있는 타인과의 시간이 길게만 느껴진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어도 친구가 될 수 없는 관계는 너무나 많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타인을 신뢰하며 심지어 타인에게 공헌하며 살 수 있을까. 공동체를 감각하는 일이 가능이나 한 것인가. 나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든 이 각박한 세상에서 타인을 친구로 인지하며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에게 공헌하는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      


생각해 보면, 타인에게 공헌하며 살아가는 삶이 나에게 공헌감과 소속감을 주고 내가 가치있고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 이 세상에서 나의 존재감을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방법이 타인에게 내가 도움이 되는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이 결국은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스스로에게 주는 것이기도 하고. ‘공동체 감각’을 가지고 사회 속에서 지금 여기 이 순간에 타인과 함께 서로를 신뢰하며 서로에게 공헌하는 삶이야말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에서 각자는 자유롭고 행복해지며 나다움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미움받을 용기는 나를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미움받을 용기를 잘 장착한 각자가 모여 이루는 공동체에서 각자는 결국 자기를 수용하는 방법으로 타자를 신뢰하게 되고, 나아가 타자에게 공헌을 하며 다시 자신의 존재감과 가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사회 속에 나를 잘 위치시켜 타인과 조화롭게 사는 방법은 나를 먼저 사랑하고, 용기를 내어 나다운 삶을 살아가며 그 힘으로 타인을 사랑하고 신뢰하는 마음으로 사회 속에서 우리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 그것이 기시미 이치로가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아닌가 한다. 함께 춤추자!                                   

이전 18화 늘 허덕이지만, 때로는 힘이 될 수 있는 외로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