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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아절에가다 Apr 11. 2024

'세상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모험의 서> 손태장

현대인은 이미 능력교의 신자입니다.

<모험의 서> 184쪽




학교는 배움의 장일까? 대답하지 말고 질문해!


배움이란 뭘까. 무엇을 배워야 하고 왜 배워야 할까. 배움의 정의에 따라 앞서 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배운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배운다. 얼마가 걸리던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배우고 익힌다. 타인의 시선과 손길 없이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러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보통은 가정을 벗어나 학교라는 곳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꽤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이 작은 공동체 안에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또래들이 있고 어른인 교사가 함께한다. 그 공동체에 속한 모두가 따라야 할 규칙과 규율이 존재하고, 정해진 시간표대로 모두는 매일 어제와 동일한 방법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1교시 종소리가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마지막 종소리가 하루의 끝을 알린다. 대부분 어른이 겪어온 학교 생활이고 지금도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학교 생활의 모습이다.


물리적인 환경은 좋아지고 있지만, 전체적인 학교 시스템은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해 보인다. 교과서가 있고 그 교과서를 가르치는 교사가 있으며 아이들은 교사의 가르침을 받아들인다. 누가 더 빨리 누가 더 잘 이해했는지가 역시나 관건이다. 내 생각을 표현할 기회는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글을 읽고 글에 대한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보다 그 글을 쓴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에 주력을 한다. 하나의 글에 대한 소유권을 읽는 이에게 강요하는 느낌이다. 글을 쓸 때는 글쓴이의 것이겠지만, 그 글이 독자에게 가서 읽힐 때 과연 그 글은 글쓴이의 것으로만 존재할까. 독자의 존재를 엄연히 상정하고 쓰이는 글이란 것이 독자의 생각을 배제한다면 글의 존재 가치는 무의미한 것이 아닐까.


이 책의 저자는 "대답하지 말고 오히려 질문하라"며 학습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주어진 질문에 대답만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주어진 질문에 답을 하는 것은 인간이 아니고도, 인간을 닮아가는 것들이 할 수 있는 것이 되고 있고, 우리는 주어진 질문 밖에서 되려 역으로 질문할 수 있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책에 나오듯 'out of the box'와 같은 발상의 전환이 혁신을 가져온다는 것은 자명하기에 우리는 질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어려운 문제만 가득한 앞으로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문제를 풀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이른바 논리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점에 더욱 주목해야 합니다. (262쪽)"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보다 그 글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밝히고 되려 글쓴이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는 질문을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중요해 보인다. '나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에서는 동의하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동의할 수 없군요. 저는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능력이라는 신앙


'공부해서 학력을 높이면 언젠가 반드시 보상을 받는다, 능력을 높이는 것이 행복해지는 유일한 길이다' 이것이 능력신앙의 정체입니다. (184쪽)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능력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하나의 신앙 또는 믿음과 같다고 말한다. 타인과 비교에 의한 평가로 인해 등급을 나눠 능력의 유무를 판단하고, 능력을 키우기 위한 개인의 노력만을 중요시 여기고 능력이 없다면 개인의 노력 부족을 비판하는 수단. 그 노력은 대부분 '공부'라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학교에서는 능력주의가 가장 절대적 신앙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교사를 비롯해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며 능력을 키워야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어른다. 다른 말로, 공부를 못하면 훌륭한 사람이 아니고 행복한 삶도 살 수 없다는 말과 같다.


비가시적인 '능력'이란 것이 마치 실체가 있는 듯 아이들은 능력을 붙잡도록 어린 시절부터 강요당한다. 낙오자가 될까 두려움을 안고 원하지 않는 공부를 꾸역꾸역 해나간다. 모두가 노력만 하면 무한 능력을 갖고 그것으로 자신의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는 듯이. 마치 매일 기름칠이 잘 되어 있는 성능 좋은 기계가 고장 나지 않고 잘 돌아가듯이.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하는지 생각할 겨를 없이 기름칠만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치가 있다고 모두가 그렇게 여기는 '돈'처럼 능력 또한 허상이 되어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허구일 뿐임에도 다들 능력이 돈과 운처럼 실체가 있으며, 능력을 높이면 보상을 받는다고 믿었다.'(189쪽) 사람들이 능력 또한 돈처럼 가치가 있다고 믿었기에 능력을 키우도록 우리는 종용받아온 것이다.


저자는 능력주의를 인간에 의한 '평가' 측면에서 비판한다. 결국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에 그것은 우열을 낳을 수밖에 없고 한 사람을 자만하게도 좌절하게도 만들 수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테스트'의 어원자체도 실은 연금술사가 광석의 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했던 흙 항아리를 나타내는 라틴어에서 왔고, 그것 자체가 인간을 상품처럼 여긴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테스트들이 인간을 능력별로 등급을 매기는 수단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 그 능력이란 것도 내가 원하지 않는, 세상의 잣대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니 앞으로 나의 삶에서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도 미지수일 것이고.




라이프롱 언러닝, 세상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 것일까.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일까. 어떤 질문을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저자는 '언러닝'이라는 단어를 쓰며 말한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가치관과 행동, 생각 등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다시 학습하는 자세, 언러닝'의 태도가 필요하다고. 나아가 러닝과 언러닝을 반복하면서 '탐구'하는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강연에서 학생들에게 '부모님이 하는 말 절대로 듣지 마세요!! 진짜로!!'라고 말하며 '언러닝'을 비유적으로 알려준다고 한다. 즉 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라는 말. 상식을 의심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질문을 하게 되고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또 다른 배움을 이어가는 언러닝과 러닝을 반복하는 태도가 앞으로 필요할 것이라고 이른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는 어떤 것을 가르쳐줘야 할까,에 대한 생각은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내일 죽는다면, 내 아이에게 한마디의 유언만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말을 남겨야 할까?" 각자 삶의 가치관과 철학이 깃든 대답이 나올 수 있겠지만, 저자의 답은 이것이었다. "세상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네가 진심으로 바란다면 또 진심으로 된다고 믿고 행동으로 옮긴다면 세상은 스스로 바꿀 수 있어. 진짜야." 즉 이 말은 '자기 자신이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대화를 통해 자신이 바뀌면 타인들도 바뀔 수 있고 그러면서 세상이 바뀐다는 말을 교육 철학자 프레이리의 말을 통해 알려준다. 세상이 바뀌려면 너와 내가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의 '대화'가 필수적이다. 일방적인 지식을 주입하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너와 내가 한 공간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이 필요하다. 러닝과 언러닝을 반복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태도와 자세가 또한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한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고,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에 이런 공동체를 설립하고 있다고 한다. 나이를 초월해 너와 내가 만나는 장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러닝과 언러닝을 반복하면서 평생 배움을 이어가는 곳.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곳. 앞으로 이런 배움의 공동체들이 많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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