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취소를 그렇게 쉽게 한다구요?
갑자기 한풀 꺾인 매출, 예상치 못한 먹구름이 끼고 있다.
SNS 파급효과로 조직에는 활력이 돌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런 복병이 나타났다. 바로 인플루언서의 뒷광고 이슈가 터져버린 것이다. 알고 보니 해당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우연히 썼던게 아니라 제품을 만든 회사로부터 광고비를 음성적으로 받고 있었던 것이다.
일부 구독자에 의해서 음모론처럼 취급받던 이야기가 점점 커지더니 결국에는 해당 인플루언서가 사실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영상을 업로드하고 계정은 사실상 휴면상태로 전환되었다.
그렇게 뜨겁던 제품에 대한 인기도 한겨울 북풍한파가 몰아치듯 순식간에 얼어 버렸다. 오히려 해당 제품 판매는 곤두박질 쳤고, 해당 제품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나쁜 이미지가 생기다보니 온라인 중고시장에 해당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부품을 공급하고 있는 우리 회사도 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물량이 확대되어 원재료구매, 시설확충, 인력확충 등 장미빛 꿈 속에서 벌려놓은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닌데, 정말 큰일 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특히나 하반기에 입사를 예정으로 채용절차를 진행하고, 합격통보를 해 둔 상당수 인력에 대한 필요성이 사라진 상황이어서 부서마다 고민이 깊어졌다.
그리고 곧 월간 리더 회의에서 신규채용 합격자에 대한 합격취소 이야기가 공식적인 화두로 올라오기 까지 했다. 매출이 갑자기 꺾여버린 상황에서 신규채용은 무리라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윌리 본부장의 고민, '우리도 일부는 합격취소를 해야할 것 같은데?'
전사 리더 회의가 끝나고, 바로 영업본부 팀장 회의도 진행되었다. 윌리 본부장 얼굴도 최근 의기양양하던 모습은 싹 사라지고, 잿빛 근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윌리 본부장: 아...참...좋은 일에 마가 껴도 유분수지...아니 유튜버 그 사람 도대체 뭐하는 친구인가 몰라요... 진짜 그 한사람 문제 때문에 정말 파급효과가 장난이 아니구만...매출이 이렇게 순식간에 꺼져버리는게... 차라리 유튜브로 홍보가 안되었으면 기대감 없이 그러려니 하고 살았을텐데... 더 심각해진 것 같아요...
제이쓴 팀장: 아..그렇죠? 저도 사실 많이 놀랬어요. 예전에 다른 유튜버들 뒷광고 이슈가 터졌을 때는 그러나보다 했는데, 막상 우리회사 부품이 들어가는 제품과 연관되니 이런일이 터지네요. 사실 우리 회사는 일부 부품만 공급하는데, 해당 기사 써치하면 관련사로 우리 회사까지 알고리즘으로 묶여서 오픈되더라구요. 주변에서 문자도 옵니다. 무슨 일이냐고...
-윌리 본부장: 내 말이...정말 닭 쫓던 개 지붕쳐다본다는 말이 딱 맞는거 같어...진짜 나도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구나 했는데...그나저나...이 번에 우리 본부도 경력직 채용 합격자 통보 했잖아요? 9월 부터 출근하기로 정해진거 말이에요.
-크리스 팀장: 네, 본부장님, 지금 5명 정도 됩니다. 경력직은 3명이고, 신입이 2명입니다.
-윌리 본부장: 지금 매출은 매출이고, 사장님과의 경영진 회의에서는 오늘 아침 들으신 대로 신규채용자에 대한 합격취소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떨어졌어요. 전원 합격취소 통보는 아니고, 필요 최소한만 제외하고, 합격취소 통보하라는 겁니다. 특히 연봉이 높은 경력직 중심으로...
-제이쓴 팀장: 본부장님, 이미 합격통보를 했는데, 합격취소를 하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윌리 본부장: 제이쓴 팀장, 또 안되요? 이 친구는 뭐만 하면 안된다고 그러드만. 아니 회사가 합격통보는 했지만, 사정이 충분히 있고, 또 아직 출근하기도 전인데 크게 문제가 되겠어요? 물론 미안하긴 하지...그런거는 그냥 HR팀에서 전화돌려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마무리하면 되잖아요? 그냥 상품권 정도 지급하는 정도로 마무리해도될 것 같은데?
-제이쓴 팀장: 아니.. 뭐... 제가 매번 이유없이 부정적인건 아니구요... 사람관리는 아무래도 여러가지 법률이슈도 있고 하니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게 좋잖아요? 그럼 제 절친 스티브에게 한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만 나갔다 올께요.
채용합격 통보 후 채용취소, 어떤 문제가 있을까?
-제이쓴 팀장: 스티브, 또 나야. 통화 되냐?
-스티브 노무사: 아니, 우리 제이쓴 팀장님이 왜 이렇게 힘이 빠져 있을까? 왜? 무슨일 있었어? 윌리 본부장한테 갈굼당한거야?
-제이쓴 팀장: 그냥 갈굼정도면 웃고 넘어가지... 이번에는 좀 무겁다...농담하지 말고,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줘...
-스티브 노무사: 오..무슨 이야긴데 그래?
-제이쓴 팀장: 너도 뉴스봐서 알겠지만, 우리 회사 부품 들어가는 제품이 유튜버 때문에 대박 났다가, 유튜버 때문에 쪽박이 났어. 우리 회사도 덩달아 갑자기 매출 끊기고, 언론에 회사이름 오르락 내리락 거리고...얼마 안되는 주가도 빠진거 아냐? 이래저래 진퇴양난이다....
-스티브 노무사: 그거 하소연 하려고?
-제이쓴 팀장: 차라리 그거면 좋겠지. 그런데, 회사가 성장할 것 같아서 각 부서마다 경력이며 신입을 잔뜩 합격시켜 뒀거든. 대체로 9월부터 입사하는 걸로 하고, 합격통보를 미리 해둔 거지. 그런데 최근에 회사에서 시장 상황이 뒤바뀌면서 미래가 암담하니 합격자에 대해서 채용취소 통보를 하라는 지시가 떨어진거야...전부는 아니고 가급적 연봉이 높은 경력직 중심으로 말이야. 오늘 우리 본부에서도 이 내용이 전달이 되었거든? 윌리 본부장은 그냥 아주 쉽게 생각하더라고, 상품권 좀 주고, 미안하다고 하면 되지 않냐면서 말이야. 어차피 입사 전이니 취소통보해도 상관없다는 거지...정말 그런거야?
-스티브 노무사: 당연히 아닌거 알지? ㅎㅎ 윌리 본부장 여전히 거침이 없구나...일단 현재 상황을 좀 전문가 스럽게 이야기하면 '채용합격통보 후 채용내정의 취소'라고 할 수 있어. 채용내정이란 쉽게 말하면 채용절차를 진행해서 합격을 통보한 후 아직 근무를 시작하지 않은 상태를 말하는 거지. 그리고 이런 채용내정자를 보통 입사예정자라고 하기도 하고, 그리고 이 사람에 대한 채용취소를 '채용내정 취소', 또는 '입사취소', '합격취소'라고 부르기도 하는 거지.
-제이쓴 팀장: 그럼 일방적으로 입사취소를 하면 무슨 문제가 있는거야?
-스티브 노무사: 결국은 '해고 이슈'라고 할 수 있어. 대법원은 채용내정의 통보, 즉 합격통보를 근로계약의 성립으로 이해하고 있어. 그리고 채용내정을 취소하는 것을 해고로 간주하다는 거. 사실 채용내정의 경우 졸업이나 자격취득 등 조건부로 해약권을 유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유보된 해약권을 행사하는 것을 거의 해고로 보는 거지. 그리고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에 따른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회사로서는 이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거고.
채용내정 취소의 정당성
(대법원 2002.12.10.선고, 2000다25910 판결)
「피고회사가 1997년 11월경 위 원고에게 채용내정 통지를 함으로써 위 원고와 피고 회사 사이에는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되어 늦어도 입사예정일인 1998.4.6부터는 피고회사의 종업원의 지위에 있으므로, 피고회사는 위 원고에게 입사예정일인 1998.4.6부터 정리해고일인 1999.6.30까지의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제이쓴 팀장: 아...그럼 합격취소된 분들이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할 수 있다는 거네?
-스티브 노무사: 그렇지. ㅎㅎ 이제 전문 용어도 제법 쓰는구만, 합격취소 통보를 받게 되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이 가능한거지. 물론 그 정당성 판단은 케이스마다 달라지겠지만...지금 너네 회사 상황도 일부 정당성을 인정받을 만한 요소가 있을 수 있지만, 쉽지는 않을거야...
-제이쓴 팀장: 역시 너한테 전화하기를 참 잘했다. 고맙고, 일단 윌리 본부장 좀 말리고 올께. 그 양반 정말 급해도 너무 급해. 그냥 직진이야... 또 전화할께~
채용합격 통보 후 채용취소와 관련한 주의사항 몇 가지
1.채용내정의 통지는 근로계약의 성립이므로 입사취소를 쉽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2.따라서 채용내정의 취소는 원칙적으로 해고에 해당하며, 정당한 이유의 입증이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법원 판례에 따르면 채용내정 시 입사예정일 부터는 임금지급의무가 발생하며, 입사예정일 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의 동의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