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발음에 대해서 알아 보겠다.
흔히 영어 발음을 원어민처럼 하기 위해서 일부러 혀를 굴리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영어 발음이 굴리는 것처럼 들리는 이유는 영어의 소리 내는 방법이 우리 말과 다르기 때문이다. 소리 내는 방법만 제대로 안다면 일부러 혀를 굴리지 않아도 비슷한 소리가 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잘 모르는 상태에서 어설프게 발음을 굴리려고 하면 이상하고 우스꽝스럽게 들린다. 차라리 우리 말 식의 콩글리쉬 발음으로 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럼 영어의 소리 내는 방법은 우리 말과 어떻게 다를까?
정답은 발음기호에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어는 독일어 같은 언어와 달리 발음법칙이 불규칙해서 실제 원어민이 하는 발음을 듣지 않고는 제대로 발음할 수 없다고 생각하다. 하지만 영어도 발음기호를 제대로 소리 낼 줄만 알면 독일어와 마찬가지로 처음 보는 단어나 원어민 발음을 들어 보지 않고도 정확한 발음을 배울 수 있다.
영어 발음에는 우리 말에 없는 발음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f, th, v’ 같은 자음이다. ‘father(아버지)’라는 말을 발음할 때 예전엔 ‘f’에 해당하는 우리 말 방음이 없어 가장 유사한 발음인 ‘ㅍ’을 써서 ‘파더’라고 표기하고 실제로 ‘파더’라고 발음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요즘은 전체적으로 영어의 수준이 높아져서 ‘f’ 와 같은 발음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제대로 발음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자음들 말고 모음들 중에서도 우리 말에 없는 발음들이 많다는 것을 영어를 웬만큼 하는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보자.
[oʊ] 와 [ɔ:]
이 두 발음은 정확히 차이를 몰라서 단어를 틀리게 발음해서 오해를 사거나 부정확하게 발음해서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 영어 발음 중 하나이다.
[oʊ] 를 발음할 때는 입을 반쯤 벌리고 입술을 둥글게 한 다음 혀가 좀 더 뒤와 위로 미끄러지게 하면서 둥글어진 입술을 조이다. 우리 말의 “오우”처럼 두 음절을 분명히 발음하지 말고 [o] 에 힘을 주어 발음한 다음 [ʊ] 는 약하게 재빨리 붙여 준다.
반면 [ɔ:] 를 발음할 때는 입술을 약간 둥글게 하며 입을 크게 벌립니다. 혀는 앞보다 뒤쪽이 더 높도록 앞쪽을 낮게 해 주어야 하다. 우리말 “오”보다 입을 더 크게 벌려서 “아”에 가깝게 발음해 준다.
아래 음원을 재생하여 듣고 따라 하면서 비슷한 발음으로 이루어진 단어들의 발음을 따라 해 보자.
[oʊ] [ɔ:]
low law
hole hall
boat bought
sew saw
이 외에도 영어에는 우리 말에 없는 발음들이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처음 보는 단어이거나 원어민 발음을 들어보지 않더라도 발음기호를 통해서 소리 내는 방법만 제대로 알고 있다면 내가 말하는 단어를 원어민이 정확히 알아들을 뿐 아니라 원어민이 그 단어를 말할 때 알아들을 수 있다. 설사 완벽하게 발음을 구사하지 못한다 하더라고 소리 내는 방식을 알고 있으면 최소한 원어민의 발음을 제대로 알아 들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헷갈리지 않고 구별해 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서 단어를 찾을 때는 단어의 뜻 뿐 아니라 반드시 발음기호를 확인하는 습관을 갖기를 권한다. 내 경우엔 사전을 찾을 때 습관적으로 발음기호를 먼저 보곤 했는데 심지어 발음기호만 확인하고 무심코 사전을 덮었다가 뜻을 확인하려고 다시 사전을 펴는 경우도 많았다.
처음 보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을 때 꼭 발음기호를 확인해야 하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발음기호를 보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발음을 기억하면 최초에 기억한 소리가 무의식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어의 의미는 잊어버리더라도 발음은 기억이 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처음 단어를 접할 때 잘못된 소리를 기억하면 나중에 교정하기가 몇 배로 더 어렵다. 무의식에 저장된 정보를 리셋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영어 발음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발음이 안 좋거나 콩글리쉬 발음이지만 좋은 문장을 만들어 내고 훌륭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그게 더 영어를 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음이 좋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 있다. 문장이나 어휘력 등에서 똑 같은 실력을 가진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좀 더 발음이 좋은 쪽이 훨씬 영어를 잘 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은 영어 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충분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단지 소리 내는 방법을 학습하고 조금만 연습한다면 말이다. 발음이 가장 중요한 건 아니지만 충분히 잘 할 수 있는데도 필요 이상으로 어렵게 생각하고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확한 영어 발음법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학원 등의 발음 클래스를 수강할 수도 있고, 또 요즘은 시중에 영어 발음에 관련된 좋은 교재들이 많이 나와 있다.
지금까지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말하기, 듣기, 발음에 대해서 그리고 효과적인 연습 방법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다음 글에서는 외국어를 배움에 있어서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들, 즉 쓰기, 읽기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이나 연설과 같이 특정 주제에 대해서 길게 말하거나 설명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