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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드림 Sep 27. 2021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보일 때

<스타 이즈 본>의 명대사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지?


뭔가 바쁘게 살아온 거 같은데 되짚어 돌아보니 이룬 게 하나도 없다. 시간은 또 언제 이렇게 빨리 지났지? 하루의 시간은 천근만근 천천히 기어가는데 신기하게도 일주일이나 한 달, 일 년의 시간빨리 스쳐 지나가는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진다. 어릴 적 즐겨하던 버블보블처럼 시간을 잡아먹는 귀여운 공룡이 있는 걸까? 근데 이룬 건 하나도 없고 이렇게 시간만 흘러만 가서 어떡하지? 그냥 이렇게 재미없게 살다 보면 내 인생은 끝나는 걸까?


다시 돌이켜봐도 정말 이룬 게 없다. 그저 남들 다하는 대로 학교 나오고 직장에 들어가서 버티니 내가 있을 뿐이다. 비슷한 기준에 겨우 미치면 됐다 하고 안심하게 되었고, 또 안주하다 보니 거울 앞의 지금의 내 모습이 다. 이러면 안 될 것 같아 이직을 꿈꾸며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려 해도 채워 넣을 게 없다. 도대체 지금까지 무엇을 하며 산 걸까? 나이만 먹고 이룬 건 없고, 무기력이 온몸을 휘감고 있다.


대학 졸업 후 직장 10년 차라 하기엔 배운 것도 없고, 기술도 없으며 이력서에 딱히 추가할 자격증도 없다. 이건 남들 다 하는 거라 쓰기도 애매하고 뭔가 나를 포장하기에는 부족한 자신을 바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뭐 하며 산 거야? 왜 이렇게 하는 거 없이 바쁘기만 했던 걸까? 뭔가 남는 걸 해야 했는데 화도 나고 아쉬움도 몰려온다. 궁극적으로 더 두려운 건 보이지 않는 미래도 지금과 비슷할 거란 사실이다.

네가 내 시간 다 잡아먹은 거야? @한경닷컴 게임톡



스타의 탄생《스타 이즈 본》


노래에 놀라운 재능을 가졌지만, 외모에 자신 없는 무명 가수 앨리는 작은 바에서 노래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우연히 공연을 들으러 온 천재 기타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톱스타 잭슨의 눈에 띄게 된 앨리. 오디션에서 외모가 별로라는 말을 많이 들은 앨리는 특히나 코에 자신이 없었는데 잭슨은 부끄러워하는 앨리가 그저 사랑스럽기만 하다.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을 알아본 잭슨은 그녀를 사랑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아낌없이 지원해준다.


Look, talent comes everywhere, but having something to say and a way to say it so that people listen to it, that's a whole other bag. And unless you get out and you try to do it, you'll never know.
(재능은 어디에서나 나오지. 무언가를 말할 게 있다거나 말하는 방식이 있다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 듣게 된다는 거야. 전혀 다른 이야기이지. 그래서 틀을 깨고 나와 도전하지 않는 한 절대 모르는 거야.)


잭슨은 자신의 공연장에 온 앨리를 관객에게 소개한다. 거부하던 그녀는 자신이 작사 작곡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홀린 듯 무대로 올라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이게 된다. 리는 하루 만에 스타가 되었다. 그 이후 자신의 모든 것을 사랑해주는 잭슨의 도움으로 앨리는 자기 안의 열정을 폭발시키며 최고의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허나 잭슨은 어린 시절의 상처와 예술가적 고뇌 속에서 점점 무너져 간다. 앨리가 그래미까지 진출해 승승장구하는 반면 잭슨이 겪는 추락의 길은 너무나도 가파르다.


Maybe its' time to let the old ways die. It takes a lot to change a man.
(옛 방식이 사라질 때인가 봐.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아.)
<Maybe It's Time> 스타 이즈본 OST


날개를 달고 비상하는 여자와 쓸쓸히 추락하는 남자의 모습이 대조된다. 노래에 고스란히 담긴 두 사람의 심정과 위치가 전복되는 쓸쓸한 장면이 연출된다. 새로운 별이 뜨면 또 하나의 별이 사라져 가는 것을 잭슨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는 그녀가 슈퍼스타로 거듭나게끔 헌신적으로 도와준다. 그녀는 훨훨 날아가지만, 청력을 잃은 잭슨은 세상과 완벽히 아주 가파르게 멀어지게 된다.

옛 방식은 자연스레 사라지는 거니 그저 시간의 순리대로 조금만 더 천천히


벽을 무너뜨리면 길이 된다


코로나가 장기화하고 무언가를 시도할 엄두도 못 낸 날이 지속되었다. 흔히 말하는 코로나 블루에 걸린 걸까? 무기력하고 무엇이든 하기 싫고 그로기 상태가 계속되는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런 만큼 시간도 순식간에 흘러 지나갔다. 그러다 몇 년 전 작가 승인에 탈락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브런치'가 눈에 들어왔다. 한달어스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통해 다시 한번 도전해 작가가 되었고, 그동안 내가 안일하게 써오던 글들을 정리하고 다듬어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망설임은 작가의 길을 더 늦출 뿐'이란 브런치의 말이 맞았다. 한번 지원해보면 되는 거였다. 모국어로 글을 쓰는 건데 그토록 어렵다고 생각하고 겁이 났던 걸까? 나에게도 자그마한 창작의 재능이 있는지 시도해보지 않고 도전해 보지 않으면 절대 모르는 것이다. 일기도 안 쓰던 내가 글쓰기가 재밌어지는 건 아마 글쓰기도 나에게 한번 써보라고 열심히 부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매일 누군가와 함께 멀리서나마 랜선 교류하며 같이 글을 쓰고, 또 나만 힘든 게 아니라는 걸 위로받는 순간, 글쓰기가 신나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글감을 찾고 또 글로 풀어내 자칫 스쳐 지나갈 만한 길이 새로운 꽃길로 바뀌는 마법이 일어났다. '우와! 이런 것도 있었네.' 하며 놀라기도 하고 새로운 소재를 찾았다. 흘려보냈던 시간을 붙잡아 두기 위해 글로 남기기 시작하니 구독자도 생기고 또 댓글로 응원해주는 분도 생겨났다.


두려움에 떨었던 나 자신을 앨리에게 투영하면서 위안을 얻었다. 음악 만드는 걸 좋아하고 즐겨 뽐내고 싶은데 그녀가 만나는 업계 관계자들은 외모 중 코를 걸고넘어지며 앞길을 막았다. 외모 때문에 무대공포증이 생긴 그녀에게 무대는 높디높은 벽이었을 것이다. 한없이 높고 단단한 벽 앞에서 방황하던 그녀가 느낀 시련을 시작으로 그녀의 꿈도 점차 희미해져 갔다. 하지만 단단한 벽 사이의 작은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한 줄기 빛을 잭슨이 발견하게 된다.


자기 앞에 놓인 벽은 한없이 높게 보인다. 한 걸음 멀리 떨어진 다른 이가 보면 그 사이에서 한줄기 빛이 새어 나오거나 무너뜨릴 방법이 보이기도 하지만 정작 본인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용기를 내서 한걸음 나아가 보면 그 벽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벽을 무너뜨리면 길이 생긴다. 불가능하게만 보이던 장벽에서 새로운 길이 생겨날지 모르는 것이다.


글쓰기의 장벽을 무너뜨려 새로운 길을 찾으니 또 다른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한달디자인유치원을 시작했고 평소에 몰랐던 시각디자인에 대해 즐겁게 배우니 평소 흘깃 보던 디자인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하나의 벽을 밀어 무너뜨리니 옆의 다른 벽도 이제 더 이상 높아 보이지 않는 신기한 일이 생겨났다. 장벽의 높이는 나에게만 한없이 높아 보였다. 


어릴 적 억지로 끌려만 다녔던 미술학원은 죽어도 가기 싫었는데 이제는 돈과 시간을 지불하고라도 디자인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이 생겨났다. 예술은 나의 영역이 아니고 내가 감히 시도도 못할 곳에 있는 미지의 세계라 생각하는 틀을 부수고 나와 도전해보니 디자인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이 생겼다. 해보지 않는 한 내 안의 재능은 나오지 않는다. 한번 해보면 내 속의 숨겨진, 또는 나만 몰랐던 재능은 벽을 무너뜨리고 길을 만든다. 그 길은 언제나 다른 길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벽을 무너뜨려 만난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게 된다 @JOHN TOWNER, Unsplash


<참고 자료>

-버블보블 클래식 https://gametoc.hankyung.com/news/articleView.html?idxno=5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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