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화점 앞에 오픈런 줄이 엄청난 것을 볼 수 있다. 오픈 4시간 전부터 줄을 서면서 시간대가 되면 직원이 나와 번호표를 발급해 준다.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것일까? 한국은 비싸지 않으면 안 팔리는 재미있는 곳이다. 이에 가격이 높거나 고급일수록 특별한 것으로 인식해 수요가 증가하는 '베블린 효과'나 그 제품을 사용하는 집단이나 계층과 동류가 된다고 착각해 특정 상품을 구입하는 '파노블리 효과'가 교차하는 심리상태로 한국인의 욕구에 딱 맞아떨어진다.
이를 잘 활용하는 명품샵들은 이에 맞춰 가격 상승이 이루어진다. 맨큐의 경제학원론에 따르면 '모든 자원은 한정되어 있다'는 희소성에서부터 시작한다. 특히나 코로나 시국에 한국으로 수입되는 제품들이 한정되어 있기에 이런 고생을 무릅쓰고 오픈런을 기다리는 것이다.
경제학 원론 중 '사람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있다
선택의 대가는 그것을 얻기 위해 포기한 그 무엇이다
합리적 판단은 한계적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경제적 유인에 반응한다
당신은 샤넬백을 가지기 위해 어떠한 대가로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
커피를끊었어도 샤넬은 사지 않겠습니다
커피를 끊은 지 2년째가 되어간다. 그나마 하루를 버틸 수 있는 카페인이 유일한 버팀목이었는데, 불면증이 심해서 이왕 끊어보자고 한 김에 안 마시기 시작한 게 2년이 되었다. 생각보다 버틸만했고, 또 안 마시다 보니 생각도 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커피가 그렇게 필요했던 걸까? 우리 모두 커피 없이도 잘만 살았던 사람들이었음을 쉽게 잊은 것이다. 하루에 한잔 약 5천 원씩 2잔의 커피를 매일 소비한다고 가정해보자. 5백만 원짜리 샤넬백은 1년 4개월 정도의 커피값을 모으면 겟할 수 있다.
2년 넘게 커피를 마시지 않은 나는 샤넬을 충분히 살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샤넬백을 사지 않을 테다. 나에게 주는 짧은 쾌락에 몇 날 며칠 동안 인터넷으로 시간을 허비하고, 또 바깥에서 기다릴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매장에 들어간다 해도 기다렸던 물건이 없을 때의 허무함은 돈을 쥐고 있으면서 사지 못하는 나에게 감당하기 힘든 시련일 테다. 결론적으로 나는 무인도에 갈 경우, 샤넬백을 들고 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샤넬백 획득의 기쁨은 커피 한잔을 즐기는 기쁨과 같이 그리 길지 않다 @brigittetohm, Upsplash
무인도에 샤넬백 가져가실 건가요?
결혼하신 분들께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하냐고 물은 적이 있다. 와닿은 말은 "무인도에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을 골라야 해. 거기는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못 가져가고, 학벌, 직업, 재산, 연봉, 자동차 이런 거 다 필요 없단 말이야. 오직 사람 하나만 괜찮으면 되는 거야. 무인도에서 오랫동안 같이 함께 편안하고 재미있게 지낼 사람이면 된 거야."
무인도에 가는데 샤넬백이 필요할까? 옆 섬에서 볼 수 있게 당근 마켓에 올려도 배가 없어서 팔지 못한다. 더욱이 무인도에서의 돈은 아무 소용이 없다. 또 가죽제품은 먹을 수도 없고 더운 곳에서의 가죽은 몸에 달라붙어 옷으로 입을 수도 없다. 정작 필요한 것은 음식을 구해오고 헤쳐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인드와 또 두려울 때 위로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일 것이다.
일상에서 마주치는 소중함
퇴계가 일상에서 늘 경각심을 갖도록 좌우명을 삼은 문구가 바로 '무불경(毋不敬)'이다. 세상의 모든 사물을 공경하라는 말이다. 무인도에 갇히면 만물이 경건하게 되고 바람, 공기, 물, 땅, 열매, 나무 등 공경하지 않을 존재가 없을 것이다. 지금 있는 만물도 그렇게 보면 된다. 매일 숨 쉬게 해주는 맑은 공기와 나무들이 샤넬백보다 더 값진 존재이자 영원히 나에게 도움이 되는 필수품이기에 늘 한결같이 공경하고 조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