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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너머, 세대가 만나는 순간

제9화

by 스윗드림

이번 추석에 초등학생인 조카가 왔다. 어린 손주와 함께 스마트폰을 다루는 아버지의 모습이 보인다.

손을 잡아주고, 버튼을 눌러주며 웃는 아이와, 처음에는 서툴던 손끝이 점점 능숙해지는 할아버지의 모습.

그 장면 속에는 기술 이전에, 세대를 연결하는 순간이 담겨 있었다.


손주가 설명하는 몇 마디, 손끝을 잡아주는 사소한 몸짓이,

노인에게는 단순한 디지털 학습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화면 속 앱과 메시지가 아니라, 관계와 신뢰, 호기심과 배움의 경험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세대 간 격차를 좁히는 진짜 힘이 기술이 아니라

‘함께하는 경험’이라는 것을 느낀다.


또 다른 곳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비슷한 취미를 가진 노인들이

서로의 사진과 글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글쓰기와 사진 올리기가, 어느새 새로운 만남과 소통의 창구가 된다.

나는 관찰자로서, 화면 너머 사람들의 작은 연결이 어떻게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지 보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연결이 단순한 온라인 소통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노인이 보내는 사진 한 장, 글 한 편이 실제 모임으로 이어지고,

서로를 만나며 웃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디지털은 그저 시작점일 뿐, 관계와 경험을 확장하는 도구로 작동한다.


작가의 눈으로 보면, 디지털 격차는 기술 문제로만 보이지만,

사실은 세대 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와 연결의 문제다.


화면 속 작은 시도와 호기심이 모여,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웃고, 배우고, 이해하는 순간을 만들어낸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가 노인을 관찰할 때, 그저 ‘배움이 느리다’거나 ‘기술이 낯설다’고 평가하는 순간,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진짜 중요한 것은, 낯선 경험 속에서 여전히 배우고, 연결되고,

삶을 확장하는 그들의 시도다.


화면 너머에서 세대가 만나는 순간, 나는 인간의 적응력과 호기심, 그리고 연결의 힘을 다시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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