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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과 화면, 그리고 새로운 풍경

제8화

by 스윗드림


가끔 복지관이나 카페, 공원에서 노년층이 스마트폰을 다루는 모습을 지켜본다.

처음에는 낯설고 조심스러운 손끝, 화면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시선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은 화면 하나가 얼마나 큰 모험이 될 수 있는지, 나는 그들의 표정에서 읽는다.


한 어르신은 스마트폰 카메라를 처음 잡았을 때, 손이 떨리고 구도를 잡는 것도 서툴렀다.

나는 그 순간을 지켜보며, 단순히 기술 습득을 넘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느꼈다. 버튼 하나를 눌러 사진을 찍는 행위가, 어르신에게는 자신이 세상과 다시 연결되고 있다는 확인이 된다.

작은 화면 속 풍경 속에서, 그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는다.


또 다른 어르신은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에서 글을 올리며, 천천히 자신을 표현한다.

글자 하나하나에 고민과 경험이 담겨 있고, 그 글을 읽는 사람들의 반응 속에서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진다.

글쓰기 지도자로서 그 과정을 지켜보며, 디지털이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삶의 확장, 자기 표현의 도구가 되는 순간을 본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나는 자주 묻게 된다.

우리는 그들의 손끝과 시선, 화면 속 작은 움직임에서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

실수와 좌절 속에서도 시도하고, 작은 성공에서 기쁨을 느끼는 모습은,

어쩌면 나 자신이 잊고 있던 호기심과 용기를 떠올리게 한다.

디지털 장벽은 단순히 기술적 문제라기보다, 새로운 경험과 낯섦에 대한 두려움과 맞서는 과정임을 깨닫는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노인의 디지털 경험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와 공동체가 만들어낸 맥락 속에서 이해해야 한다.

화면 너머 연결된 사람, 서로 격려하고 웃음을 나누는 경험,

작은 성공을 공유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삶을 조금 더 풍요롭게 만드는 풍경이 된다.


작가의 눈으로 본 노인과 디지털은, 단순한 기술 학습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시선을 바꾸는 과정이다.

작은 화면 속 풍경을 관찰하면서, 나는 다시금 인간이 가진 적응력과 호기심,

그리고 연결에 대한 갈망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 자신의 삶과 글쓰기에도 미묘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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