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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인하지 못한 세대

제1화

by 스윗드림

어머니는 휴대폰을 꺼내 들고 한참을 들여다보셨다.
“이게, 어디를 눌러야 돼?”
그 작은 문장 속에는 단순한 기능의 이해를 넘어선 두려움이 숨어 있었다.


나는 옆에서 자연스럽게 화면을 넘기며 “그냥 로그인하면 돼”라고 말했지만,
그 ‘그냥’이라는 단어는 어머니에게는 전혀 그냥이 아니었다. 스마트폰은 나에게 도구였지만, 어머니에게는 벽이었다.


요즘 세상은 ‘로그인’이 시작이고, ‘비밀번호를 잊었을 때’조차 인증 절차로 연결된다.
은행 업무도, 병원 예약도, 정부 지원도 모두 ‘온라인 전용’. 편리함의 시대가 열릴수록, 접속되지 못한 사람들의 그림자는 길어졌다.


며칠 전, 주민센터에 갔을 때다. 키오스크 앞에서 카드를 들고 서 있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직원은 “그거 말고 이거 눌러야 돼요”라고 말했지만, 그분은 “이거 누르면 돈 빠지는 거 아니야?” 하며 손을 떼셨다.


그 한 장면이 오래 남았다. 기술을 모르는 게 아니라, 기술을 믿지 못하는 세대.

세상은 점점 더 빠르게 온라인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그 흐름에 발을 담그지 못한 사람들은 점점 ‘오프라인의 외딴섬’으로 밀려난다. 정부는 디지털 격차 해소를 이야기하고, 기업은 “누구나 쉽게”를 외치지만, 정작 그 ‘누구나’ 속에는 로그인하지 못한 세대가 빠져 있다.


어머니는 결국 나에게 폰을 건넸다.

“너가 좀 해줘라.”

나는 대신 인증번호를 눌러드리면서, 문득 생각했다.
진짜 디지털 포용은 기술을 주는 게 아니라, 기다려주는 게 아닐까.


편리함은 더 빨리 가려는 사람을 위한 방향이 아니라,
뒤에 남은 사람의 속도를 맞춰주는 일일지도 모른다.


어머니는 로그인에 성공하고 나서 내게 미소를 지었다.
“됐다!”
그 작은 성공이 그렇게 환하게 빛날 줄은 몰랐다.


그날 이후로 나는 로그인 창을 볼 때마다 생각한다.


세상은 얼마나 많은 사람을 아직 기다려주고 있을까.


이 모든 게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이지 않을까? @ Rahul Chakraborty,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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