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일몰을 향해 가는 길》이라는 산티아고 순례길 독립출판 여행기를 쓴 이후 꽤 오랜 공백을 보냈다. 퇴근 후 취미 정도의 수준으로 글을 쓴다는 주변의 시선을 이겨 내고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글감을 찾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브런치를 통해 다시 글쓰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지금의 나를 위한 글쓰기를 하겠다며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리고 좌우명처럼 현재 진행형으로 살아가는 오늘의 이야기를 쓰겠다는 말도 자기소개에 적어 두었다. 그런데 지금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과거 속 물건과 기억을 끄집어내어 글을 쓰는 내가 요 며칠 사이 얼마나 우스운지 모른다.
그렇지만 과거가 있기 때문에 현재를 살아가는 내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아주 먼 희미한 과거의 기억에서부터 바로 어젯밤 꾼 꿈처럼 선명한 과거까지… 과거는 현재를 쓰기 위한 발판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 생각들이 정리되고 나니, 이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에 더는 의구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오래도록 간직하는 물건과 지배하는 기억이 나를 설명하는 가장 좋은 도구라는 확신으로 가득하다.
초기 《버리지 못하는 것들에 대하여》는 '나'라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집이 아닌 인터뷰집으로 기획했다. 이 브런치 북의 〈서로 다른 모습의 초상화〉에서 언급된 스케치 모임이 계기가 되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스케치 모임의 주제로 나는 '버리지 못하는 것'을 꼽았고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과 함께 그 주제로 그림을 그렸다. 물건에 깃든 에피소드를 통해 내 앞에 있는 타인을 이해하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번 브런치 북은 나의 이야기로 엮은 책이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그때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서 형용할 수 없는 색을 지닌 그런 책을 만들고 싶다.
나라는 사람을 소개했으니, 이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차례이다. 당신의 버리지 못하는 것에 대해 함께 나누고 싶다는 미래를 향한 약속으로 글을 마친다. 당신에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