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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m Jan 03. 2023

굳은 몸을 뿌득뿌득 펴보자

내 몸인데 왜 내 맘대로 안 되나요

전신운동인 폴댄스는 고강도의 근력과 유연성을 동시에 요한다. 좁은 폴을 타고 한쪽 팔로 폴을 잡고 그 사이로 몸을 회전하면서 팔이나 다리를 빼내고.. 그러려면 폴을 탈 수 있도록 지탱하는 단단하지만 두껍지 않은 속근육이 있어야 하고, 빠져나가는 몸이 부드럽게 나갈 수 있도록 연체동물처럼 유연해야 한다.


나는 그동안 요가, 필라테스, 수영, 헬스, 복싱 등 다양한 운동을 접해왔다. 그러면서 근력은 부족할지언정 어디서도 유연성 하나만큼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했었다. 선생님들께 유연하다고 칭찬을 받은 적도 꽤 많았다. 다리를 쭉 뻗고 상체를 다리 위로 포개서 몸을 폴더처럼 쭉 뻗는 전굴과, 다리를 양옆으로 쭉 찢어서 180도에 가깝게 만드는 동작도 성공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런데 뭐 하체야 그럭저럭 유연한 게 맞는 듯한데... 문제는 어깨였다. 다년간 고개를 앞으로 숙이고 모니터를 바라보는 자세를 취하다 생긴 라운드 숄더는 폴댄스에 치명적이었다. 내 어깨는 앞으로 숙여진 채 굳어서 동그랗게 말려있었다. 폴댄스를 하려면 굳은 어깨를 밀대로 밀건 몸을 늘리건 어떻게 해서든 뿌득뿌득 펴내서 유연성을 강화해야만 했다.

2022년 12월 9일

통나무처럼 뻣뻣했던 어깨


이 스트레칭은 내가 평소에 폴댄스 개인 연습을 할 때 찾는 지음폴스튜디오 사장님이 알려주신 것으로, 말린 어깨를 펴내고 어깨 유연성을 강화하는 데 매우 좋은 동작이라고 한다. 사진은 12월 9일에 찍은 것이다. 사진처럼 폴을 등 뒤로 잡고 가슴을 쭉 내밀면서 어깨는 끌어내리고, 정수리를 폴에 갖다 대면서 말린 어깨를 펴는 동작인데... 나는 사진 속 저 정도로 펴내는 게 한계였다. 아무리 어깨를 늘려봐도 저 이상 뒤로 넘어가지를 않았다. 자세를 알려주고 옆에서 봐주신 연습실 사장님이 폴댄스 하는 사람중에 이렇게 뻣뻣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할 정도였다.


폴댄스 입문단계에서는 폴에 매달려서 한쪽 팔로 폴을 잡고, 다른 한쪽 팔을 바깥으로 빼서 어깨까지 빼는 동작을 많이 한다. 그런데 어깨가 이렇게 굳어있으니, 폴댄스 입문단계에서 배우는 어깨 빼는 동작을 제대로 성공할리가 있나. 근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유연성이라도 받쳐줘야 하는데, 근력도 부족한데 뻣뻣하기까지 하니 매번 입문수업 진도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


새로 배운 동작이 잘 안 되는 날이면 나는 연습실을 찾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노력밖에 없으니까... 연습실 사장님이 알려준 어깨를 푸는 스트레칭과 마사지, 내가 알고 있는 어깨 스트레칭을 시간을 들여하면서 최대한 어깨를 유연하게 만들고 안 되던 동작을 다시 연습했고 그러면서 하나씩 차근차근 성공해 나갔다. 나는 지금도 어깨를 푸는데만 30분을 쓰는데, 어깨를 풀기 위해 내가 하는 워밍업 중 몇 가지를 아래 소개해본다. 폴댄스뿐 아니라 어깨가 말린 라운드 숄더를 교정하고 어깨와 견갑근 통증을 해소하는 데에 모두 좋은 동작들이다.


1. 마사지볼

마사지볼로 목부터 어깨로 이어지는 부분, 날개뼈 부근, 견갑근 부근까지 전체적으로 꾹꾹 눌러주면서 충분히 풀어준다. 평소에 어깨가 결릴 때도 해주면 좋은 동작으로, 팔꿈치를 위 사진에서처럼 최대한 활짝 펴고 어깨에 힘을 푼 상태에서 다리와 엉덩이를 훌쩍 들어 스트레칭 하고자 하는 부위에만 자극이 가도록 하는 것이 포인트다.


2. 요가링

요가링의 불룩 튀어나온 부분이 내 몸에 닿을 수 있도록 바닥에 놓고 그 위에 똑바로 누워서, 날개뼈와 날개뼈 사이 견갑근에 요가링을 대고 무릎을 굽힌 상태에서 다리와 허리를 들어 올려 위아래로 문지른다. 원리는 마사지볼 스트레칭을 할 때와 같지만 요가링을 쓰면 조금 더 견갑근을 푸는 데 집중할 수 있다.


3. 폴을 이용한 스트레칭

사진처럼 어깨를 쭉 펴는 스트레칭도 있고, 양팔을 폴의 위아래 같은 방향으로 잡고 머리를 바닥에서 수직으로 향하게 한 후 쭉 당기며 늘려주는 스트레칭도 있고, 팔꿈치를 굽혀 팔로 'ㄴ' 자를 만든 다음 벽이나 폴에 대고 팔꿈치부터 팔목까지 폴에 대고 꾹 누르면서 늘려주는 방법도 있다.


4. 고양이 자세

마지막으로 요가 수련법인 고양이 자세로, 매트를 깔고 바닥에 엎드려 웅크린 상태에서 팔을 쭉 뻗어 겨드랑이가 바닥에 닿게 한 후 배에 힘을 주고 심호흡을 한다. 말린 어깨를 펴는 데 정말 좋은 동작이지만, 코어를 단단하게 잡지 않으면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보통 이 정도 워밍업을 기본으로 하고 그 다음 하체 스트레칭과 스쿼트, 플랭크, 레그레이즈 등 근력강화 운동을 하면 총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나 같은 경우 특히 어깨가 많이 굳어있고 심한 라운드 숄더라 어깨를 푸는 데 집중하는데, 사람들마다 체형이 다르고 자기 약점이 다르기 때문에 내 몸에서 유연성이 안 좋은 부분을 더 많이 풀어내는 것이 워밍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2023년 1월 2일

3주 만에 활짝 펴진 어깨


그렇게 매일 스트레칭을 하고 노력한 결과 보시다시피 지금은 정수리가 폴에 닿는다! 3주 만에 이만큼 발전했으니, 앞으로는 더욱 유연해지지 않을까 기대를 하고 있다.


어깨가 유연해지니 처음에 되지 않던 동작도 이제는 곧잘 된다. 클라임으로 폴에 올라가서 다리를 곧게 펴서 선 상태에서 왼쪽 손을 컵그립으로 잡고 오른쪽 어깨를 폴 안쪽으로 빼서 양손을 다 놓는 일명 십자가 자세라는 게 있다. 입문수업 4회 차쯤에 그걸 배웠는데 같이 들었던 수강생들 중 유일하게 나만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했을 때 속이 상했고, 나는 속으로 내가 폴댄스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 아닐까? 내 체형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을 했었다. 지금 보니 그냥... 어깨가 유연하지 않았고, 동작이 익숙하지 않았던 것뿐이었다.

(왼)2022년 12월 10일 (오른)2022년 12월 31일

위에서 말한 '십자가'라는 자세. 처음 학원에서 했을 때 저 자세가 잘 안돼서 선생님이 내 몸을 잡고 만들어 줬지만(왼쪽 사진이 그 결과물) 내 힘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즉, 실패한 것. 그러다 3주 만에 다시 했을 때,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부드럽게 성공! 이렇게 보니 자세가 많이 다르다. 12월 10일은 몸이 앞으로 쏟아질 것처럼 불안하고 위태롭지만 12월 31일은 등으로 폴을 딱 지지하고 있고 무릎사이를 힘으로 더 바짝 조이고 있어서 안정적이다. 어깨로 빠져나갈때도 처음에는 팔을 떼지도 못했는데, 3주 만에 한번에 쓰윽, 유연하게 빠져나갔다. 유연하고 힘 좋으면 못할 동작이 하나도 없다는 점을 앞으로도 명심, 또 명심!


이렇게 내 몸을 유심히 관찰하고, 내 몸의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본 적이 없다. 또한 아프고 어렵고 힘들지만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고통을 참고, 다이어트와 스트레칭과 근력운동까지 열심히 하며 오로지 한 가지 목표, '폴을 잘 타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도 처음이다. 폴을 하면서 몸이 점점 탄탄해지고 가늘어진다. 요즘은 힘이 좋아져서 예전에 못 들던 무게도 번쩍번쩍 들어 올리곤 한다. 열심히 하다 보면 나중에는 내 몸도 더욱 만족스러워지고, 폴을 타는 기술도 더욱 잘하게 되겠지... 얼마 전에 폴 연습실 사장님에게 한 가지 목표에 관해 이야기했다. 선생님(사장님이지만 나는 둘이 있을 때는 선생님이라고 부른다)은 서른여덟 살에 폴을 시작해서 작년에 아마추어 대회에서 1등을 한 정말 멋있는 사람이다. 나도 선생님처럼 2년 동안 열심히 해서 마흔이 되면 폴댄스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전에 기술도 부지런히 익혀야 하고, 연습도 꾸준히 해야 하고, 유연성과 근력도 더욱 강화해야 하고, 폴프로필도 촬영하는 등(이건 그냥 하고 싶어서) 할 일이 많지만 최초로 맞이하는 나의 40대를 폴 스포츠 대회로 시작한다면 다가올 40대로서의 10년을 더욱 멋지고 근사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아, 근데 올해부터 만 나이 도입되니까 4년 뒤에 나가야 되는 건가. 뭐 어찌 됐건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 꾸준히 묵묵히 학원 다니며 배우고 연습해야지. 친한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 '연애는 하는 만큼 안돼도, 운동은 하는 만큼 된다.' 그래. 사람은 배신해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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