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바람을 타고

바람과 사랑의 상관관계

by 허니베리




연인 또는 아내가 “자기, 나 사랑해?”라고 물으면 뭐라고 답하시는지?






상한과 연애를 시작하고 달달한 분위기에서 이 질문을 던졌다.

자기, 나 사랑해?


상한이 시선을 회피하며 답했다.

난 사랑이 뭔지 몰라.



나는 용감하게도 사랑이 뭔지 모른다는 사람과 결혼한 뒤, 깜빡하고 다시금 같은 질문을 던졌다.

자기, 나 사랑해?

상한이 으로 들어가더니 메시지를 보냈다.

지금, 싸우자는 건가?



한집에 살면서도 바쁜 상한과 대면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다. 밤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거나, 새벽같이 일어나야 얼굴을 볼 수 있다. 나는 체질상 늦게 잘 수는 있어도, 일찍 일어나는 것은 어려운 사람이다. 따라서 결혼 후 그에게 출근 인사를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다.


더위가 찾아온 뒤부터 아침에 일어나면 안방 선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어휴, 이 사람 오늘도 또 선풍기 안 끄고 나갔네.’ 투덜대며 아침을 시작했다.


어느 날 새벽에 잠에서 깼는데 다시 잠이 오지 않아 어둠 속에서 가만히 누워있었다. 잠시 뒤 남편이 출근 시간에 맞춰 살며시 일어났다. 제일 먼저 화장실로 향할 줄 알았는데 삑삑 하고 선풍기를 조작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는 척하며 지켜보자, 그는 내가 누워있는 쪽을 향해 선풍기 방향을 돌려주고는 작동 시간 예약을 했다. 계산해 보니 내가 씻고, 화장하고, 출근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었다.

그 뒤로도 며칠 동안 불면증으로 뒤척이다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남편을 발견했다. 심지어 전날 밤 다툼이 있었던 날에도 동일하게 선풍기를 틀고 시간 예약을 했다. 나 같으면 문 꼭 닫고 난방을 틀어놓고 나갔을 텐데 말이다.



다음날 새벽 두 시에 갈지자걸음으로 들어온 그에게 질문했다.


“당신, 그동안 아침에 나 더울까 봐 선풍기 틀어주고 타이머까지 맞춰놨지?”


“어떻게 알았어?”


“새벽에 지켜봤지. 당신의 그 행동이 뭔 줄 알아?”


“뭔데?”


그게 사랑이라는 거야.


남편은 3초 정도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아, 똥!"을 외치면서 화장실로 달려갔다. 부끄러워하기는...


사랑이 뭔지 모른다고 말하는 세상 까칠한 남자이지만, 새벽녘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주는 그의 손끝에서는 사랑이 뚝뚝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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