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건 적어도 상위 1~2% 아니, 아량 베푼다 쳐도 상위 5% 안에 드는 미인들에게 쓰는 말이야. 자기 고등학교 때 한 반에 몇 명이었어? 50명이라면 두, 세 번째 안에는 들어야 하는데 그랬다면 예쁜 거고.”
아, 지금 생각하니 욕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당시 나는 미쳐있었다. 그에게 말이다. 이공계 출신답게 숫자와 수치로 설명하는 그가 어찌나 명석해 보이던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며 다시는 이따위 바보 같은 질문을 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강산이 한 번 변하는 동안 나의 외모 역시 변했다. 강의 폭이 넓어지듯, 산사태가 나듯 몸과 얼굴의 형태가 바뀌었다. 하지만 아무리 못난 엄마라도 아이들은 자기 엄마를 세계에서 제일 예쁘다고 한다. 대부분은.
희망을 걸고 아들에게 물었다.
“엄마 예뻐?”
자기 아버지를 쏙 빼닮은 늦둥이 초 1 아들이 답했다.
“아무래도 30대 젊은 엄마들과 같을 수는 없지.”
최근에 많이 아프면서 붓고 머리도 빠지고 얼까지 빠져 팍삭 늙어버렸다. 어느 날 퇴근을 한 남편이 초라한 행색으로 앉아있는 나를 힐끗 보더니 중얼거렸다.
당신, 예쁘다.
이 사람이 취했나 싶었는데 멀쩡하다. 놀리는 말투도 아니다. 볼을 타고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나조차 자신이 예쁘다 생각하지 못할 때 예쁘다고 해주는 남자라니. 그는 자신이 사랑을 모른다고 말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밖에 모르는 남자다. 이렇게 감동 주려고 젊을 때 그 말 아껴놨구나. 큰 그림 잘 그리는 명석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