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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28. 2023

매일 또 한 걸음, 두 걸음.

에필로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상담을 받은 지 올해로 8년차, 나는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다.

     

처음 경계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았을 때가 생각이 난다. 아니, 나는 사실은 진단을 받기 훨씬 이전부터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통해서 내가 혹시 경계성 성격장애가 아닐까? 라는 의심을 수도 없이 해왔다.  

   

몇몇의 치료자들은 나에게 아니라고 했다. 그 성격장애는 함부로 진단 내릴 수 없고, 그러한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들은 수도 없이 널렸다고 말이다. 그래서 조금은 안심을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았다.      


경계성 성격장애도 아니라면, 나의 이러한 특성들은? 증상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한 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처음 정신과 의사에게 진단을 받은 날.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 내가 그냥 이상한 게 아니었고, 정말 질병이 있었던 거구나. 아팠던거야. 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 작은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진단을 받고 점점 더 심해지는 나의 증상들에 나도 사실은 많이 무섭고 두려웠던 것 같다. 정말로 교과서적인, 그런 증상들이 내게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치료자와 사람들은 말했다. 성격장애라고 해서 너무 그것에 몰입하거나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이럴 때 내가 이런 모습이 나오는 것이고. 또 저럴 때 그런 모습이 나오는 것일 뿐. 인지하고 있으면 된다고. 그들은 나를 함부로 ‘성격장애’ 라는 틀 안에 가두지 않았다.    

  

오히려 이해가 간다고 말해줬던 사람들. 치료자들. “내가 너라도 그랬을 것 같아”, “내가 너와 똑같은 과거 경험들을 했다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아”, 라고 말해준 사람들. 어찌보면 나는 참 좋은 사람들 속에서 무수히 많은 위로와 공감들을 받아오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사실 글을 쓰면서 가장 받고 싶었던 것이 이해와 공감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마냥 불쌍하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그런 글이 쓰고 싶었다. 늘 사람들로부터 받고만 싶다고 그렇게 생각해왔지만, 사실 이 글을 쓰면서 가장 위로받았던 건 나 자신으로 부터였던 것 같다.    

  

부디 이 이야기를 읽어주신 분들이 모두 스스로의 삶 속에서 위로와 공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까지 글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드리고 싶다.      


저와 발걸음을 나란히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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