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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작가 Sep 28. 2023

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마음이 아무는 이야기 - 상담 후 단상

어른이 되어간다는 것은 그리움을 마음 한켠에 품고 사는 일  

   

그리움.

그리움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얼마 전, 아니 꽤나 오랫동안 빈번하게 나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나간 인연들, 소중했던 사람들을 말이다. 이렇게 그리워하는게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너무 고통스럽고 아픈 느낌이라 나는 그리움 자체에 대해서 안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현재의 내 삶에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리움이라는 단어 자체가 과거에 초점을 둔 단어이긴 하지만, 간혹 어떤 사람들은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과거의 인연들이었다.      


사람들을 오랫동안 그리워하다 보면, 죄책감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걸 알 수 있다. 그 때 내가 그사람에게 좀 더 잘해줬더라면, 혹은 그 때 그사람에게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과 같은 말들처럼 죄책감이 튀어오른다.      

사실 나는 아주 오랫동안 죄책감에 시달렸다.     

 

사람들을 그리워하는 일이 왜 고통스러웠냐 묻는다면 죄책감 때문이기도 했다. 어떤 인연은 정말 너무 자연스럽게,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기도 했지만, 꽤나 많은 인연들이 내게서 떠나간 인연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을 붙잡기도 하고, 그저 물처럼 흘려보내기도 하고, 내가 더 나서서 그들을 떼어내기도 했다.      


과거의 인연들을 떠올리면 이렇게 과거에 내가 했던 말들이나 행동들이 생각이 나고, 또 현재 그들이 내 곁에 없다는 것에 대해서 드는 공허감과 죄책감이 있었다. 때로는 그들을 그리워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왜냐면 나는 그들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했기 때문에.     

 

얼마 전에도 이 미칠듯한 그리움을 잔뜩 안고 괴로워하며 상담에 갔다. 내 이야기를 듣던 선생님은, 자신의 기억을 곰곰이 되새겨 무언가를 찾는듯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나에게 말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저한테도 그리운 사람들이 몇 있네요... 중고등학교때 한창 친했던 녀석들.. 그 친구들이 지금 어디서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그때 워낙에 친하기도 했으니까.. 근데 그렇다고 지금와서 먼저 연락하기도 애매한.. 그런 친구들이 있어요. 또 그때 학창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그 때를 떠올리면 좋은것도 있지만 나쁜것도 동시에 다 떠오르는.. 그런거같네요"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깨달았다. 아... 그리움, 이 감정은 나도 느끼고 선생님도 느끼는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인거구나... 그리고 선생님에게 다시 물었다. "다들.. 다른 사람들도 다들 이렇게 그리움 한켠에 품고서 사는거겠죠?"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럼요 그럼요, 다들 그리움 한 조각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거에요" 선생님에게 이 보편적인 감정에 대해 확인 받고 나니, 갑자기 내가 안고 있던 그리움이라는 녀석을 조금은 덜 미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간 것이니까, 그 때 당시엔 나도 어쩔수 없었으니까. 그리고 그때의 나에겐 그게 최선이었을테니까.. 물론 그때의 그 지나간 사람들도.. 그들에게도 그게 최선이었을테니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마음 한켠에 그리움을 품고 사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를 떠올리면 너무 즐겁고 소중한 추억의 한 장면이 생각나기도 하고, 또 안 좋은 기억은 안좋은것대로 떠오르기도 할테고. 하지만 그때 함께했던 사람들에 대해서는... 또 알수없는 복잡미묘한 감정들로 이루어진 추억으로 남게되고.. 당시엔 정말로 친하고 둘도 없는 친구였다가도, 세월이 흐르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일을 하며 살아가는 친구들을 생각하면, 언제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도 막상 먼저 연락하기엔 꺼려져서 멈칫 하고는 다시 예전 추억들을 회상하곤 하는..... 그런 그리움이라는 녀석 말이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며, 서로의 존재에 대한 인식도 없이 지내다가, 어떤 물건, 어떤 장소, 혹은 어떤 음식을 볼 때에 그 친구를 떠올리고 추억하는 일. 어릴 때 처럼 마냥 좋다고 다가가서 연락하거나 집 앞에 찾아가지는 못하더라도, 먼 발치에서 서로의 안녕을 빌며 함께 했던 옛날을 추억하는 일. 이게 어른이 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설령 그 인연이 악연이었든, 우연이었든, 절친한 사이였든간에 말이다.  

    

우리는 계속 세월 앞으로 나아가고, 추억은 점점 더 뒤로 가고, 친구들은 점점 멀어지고, 하지만 어느 바쁜 일상 속 하루에 생각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걸로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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