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이 애기는.. 제가 안지가 1~2년 정도 되어서 깨달은건데.. 그래서 그동안의 다른 치료자들한테 아무한테도 안했어요. 너무 늦게 깨달아가지고.
상담자: 뭘 깨달았을까?
발걸음: 그게.. 제가 옛날에.. 고등학교 다니고.. 사실 제가 이게 고1때 다니고 고2 여름에 자퇴를 했는데 고2 올라갈 때 문과/이과 선택을 하잖아요. 근데 제가 사실은 완전 문과형이잖아요. 숫자나 컴퓨터 이런거는 완전 젬병이었거든요.
상담자: 완전 문과죠.
발걸음: 네 근데 제가 그때 이과를 선택했어요.
상담자: 어째서?
발걸음: ㅋㅋ되게 이유도 황당해요. ㅋㅋㅋㅋ
상담자: 멋있어보였나? 엄마가 하라고 했나?
발걸음: 그 이게.. 제 성격장애의 증상일수도 있는데.. 저는 그렇게 느껴졌거든요..
상담자: 저 정답!! 문과가 너무 하고싶은데 거기가서 실패하면 너무 속상하니깐 이과를 선택했다!
발걸음: (도리도리) 아니에요.. 땡!!
상담자: 아닌가요? 이제 모르겠다 ㅜㅜ
발걸음: 뭐냐면.. 제가 이게 관계랑 연관이 있어요. 고1때 E랑 친구였잖아요. E는 문과였어요. 근데 E랑 다른 같이 어울리던 친구들이 있었는데. E가 다른 애들이랑 노는게 너무 질투가 났던거에요. 그래서 걔가 날좀 봐줬으면 했어요. 그리고 추가로, 이과를 가면 음악을 들어야 했고, 문과를 가면 체육을 들어야 했어요. 저는 근데 체육이 너무 싫잖아요. 그런 이유도 있었는데.. 근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죠. 왜냐면 저는 수학을 너무 못했으니깐. 근데 E가 문과를 가고 다른 애들도 문과를 갔단 말이죠. 한 두명만 빼고. 저도 근데 이 마음을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좀 걔가 날 좀 봐줬음했어요. 내가 다른 과로 바뀌니깐 같은 반도 안돼고. 하니까 약간 질투심 유발? 이런걸 하고싶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이제 이과를 덜컥 갔어요. 말도안되게. 수학도 못하는데. ㅋㅋㅋㅋㅋ 근데 막상 이과를 가니깐 너무 힘들고 외로운거에요. 다른 친했던 애들이랑도 수업듣는 건물도 다르고 해서 만날수가 없는거에요.
상담자: 그쵸.. 다른 친구들 다 문과갔는데.. 나만 반항심으로.. 그랬으니..
발걸음: 네 맞아요 반항심이었죠. 근데 고2 여름에 문과로 전과를 할려고 했어요.. 근데 이제 사유서 같은 걸 써서 제출해야 하는거에요. 제가 막 왜 문과를 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구구절절 써서 내고 선생님들이 인정해주셨어요. 그래서 그때 여름방학 끝나고 전과를 하기로 하고, 반이 정해졌었어요. 7반이라고 했어요. 근데 거기 옛날에 중학교 때 친했던 친구가 그 반에 있었던 거에요. 중학교때 되게 친했었는데 고등학교 오면서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친구였어요. 그 친구가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서, 미니홈피에 막 새 친구랑 찍은 사진들 계속 올리고 이런걸 보면서 제가 많이 질투가 났었죠. 쟤는 이제 나같은건 친구도 아니구나.. 라고 생각들어서 마음이 홱 돌아섰는데. 하필 전과하게 됐는데 그 친구네 반이라는거에요. 아 정말 너무 싫은거에요.
상담자: 아니이~ 니가 갔잖아- 니가 문과를 안가고 니가 이과간 다음엔 니가 전과를 해서 니가 그반에 갔는데.. 니가 왔는데 날 싫어한다구?
발걸음: ㅋㅋㅋㅋㅋㅋㅋ 아 정말 너무 싫은거에요- 제가 만약 그 반에 가서 걔랑 같은반이 된다면 정말로 미칠 것 같은거에요. 걔가 다른 친구들이랑 노는걸 계속 봐야 하는거잖아요. 정말로 너무 끔찍한거에요. 죽고싶을정도로. 그래서 결국은 자퇴를 했어요.
상담자: 그 이유가 가장 컸던거에요? 이 반에서 그 친구랑 같이 있는게?
발걸음: 네 그게 제일 컸어요..
상담자: 아 그렇구나..
발걸음: 그래서 그때도 그런 선택을 한게.. 예전에는 약간 제 성격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는걸 몰랐는데. 그냥 그랬나보지~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이게 되게 충동적이잖아요. 충동적인 이유와 충동적인 선택이잖아요. 모든게.
상담자: 충동과는 조금 다른게..
발걸음: 달라요?
상담자: 아 그니깐 결과적으로는 이게 충동적인거지만, 충동은.. 나 이과가고싶다! 이과를 간다! 나 전과하고 싶다! 전과를 한다! 나 자퇴하고 싶다! 자퇴를 한다! 이게 충동인데.. 우리의 그것은 걸음씨가 마음에 안드는게 있는데, 내 성에 못이겨서 선택을 한거잖아요. 그니까 충동이 아니라, 나는 도저히 이 10초를 못견디겠어서 뛰쳐나가는걸 충동이라고 하진 않잖아요. 그 불편감과 불쾌감을 견디질 못하니깐.. 그니까, 걸음씨가 그래서 에너지가 많은거에요. 에너지가 없으면 이 불쾌감을 안고 슬퍼만하고 우울하기만 하겠죠. 그치만 걸음씨는 힘이 있으니깐, 그 힘을 뛰쳐나가는데 쓰는거죠. 그래서 이거는 결국.. 지난 상담때 제가 한 얘기와 일맥상통이 되는거죠.
발걸음: 어떤게요?
상담자: 내가 쟤네랑 놀고 싶으면, 혹은 놀기 싫으면, 걸음씨가 나도 껴줘! 나도 같이 가자~ 해야하는데..
발걸음: 네 맞아요 그걸 못하니깐..
상담자: 싫은 부분이 있으면 싫다고 해야하는데 아마 그때는 또 웃으면서 갔을거고. 좋은거는 또 못하고 기다리고 하면서 엇갈리다 보니깐.. 자연스레 사이가 멀어졌고. 전과해서 만났을 때는 이미 돌릴수가 없으니깐.
발걸음: 네 맞아요.. 그래서 어쨌든 고등학교때도 이과를 가고 전과를 하고 자퇴를 하고 뭐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굉장히 뭔가..
상담자: 충동적이라고 표현해도 돼요.
발걸음: 네 뭔가 되게 충동적이기는 했고.. 정상적이지도 않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나중에 유학을 갔잖아요. 유학을 갔을 때도 사실 거의 비슷한 마음이었어요. 그때도 E랑 되게 친했는데.. 막 E한테 계속 화가 나는 거에요. 얘는 왜 자꾸 내가 원하는대로 안 해줘? 이런 생각을 하면서 계속 삐뚤어졌었어요. 그래서 불만을 친구한테 토로하고 욕을 하고 카톡 계정도 막 삭제했어요. 그 친구랑 연 끊으려고 완전 유령인것처럼 잠적했다가, 갑자기 다시 나타나서 잘못했다 그러고. 그때 또 우리 집안 사정도 있었고.. 집에서도 맨날 싸우고 난리가 나있고 하다보니, 한국에 있는 게 너무 싫었어요. 하나뿐이던 친구 E도 나한테... 걔가 나한테 막 사랑하는 관계처럼 올인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되니깐. E도 자기 가족, 친구 있다보니.. 나보다 더 소중한 많은 것들이 있으니깐.. E를 좀 안달복달하게 만들고 싶었어요. 일종의 협박처럼.. 내가 멀리 떠나버린다! 와 같이 표현을 하면서.. 나 떠난다. 이런 식으루.. 떠났던 거 같아요.
상담자: 그치 고등학교때 문/이과랑 다 비슷한..... 지금도 사실 그런 패턴은 다 남아있기는 하니까요. 근데 제가 듣기에는 지금이 막 +100., -100을 오간다면, 그때는 진짜 심했네요. +3000, -5000 이랬으니깐.. 인생을 걸고 뛰쳐나가고.
발걸음: 네 맞아요. 유학도 쉬운 결정이 아닌건데 그렇게 뛰쳐나가고 자퇴하고 다 해버리니깐.
상담자: 그니까 오히려 자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면 많은 고민을 할텐데. 반대쪽이 싫어서 그렇게 움직인 거니깐. 이것만 아니면 돼! 같은 느낌이라서 선택을 막 할 수가 있었을거고. 지금은 좀 다른게, 걸음씨도 얘네가 소중하기는 하거든요. 직장도 소중하고 이것도 소중하고 삐약쌤도 소중하고를 하니깐. 본능은 또 뛰쳐나가야하긴 하는데, 차마 그래도 난 이걸 놓으면 피곤해지는걸 아는데? 하면서 약간 사회에 물이 잘 든 것 같아요. 원래 이렇게 좀 얽매이면서 사는거니깐. 그땐 진짜 그거 하나만 바라보고 뒤로 돌아가는 거니깐.
발걸음: 그래서 얼마 전에 그때 생각을 하면서. 나 나그때 좀 이상했던거같애.. 라는 생각이 들긴 했거든요. 그런 과정들이 뭔가 정상인은 아닌거같애..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거를 좀 상담에서 나눠보고싶었어요.
상담자: 제 입장에서는 근데 지금 양호해졌구요. 괜찮아졌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슈기는 했고. 하지만 지금도 사실은 똑같다는 거에요. 삐약쌤한테 나 죽을거에요. 라고 얘기하는거..
발걸음: 네 맞아요 협박하고..
상담자: 협박..? 이게 통해야 협박인데. 물론 신경이 쓰이지만 음.. 협박의 목적이 좀 옛날에 비해 수수해진 거 같아요. 죽겠다고 말은 예전 친구 E한테도 했겠지만 지금 속에 든 것은 뭐.. 나 이번에 진료 맨 마지막에 넣어줘요 일수도 있고, 나 진료 왔는데 왜 반갑게 안맞아줘요.. 일수도 있는거구.
발걸음: 약간 투정부리는것처럼..
상담자: 그것에 맞는 자그마한 협박이어도 될거같은데. 습관적으로 그냥 항상 제일 쎈 것을 들이미니깐. 무엇을.. 지금의 걸음이가 원하는걸까..를 상대방이 캐치하기가 쉽지는 않을거 같아요.
발걸음: 근데 그 옛날에 학교 때 일 같은걸.. 1~2년 전에 깨닫기는 했는데 이걸 얘기하기가 너무 부끄러웠어요. 되게 창피했어요. 그런 이유로 학교를 때려치고 전과를 할려고 했다 생각하니깐. 제가 생각해도 너무.. 아.. 겨우 이것 때문에? 겨우 그 질투심 때문에? 라고 생각하니깐 너무 챙피한거에요.
상담자: 질투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사람도 죽이고 전쟁도 일으키고 다 해요~ 수천만명 죽이고.. 돈 훔치고 부모자식 다 버리고 하잖아요. 엄청 되게.. 중대한 주제에요. 질투심이라는게. 전혀.. 가볍지 않죠.. 그니까 걸음씨가 그당시에 그렇게 격렬했던 것을.. 받아들였으면 좋겠어요.
발걸음: 받아들여요?
상담자: 나 E랑 진짜 많이 친하고 싶었구나.. ! 나 이과에서 진짜 힘들었나 보구나. 너무 힘들었구나~ 라고 이제는 해줄 수 있어지면 좋죠. 지금 말이 좀 그런게.. 깨달았다는건 내가 예전의 기억에서 뭔가 좋은 것을 끄집어냈다 라는 것이 되어야 할거같은데.. 지금은 사실 인지만 한거에요. 내가 그 당시에 이랬음. 이런 이유로 그랬음. 까지가 되어있는거고. 그것에서 걸음씨가.. 그로인해 지금 이런 것을 느꼈답니다. 지금은 그래서 그때와 다르게 이렇게 하고있어요~ 까지가 되면 깨달아서 변화까지 한 거겠죠. 뭐 말로는 안했지만 결국엔 느끼고 있는거죠. 걸음씨가 지금까지 직장을 때려치우지 않고 다니고 있는거고. 팀장님 휴가간동안에 뒤집어 엎지도 않았고. 잘 하고 있어요. 잘 하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다 걸음씨의 지금과 같은 것을 함축해서 아주 짧은 시간안에 훅 느끼고 빨리 지나가죠. 못느끼는게 아니에요. 아- 더러워서 때려치워야겠다! 아씨.. 하고는 담배 피우거나 친구랑 점심 먹으면서 아~ 그럴수도있지 하고 10분만에 되돌아오는거죠.
발걸음: 아.. 10분만에?
상담자: 근데 걸음씨는 이게 한참 걸리는거고.
발걸음: 네 오래 걸리죠.. ㅎㅎ
상담자: 더 한참 걸렸었으니깐.. 자퇴를 할정도로.. 길었으니깐.. 어마어마하게 줄었어요 지금은. 그니까 괜찮아요. 아마 지금도 직장생활 계속 하면서. 억지로 어쨎든 계속 단련이 될거니깐. 점점점 괜찮아질거라 생각해요.
발걸음: 옛날에는 인지도 못했어요. 그냥 친구관계에서 질투가 났고 하는 등의 관계에서의 문제들을 회피하고 싶었던거같아요. 그래서 그것을 두루뭉술하게 잘 포장을 해서 아 그냥 뭐 자퇴했어요- 하고싶어서 했어요- 라고 다른 치료자들 앞에서도 말하고 그렇게 넘어갔었거든요.
상담자: 언젠가 변화를 했다면... 걸음씨가 E한테 좀 미안하다라는 느낌을.. 꺼낼 수 있게 된 순간부터가 아마 좀 달라졌지 않나 생각을 해요. 그거는.. 결국 내가 그냥 받아들인거니깐. 내가 친구한테 좀 부족했다. 잘못했다. 그런 시점부터가 아마 변화였겠죠.
발걸음: 네.. 그런 것 같아요..
상담자: 이제 사춘기 들어서면서.. 발걸음도 자아가 좀 쎄지면서 나도 원하는거 있는데? 나도 놀고 싶은데? 쟤 맘에 드는데? 라는게 이제야 생기니깐 충돌이 되는거죠. 내가 저기가서 놀자고 하는건, 지금까지 엄마한테 들어보니 또 혼나거나, 너는 뭐 자존심도 없니 라거나 그럼 애들이 널 우습게 본다 라든지가 있을거구. 그러니 말을 걸 수도 없어, 근데 난 놀고 싶어. 방법이 없잖아요.
발걸음: 그니깐 화가 나는거죠.
상담자: 화가 날 수 밖에 없지. 하고 싶은데 안 되는데 어떡해. 그니깐 방법을 모르고 방법이 없다고 느끼니깐 화가 나는 거구. 나름의 그래서 방법을 찾은게.. 확 뛰쳐나가면, 애들이 날 쳐다보니깐. 이게 유일한 방법일 수 있는 거겠죠. 어쩔 수 없이. 그 당시에 걸음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했고. 포기하지 않았으니깐요. 방법 없이 그냥 난 찌그러져가지고 가만히 있어야지. 내가 원하는 건 다 필요없는거야. 무의미한거야. 라고 하지 않았고. 사실은 끝까지 싸웠거든요. 끝까지 싸워서 날 돌아보게 만들려고 하고.
발걸음: ...............
상담자: 이정도면 양호하게 잘 컸어요. ㅎㅎ
발걸음: ㅎㅎ 시간이 너무 오래걸렸어요..
상담자: 오래 걸릴 만큼 깊었으니깐 오래 걸리는 거에요. 문제가 적었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은 없어요.
발걸음: 일단 선생님한테도 제가 그게 안되잖아요. 질문 같은거.. 내가 원하는걸 얻으려고 할때도
상담자: 이거 주세요~ 가 안돼죠.
발걸음: 네 이사람이 나한테.. 이걸 줄거다 라는 확신이 아예 없고!
상담자: 안줄거니깐, 어떻게 할까? 이사람은 나한테 사과를 안줄건데 그 사과를 받아야하는데 어떡하지?
발걸음: 에, 거기서부터 시작하니깐.. 이게 신뢰가 없는거잖아요. 거의 그렇지 않아요?
상담자: 신뢰가 없다고 봐야죠. 사과를 줄 수 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될까?에 대한 가능성 자체가 제로니깐. 없진 않다고 생각하겠지만.. 설마 제로일까? 그니까 이거는 습관일 수 있어요. 모든 인간은 나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을거야! 라고 가정을 해버리면 다 가능한 일이잖아요. 그래서 설명 드렸잖아요. 걸음씨의 성이 있고.. 다들 그 성을 기어올라가고 있다구. 뭐 안들여보내주고 있지만. 삐약쌤두 기어올라가고 있고요. 그 얘기를 한게.. 그런 느낌인거에요. 아~~그러니, (애초부터) 이사람은 안줄거니깐, 어떻게 해야되지..를 고민해서 나오는 방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