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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3. 2018

통영 밤마실

다찌 혹은 반다찌

통영, 사천, 창원 등은 모두 공통적인 음식문화가 있다. 특정 가격대가 정해져 있고 술의 양도 정해져 있으며 사람은 최소 2명 이상이 같이 가야 하며 3~4명이서 가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한 상이 나온다는 점이다. 창원의 마산 통술, 사천 실비 그리고 통영의 다찌가 그 이름이다. 우선 잘 먹으려면 술을 잘 마셔야 한다. 술을 잘 마시면 잘 마실수록 안주가 잘 나온다. 

통영은 낮이든 밤이든, 봄, 여름, 가을, 겨울만의 색다른 매력이 있다. 언제 가도 통영의 바다는 아름답고 특히 밤에 돌아다니면 그 야경에 푹 빠져서 가만히 있게 만든다. 

저 건너편에 보이는 낮은 산도 올라가 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통영의 밤바다 야경도 꽤나 볼만하니 한 번쯤은 올라가 볼 만하다. 저 산은 남망산이라고 하는데 조각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고개를 돌려서 통영의 시내를 보니 색감이 좋다. 루이스 도메네크 이 몬타네르는 "예술에는 환자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필자는 즐거운 풍광을 만나는 여행 역시 환자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치유의 공간이란 좋은 곳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고 따분하다고 생각한 사고를 확장하는 것만큼이나 좋은 치료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또 다른 맛 여행의 출발을 위해 음식점으로 발길을 옮겨 본다. 

봄, 여름, 가을, 겨울마다 다른 맛이 있지만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통영의 맛은 해물뚝배기다. 봄에는 봄 도다리의 담백함과 여름에는 성게알 미역국, 가을 전어, 특히 겨울에는 도미, 통영 굴, 물메기 등 먹을 것이 너무 많다. 한 번에 한 끼만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안타깝기만 하다. 

한 끼 식사를 하고 통영 바다에서 유명한 이순신의 전투 장면을 재현한 공원을 찾아가 본다. 

이곳에 만들어진 조형물은 일반 사람의 크기보다 1.5배 정도의 크기로 만들어져서 더욱더 실감 나 보인다.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에 이순신이 기용되었다."


한산도가 적에 함락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조정은 물론 백성들 또한 어쩔 줄 몰라했다. 선조는 비변사의 신하들을 불러 향후 대책을 물었으나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병조판서 이항복이 조용히 아뢴다.


"이는 원균의 죄입니다. 다시 이순신을 불러 통제사에 임명하옵소서." 선조는 그 말을 듣고 그 뜻에 따랐다. 그 후 이순신은 군관 한 명만 대동한 채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향했는데 이때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어서 진도에 이른 후 군사를 정비하여 적의 공격에 대비했다. 

통영의 유명한 술집이면서 음식점이기도 한 다찌는 두 종류다. 3명이서 들어가서 먹어야 할 다찌는 60,000원이고 반다찌는 30,000원으로 2명 이상이 먹을 수 있다. 반다찌는 조금 가볍게 먹을 수 있고 다찌는 풍성하게 먹어볼 수 있다. 음식의 종류는 집집마다 다르고 그날그날 다르다. 

통영 굴은 통통하기로 유명하다. 해역이 조석차가 완만해서 굴이 유난히 통통하다. 지난번에 먹어본 가오리회는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서 좋았는데 ‘가오리회 무침’은 막걸리처럼 느리게 숙성시킨 가오리회를 갖은 채소와 함께 매콤하게 버무린 안주다.

겨울은 알싸하고 완숙한 느낌의 계절이다. 추운 것은 아쉽기는 하지만 춥기에 실내에서 맛있는 것을 먹으면 더욱더 즐거워지는 느낌이다. 

항구를 따라 천천히 산책을 시작한다. 오래되어 보이는 구시가지를 거닐며 봤던 모든 것들과 임진왜란 당시에 역동적으로 전투를 했을 장면과 해물뚝배기와 통영만의 술 문화가 담긴 다찌를 만나보고 공원에서 주운 조그마한 돌을 집어서 바다로 던져본다. 내가 쥔 돌 하나가 저 바다 어딘가에 빠져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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