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 맛보고 즐기는 문경새재
문경새재에서 예약하기 힘들다는 산채비빔밥집이 있다. 지금 계절에 맞게 건강하게 한 끼를 먹어볼 수 있는 곳이다. 여름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에 몸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것이 있다. 좋은 음식이 아니라 맞는 음식이다. 한 해의 열매를 거두는 것은 여름부터다.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매화가 열매를 맺어 청매실이 나오고 따지 못한 채 나뭇가지에 남아 황매실이 된다. 매실이 갈무리될 무렵이면 자두 철이 온다.
초록의 신록이 우거져서 과실을 맺기 시작할 때 수박이 시원하게 익기 시작한다. 원고 마감 전에는 언제나 시간을 많이 들이는 정성스러운 요리를 하고 싶어 진다는데 필자는 글을 쓰고 나서 정성스러운 요리를 하고 싶어 진다. 무언가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 때 6월의 날씨는 다른 핑계가 된다. 오늘 하루 그냥 보내면 안 되냐고 스스로에게 속삭이면서 이런 좋은 날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 나가는 것이 좋지 않냐며 밖으로 이끈다.
그 유명하다는 집에서 형형색색의 산채비빔밥을 먹어본다. 한 사람마다 먹을만한 찬을 딱 준비해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반찬을 호시탐탐 노릴 필요가 없어서 좋다.
한국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비빔밥은 양반들의 도시 안동비빔밥과 가장 노멀 한 전주비빔밥, 마지막으로 진주성이 자리한 진주의 진주비빔밥이다. 그렇지만 그보다도 더 유명하고 평범하지만 산에 가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대중적인 산채비빔밥이 있다.
문경은 한양에서 영남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목의 중간지점에 있다. 지금은 우회해서 도로가 나 있어서 그쪽으로 갈 수 있지만 내륙 깊숙이 들어가 있는 문경은 육지 속의 섬이라고 할만하다. 산이 높고 골은 깊어서 풍광이 좋은 것은 지인과 함께 가서 충분히 느껴본 적이 있다.
나박김치, 열무김치는 여름에 먹으면 갈증을 해소하기에 그만이다. 따뜻한 밤에 갖가지 문경 산골의 청정 산채와 나물을 넣고 고추장을 한 술을 넣고 쓱쓱 비빈 산채비빔밥은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연의 맛이다. 심플리 인 시즌이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는 음식인 산채비빔밥은 비슷해 보여도 지방마다 고유의 특색이 있다. 일반 그릇보다는 각종 비빔 재료를 넣어 뜨거운 채로 비벼서 먹는 골동반(骨董飯)이 딱 적당하다. 산채비빔밥은 밥과 함께 비비는 재료가 주로 산에서 나는 산나물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비빔밥을 먹었으면 바로 앞에 있는 물썰매를 타보는 것도 좋지만 갈아입을 옷을 가져가는 것이 좋다. 주로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여름놀이다. 달래, 냉이, 씀바귀, 돌미나리, 두릅, 곰취, 수리취, 미역취, 싸릿대, 모시대, 참나물, 잔대싹, 뚜깔, 싱아, 누르대, 돌나물, 머위, 질경이 등등 갖가지 산나물과 곡류로 지은 밥을 한 데 섞어 영양의 균형을 맞추고, 양념으로 맛의 조화를 이끌어 냈기에 여름을 살아가면서 더위를 먹지 않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