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의 맛, 민물매운탕
문경의 맛을 다섯 가지 정도를 꼽으라면 사과, 오미자, 약돌돼지, 약돌한우 그리고 민물매운탕 정도가 아닐까. 고모산성과 문경 토끼비리를 휘어 감으면서 흐르는 영강에는 다양한 물고기가 살아가는 터전이기도 하다. 그곳에서 나오는 민물생선으로 만든 매운탕은 진득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선사해준다. 고모산성이 있는 영강은 사시사철 맑은 물과 풍부한 수량 덕분에 모래무지, 꺽지, 쉬리, 눈치, 메기, 쏘가리, 어르치, 갈변이, 피라미, 돌고기, 참마자 등 각종 민물고기가 서식하는 곳이다.
진남교반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이 음식점의 잡어매운탕에는 잡고기 대여섯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국물이 아주 진하면서도 시원한 것이 특징이다.
음식점에 앉아서 보는 문경의 하늘은 참 가을 가을 하다. 이곳에서 떼 지어 헤엄치는 민물고기는 차가운 물과 급류에 단련이 되어 육질 자체가 탱탱하다고 한다. 맑은 영강이 흐르는 문경은 산세가 좋아 경상북도 어느 지역보다도 먹을 것이 풍족했던 곳이기도 하다. 흐르는 물에 발 담그고 나가 천렵(냇물이나 강가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 잡은 고기는 매운탕 끓여 먹기도 함)을 즐길 수 있었으니 고모산성일대는 천혜의 피서지나 다름없었던 곳이며 지금도 그렇다.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아 피로가 몰려올 무렵, 가마솥에 쏘가리, 붕어, 메기, 피라미까지 갖은 물고기를 적당히 손질해 넣은 후 고춧가루 풀어 끓여 먹는 매운탕은 우리 민족 최고의 보양식이었다. 잡어 매운탕이지만 작은 쏘가리도 보인다. '쏘가리는 천자가 먹었기 때문에 '천자어(天子魚)'라고도 하고, 오뉴월 효자가 노부모에게 끓여 바친다하여 '효자탕(孝子湯)'이라는 별명이 붙었다한다.
임금님 수라상에도 생선국이 자주 올랐다. 조선 말기인 고종 때 대왕대비와 왕비의 수라상에 쏘가리탕이 올랐다는 기록도 나온다고 한다. 조선시대뿐만이 아니라 고려시대에도 민물매운탕을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황제가 직접 ‘고려인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라며 하얀 쌀밥에 생선국을 따로 준비했다는 기록도 나온다.
문경의 바로 이웃 지역에는 괴산이라는 곳도 있다. 그곳도 문경과 같이 민물매운탕이 맛있기로 잘 알려진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은 직접 담근 고추장으로 만든 양념을 사용하는 곳이다.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뒷맛과 담백함이 살아 있는 문경의 민물매운탕은 영강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