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냉풍욕장
보통 사람들이 땅속을 파고 들어갈 이유는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익스트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다 동굴을 찾던가 육지에 있는 동굴을 찾아 들어가는 오지체험을 하기도 하지만 그것은 극히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다. 먹고살기 위해서지만 한국을 지탱하는 산업에 종사하던 사람들이 일하던 곳이 강원도, 충청남도에 있었다. 그중에서 보령의 석탄 광부들이 들어가던 곳은 지금 냉풍욕장으로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냉풍욕장으로 가기 전에 더 시원한 느낌을 받기 위해 냉면을 한 그릇 먹었는데 냉풍욕장의 냉기를 과소평가한 듯하다. 무척이나 냉기가 강해서 그런지 몸속까지 차가운 냉기가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아마 에어컨으로 그런 냉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온도를 내려야 할 것이다.
냉풍욕장으로 가는 길은 석탄광부들이 드나들던 길로 매일 조금씩 지구 속 여행을 하던 사람들의 길이다. 지구 속 여행의 대표적인 소설로는 쥘 베른의 대표작품인 지구 속 여행이다. 광물학자 리덴브로크 교수는 우연히 아이슬란드의 연금술사 아르네 사크누셈이 남긴 암호문을 손에 넣게 되는데 지구의 중심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아이슬란드에 도착한 리덴브로크 교수와 악셀은 스네펠스 반도의 지리를 잘 아는 안내인 한스를 소개받아 함께 본격적인 여행길에 오르는 내용이다.
지구 속을 탐험하는 것은 일부 지질학자나 특정 산업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의 일이겠지만 아주 조금은 지구 속으로 여행하는 경험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이다. 한 여름에는 더위도 잊을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이제 머드축제가 열리기 시작해서 이곳도 지나가는 길에 한 번씩 들러볼 여행지로 인기가 있어질 듯하다. 보령 냉풍욕장을 통해 지구 속 여행을 하는 것은 오는 8월 31일까지이다.
석탄광부들은 비교적 낮은 온도의 광산에서 일했지만 끊임없이 땀을 흘리며 일했다. 어느 정도까지는 낮은 온도를 유지하지만 지구의 온도는 무척이나 뜨겁다. 내핵 모델에 기반해서 보면 철에서의 평균 탄성파 속도는 온도에 따라 크게 바뀌는데 내핵의 온도가 5700K일 때 물성이 거의 완전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따라서 이들은 이 온도가 지구 중심에서의 온도라고 추론할 수 있었다.
차가운 온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식물이 재배되고 보령만의 특산품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령의 방울토마토, 포도, 고구마, 양송이버섯, 무화과는 대표적인 보령의 특산품이다.
전에 왔을 때는 못 보던 특산품이 있었는데 보령 성주산에서 한 여름철 자연분출 냉풍으로 청정 재배한 인삼으로 몸은 차갑게 마음은 따뜻하게라는 콘셉트로 알리고 있었다. 냉풍삼은 뿌리뿐만이 아니라 잎, 줄기까지 먹을 수 있으며 유휴 버섯재배사를 인삼재배사로 시설을 개선하여 하우스 재배를 하고 있다고 한다.
현대에는 산업의 역군이었지만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광부들은 당시의 어떠한 노동자들보다 가장 불안정한 생활을 하였다. 그들은 한 덕대(德大)에게 소속되었을 때도 있었고, 몇 명씩 함께 돌아다닐 때도 있었다.
예전의 일반적인 광산의 경우, 갱구는 한 사람이 출입하기에 넉넉한 정도였고, 갱목은 아예 없거나 낙반의 위험이 있는 곳에만 지주식으로 간단히 세웠다고 한다. 채광이나 송풍시설 같은 것은 생각할 수 없었던 시절과 광부들은 땅 속에 갇혀 일을 하던 석수이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지구 속의 길로 매일 들어갔던 사람들의 흔적을 잠시 느껴볼 수 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역시 쥘 베른이 안내하는 미지의 세계로 정신없이 빠져들게 할 만큼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보령 냉풍욕장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면 지구 속 여행을 하는 것처럼 새로운 기분을 만끽하게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