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장한 보령 석탄박물관
지금도 석유는 검은 황금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중요한 에너지원이자 한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어주는 지하자원이다. 한국 역시 끊임없이 검은 황금을 찾으려고 했지만 7광구 일부에만 있다는 사실 외에 밝혀진 것이 거의 없다. 대신 한국은 중동국가에 비해 정유시설이 잘되어 있어서 역수출을 하고 있다. 석유만큼 가치가 유지되지는 않지만 문명이 발전하는 데 원동력이 된 핵심 자원으로 석탄이 있다. 석유가 등장하기 전까지 자동차는 기름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리고 산업혁명 역시 석탄으로 증기기관을 움직이면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보령 석탄박물관은 개장하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리뉴얼의 필요성이 있었다. 작년부터 리뉴얼이 들어간 보령 석탄박물관은 관광시즌인 여름에 맞추어서 재개장되었다. 칠흑 같은 갱도 속에서 목숨 걸고 일했던 광부의 노고뿐만이 아니라 식물이 말라죽은 후에 완전히 물에 잠겨 공기와 접촉이 차단되면서 부식이 진행되지 않은 것이 열과 압력을 받아 흑갈색 돌로 변한 그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재개장한 보령 석탄박물관 외관은 산 형상을 유지하되, 섬유 강화 재질로 외관을 새롭게 하고, 입구에는 거대한 지주목 모형을 만들어 관람객이 거대 지주목을 통과해 갱도 안에 있는 박물관으로 향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내부 전시관 1층에는 해설과 배움이 있는 장소를 목표로 재구성한 석탄 관련 영상 시청각실, 대형 식물군 디오라마, 석탄의 기원과 이용 역사, 충남 탄전의 역사, 광부의 하루, 광산 장비 등을 전시하고, 2층에는 국내 최초로 대형 인터랙티브 체험시설을 갖춰 광부 체험을 게임을 통해 즐길 수 있는 학습의 장을 만들어 두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동식물은 압력을 받아 다른 존재로 변경되기 시작한다. 석탄이 가장 많이 생성된 시기는 고생대의 석탄기와 폐름기로 전 세계 석탄 매장량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석탄과 관련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는 석탄박물관은 보령 석탄박물관과 문경 석탄박물관, 태백 석탄박물관이 있다. 한창때에는 보령시의 반이 모두 탄광이 있었을 정도로 석탄이 많이 분포하고 있었다. 보령의 지역경제를 이끌던 검은 황금의 역사가 있었다.
석탄을 채취하는 일은 인력이 핵심자원으로 활용이 되었다. 연대에 따라 탄소 함량이 변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묵은 정도에 따라서 등급이 갈리게 된다. 내부에 잔존하는 휘발성 성분의 함량에 따라 구분을 하며 갈탄→역청탄→무연탄으로 진화한다. 세 가지 탄 중 역청탄이 가장 화력이 높고 효율이 좋아서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연소할 때 연기가 나오면 유연탄이고, 나오지 않으면 무연탄. 따라서 무연탄을 제외한 나머지 것들은 모두 유연탄에 포함된다.
대한민국에서 나오는 석탄은 함경북도 일부 지방에서 갈탄, 황해도 연백평야 지역에서 이탄(토탄)이 산출되는 외에는 거의 대부분 무연탄인데, 그 이유는 지형이 오래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탄은 연료로 잘 사용하지 않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위스키를 만들 때 사용되기도 하였다. 당시 만들어진 1948년 산 멕켈란은 특별한 향을 가지게 되었다. 석탄은 엄연히 에너지를 많이 가진 탄소 화합물이므로 국가 비상시에 생존 차원에서 쓰자면 쓸 수 있지만 평화시에 파내 쓰기에는 경제성이 떨어진다.
석탄이 근대화의 산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역사 속에서 석탄이 등장한 사례는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진평왕 31년인 서기 609년 봄 정월에 모지악(毛只嶽)에 땅이 불탔는데 10월 15일에 이르러 꺼졌다는 기록이 있어 이를 현재의 경북 포항시 갈탄 매장 지역으로 추정하며, 비슷한 사건이 고려사에도 명종 10년(1180년) 의연촌에서 일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석탄을 캐기 위해서는 다양한 도구도 필요했고 탄광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구조물을 먼저 설치해야 했었다. 당시 일을 하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았다. 탄소 중 일부가 방사성 탄소이고 석탄을 태울 때에 우라늄과 토륨이 나오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 주변에 사는 것보다, 석탄화력발전소 주변에 살면 0.3μSv/yr로, 방사선을 세 배 정도 더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많은 저감시설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석탄을 캐던 사람들이 웃고는 있지만 탄광 노동은 무지막지한 막노동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특히 굴의 끝을 파고 들어가는 노동이 가장 힘들었는데 이를 "막장"이라고 하며, 현재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는 관용어의 기원이 된 것으로 보인다.
흔히 사람들이 출생의 비밀 등이 등장하는 드라마를 막장드라마라고 부른다. 그 막장이 바로 탄광에서 나온 말이기도 하다. 갱도의 막다른 끝, 즉 갈 데까지 가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곳을 막장이라고도 한다. 석탄과 다이아몬드는 부모 중 한 명이 다른 배다른 형제다. 석탄은 탄소 원자들이 제멋대로 흐트러진 상태이고,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모여 만들어진 정사면체가 가로, 세로, 높이 세 방향으로 반복해서 결합된 결정이다. 보령 석탄박물관은 그 시절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와 석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볼 수 있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