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제삿밥

안동의 맛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물어본다면 제삿밥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집에서 음식을 먹고 자란 탓일까. 평소에 먹는 밥은 짜고 맛없는 음식, 제사 때 먹는 음식은 밍밍하면서 맛없는 음식으로 몸이 기억한다. 삶의 방향이라던가 소신 때문인지 몰라도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 마인드로 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은 노력한 것보다 조금 덜 받으면 문제가 없다. 정작 자기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공으로 무언가 생기기를 바라면 누군가가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MG0A2297_resize.JPG

태풍으로 비가 많이 내린 날이어서 그런지 안동댐은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저 앞에 다리는 안동댐을 상징하는 월영교이다. 안동 지역에 달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고, 안동댐 민속 경관지에 월영대(月映臺)라고 적힌 바위글씨가 있어 월영교라고 하였다고 한다. 원래는 점심을 먹기 위해 왔다가 브레이크 타임에 걸려서 주린 배를 부여잡고 어쩔 수 없이 월영교를 건너가 보았다.

MG0A2305_resize.JPG

월영교도 식후경이라고 하는데 후식경이 되어버렸다. 이 다리는 조선 중기 원이엄마와 그 남편 사이의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사연이 간직된 나무다리라고 한다. 안동댐 역조정지 댐 안에 있으며 국내에서는 가장 큰 목책교로 알려졌는데 건너가다가 보니 안동을 자주 안 오는 분들은 이 다리를 언제 건너가 보냐며 건너가고 있었다.

MG0A2308_resize.JPG

저 앞에 보이는 정자는 월영정이다. 월영정을 통하지 않고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는 없는 곳이다.

MG0A2330_resize.JPG

드디어 브레이크 타임이 지나고 헛제삿밥을 주문하였다.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신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서 이어진 것을 기리고 자신과 후손의 삶이 잘되기를 바라는 의미가 있다. 안동은 유교의 고장이니만큼 제사와 관련된 문화가 잘 보존된 지역이기도 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제사와 관련된 음식이 발달되었고 술 문화와 함께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간이 거의 안되다시피 해서 그런지 몰라도 헛제삿밥은 말 그대로 "헛(참되지 못한) 연간 제사를 위한 밥"을 뜻한다.

MG0A2332_resize.JPG

헛제삿밥 상차림에 포함된 해산물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여 건강에 이롭다고 하는데 한국의 전통음식이며 흔히 쓰이는 고추장 대신 간장과 함께 비벼먹는 비빔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흔하게 먹는 비빔밥과는 비주얼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삿밥이 발달된 곳은 비빔밥도 같이 발달했다. 안동 헛제삿밥과 비슷한 음식으로 전주 헛제삿밥과 진주 헛제삿밥을 꼽을 수 있다.

MG0A2334_resize.JPG

헛제삿밥을 주문하면 혼자 딱 먹기 좋을 정도의 음식이 나온다. 음식을 보면 배추전과 호박전, 두부 전등이 나오고 계란과 산적 약간과 간고등어찜 한 조각 정도가 등장한다. 그리고 탕은 소고기를 넣은 육탕이지만 소고기는 보이지 않고 깍두기처럼 썰어 넣은 무가 보인다.

MG0A2335_resize.JPG

역시 안동이니 안동식혜가 같이 나온다. 안동식혜는 일반적인 식혜와 맛이 달라서 밥을 먹으면서 마치 물김치처럼 같이 먹어도 궁합이 좋다.

MG0A2337_resize.JPG

비비면 이런 비주얼이 되는데 간이 염려가 된다면 딱 먹기 좋은 입맛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다른 찬이 간이 적당하게 되어 있기에 밥과 같이 먹으면 딱 맞는다.

MG0A2362_resize.JPG

안동의 헛제삿밥이 이곳에서 자리를 해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것은 약 50여 년 전으로 올라간다. 안동댐이 건설될 때 이곳에는 수많은 가옥과 문화재가 있었는데 당시 안동의 전통음식을 만들도록 추진하였는데 음식으로 안동 헛제삿밥이 간고등어 정식과 같이 자리하게 된다. 월영교를 건너가 보고 헛제삿밥도 먹었다면 안동댐의 앞을 오가는 황포돛배를 타고 유유자적하게 돌아보는 것도 괜찮다. 배가 많이 고프다면 어떠한 풍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듯하다.

keyword
이전 07화술과 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