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신경섭 고택과 모내기
소만이라는 절기를 앞뒤로 논에는 모내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대부분의 벼농사 지대에서 모내기를 통한 벼 재배를 하고 있는데 못자리의 모를 본논에 옮겨 심는 일이다. 도시에서 대부분이 살아가면서 경제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이때에 모내기의 의미를 잘 모를 수는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오는 기회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때를 맞추는 것은 너무 빨리 해도 늦게 해도 의미가 없다. 때론 시간을 숙성하듯이 오랜 시간을 기다릴 때가 있고 어떤 때는 생각했을 때 바로 움직여야 한다.
농촌에 가보면 모내기를 하기 위한 준비가 한참인 것을 볼 수 있다. 물을 대고 때를 기다려서 늦지 않게 잘 심어야 가을에 황금색 들판을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생각할 것이 있고 과정에서 준비할 것이 있고 거둘 때 해야 될 일이 있다.
사람들이 아무도 찾지 않는 이때에 보령 신경섭 고택을 찾았다. 주변에 논이 있으면서 전원의 분위기처럼 평화롭고 고즈넉한 목가적 풍경이 펼쳐지는 곳이다. 비록 내 집은 아니지만 열려 있어서 내 집처럼 편안하게 돌아보는 곳이다.
이제 몇 개월 있으면 노란색으로 뒤덮이면서 은행나무가 황금색의 물결이 장관을 이루게 될 것이다. 올해 가을은 조용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가을이면 이 일대에서 열리는 은행마을축제가 마을을 들썩이게 만든다. 은행나무로 인해 가을의 색깔이 달라지는 곳에 마을이 형성되고 그 나무에서 수확되는 은행을 모아서 수익원을 올리니 일석이조의 축제이자 소통과 마을 사람들이 하나 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옆에 있는 조그마한 문으로 들어가 본다. 왜 어머니의 정이 있는 문이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신경섭 가옥은 안채가 一자형에 사랑채가 'ㄴ'형이라 합해서 'ㄷ'자형의 구조인데 무척이나 대지가 넓은 곳이다. 이 건물은 사랑채로 누마루를 높이 올려놓기도 했지만 뒷마루가 해가 잘 들어 여름에는 정원을 바라보면 정말 시원하다.
청라 마을에 자리한 신경섭 가옥의 주인을 예전에 우연하게 한 번 만나본 적이 있다. 서울에서 사시는데 가끔씩 내려와서 둘러본다고 한다. 사랑채 중간에 마루를 두어서 대청으로 사용하였고, 나무의 결과 단청의 색은 지금까지도 잘 보존되어 있기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사람이 살지 않기에 보수가 필요한 곳이 많이 있어 보인다.
꼬불꼬불한 마을의 길을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가기는 힘들다. 걷기에 좋은 곳으로 이곳에서 출발해서 청라초등학교도 한 바퀴 돌아보고 근처에 있는 목가적 풍경을 천천히 감상해보는 것도 좋다. 그림을 볼 때 글이 떠오르고 글을 볼 때 그림이 떠오르기도 한다. 풍경을 보고 글을 쓰면서 풍경을 그리고 풍경을 그리면서 글을 쓰듯이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