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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 vs 주꾸미

2022년의 먹거리 선거에서 당신의 선택은?

by 나는 누군가 Mar 08. 2022

2022년의 먹거리를 결정하는 아니 2026년까지의 먹거리를 결정하는 선거를 한다면 어떨까. 그것도 새조개 아니면 주꾸미만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입에서 살살 녹는 살치살이 좋다느니 고소한 맛에 먹는 삼겹살이나 쫀득한 살과 알을 실은 봄 꽃게나 줄돔 등 다른 먹거리는 없다. 무조건 두 개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의 선거는 어떤 의미에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새조개와 주꾸미를 둘 다 좋아할 수도 있지만 오직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 

주변에 있는 전통시장만 가보아도 먹거리가 상당히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이곳에서 다양한 먹거리를 선택할 수 있다. 봄이 되었으니 새조개와 주꾸미가 생각나는 사람들은 이미 먹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한 번도 안 먹어본 사람들은 그 맛이 무엇인지 모를 수 있다. 자신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 외로 그 맛에 푹 빠질 수도 있다. 사람들은 다양하고 입맛도 제각각이지만 어떤 순간에 우리는 단 하나를 강요받기도 한다. 그리고 나머지의 선택은 그냥 묵살이 된다. 

해산물만을 예로 들었지만 봄이니까 이해하고 넘어가 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새조개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주꾸미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새조개는 분명히 주꾸미보다 비싸다. 같은 양으로 배부르게 먹기 위해서는 조금은 무리를 해야 되고 올해 주꾸미 가격이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서 도시의 시장에서 1kg에 27,000 ~ 30,000원 정도에 구입을 할 수 있다. 

무조건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고 하니 새조개를 선택했다고 치자. 우선 새조개를 배불리 먹는다는 것은 약간의 경제적인 고민을 하게 만든다. 보통 새조개는 별미로 먹고 다른 걸로 배를 채우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곳에는 새조개뿐이 없다. 큼지막한 조개껍질에서 내장 등을 제거하고 나니 애게?라는 표현이 절로 나온다. 솔직히 데쳐서 먹어도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우선 먹어봐야 안다. 

새조개는 조개껍데기를 까놓으면 모양이 새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새조개는 씹히는 치감이 닭고기와 비슷해 '조합'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양식이 되지 않는 새조개는 자연산으로만 구해서 먹어볼 수 있으며 드러내 놓는 단맛이 아닌 은은한 단맛에 쫄깃한 식감이 입안에서 우러나기 시작한다. 옹호론자 입장에서는 새조개는 봄에 먹을 수 있는 별미다. 반면 주꾸미 옹호론자는 딱 보기에도 간에 도달하지도 않을 그런 모습이다. 

역시 주꾸미는 같은 값이라면 새조개에 비해 쫄깃한 식감도 오래갈뿐더러 한 마리에 다리가 여러 개 달려 있어서 먹는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제철 주꾸미는 크기도 클뿐더러 알도 실었다. 잘 익혀진 알을 한 번 맛보면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새조개의 식감이 주꾸미 다리보다 좋다고 치자. 그렇지만 알의 그 쫀득함은 어떻게 할 것인가. 타우린과 베타인 성분까지 들어가 있는 새조개라지만 주꾸미는 시력 감퇴 방지뿐만이 아니라 해독작용, 심장기능을 강화해주는 효능이 있다고 한다. 

주꾸미가 뜨거운 물에 익혀지는 과정을 보는 것이 가학적이라고 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히 신선한 생물을 먹게 된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새조개에서 그런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 살짝 데쳐진 주꾸미의 다리는 아삭아삭한 느낌마저 좋다. 게다가 더 익혀야 먹을 수 있는 주꾸미 알을 기다릴 수 있지 않은가. 

사실 새조개나 주꾸미 모두 각기 맛의 매력이 있다. 두 먹거리 중에 꼭 하나만을 선택해야 되는 것이 오늘날의 선거가 아닌가란 생각을 한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공격하고 나서야 주도권을 잡는 것은 새조개의 달달함도 주꾸미의 쫄깃함도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두 먹거리의 유일한 단점을 오래 끓이면 질겨서 맛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 자리에 머물지 않음에 균형적인 삶의 맛이 있다. 아무리 좋은 새조개와 주꾸미를 사 왔다고 하더라도 때를 놓치면 본래 맛을 모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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