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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의 가치

최고의 투자는 소비하는 마인드를 어떻게 보느냐다.

산골의 현자처럼 살아가지 않으려면 사람들은 일정정도의 소득은 필요하다. 국가에서 재정수지가 중요하듯이 개개인에게도 재정수지가 중요하다. 벌어들이는 소득보다 나가는 소비를 지속적으로 많이 하게 된다면 결국 개인의 재정은 파산상태에 이르게 된다. 문제는 이곳저곳에서 돈을 많이 버는 방법만 말할 뿐이지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궁핍하게 살지는 않더라도 살아가면서 어느 정도의 소비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어떻게 소비하면서 살아갈지와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서 소비하면서 살아가지 않으면 된다. 좋은 차를 타는 것이나 명품, 과시욕등은 모두 소비와 관련이 되어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제어가능한 월소득 내에서 해결하면 문제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매월 들어오는 소득을 모두 써버리게 되면 소득이 없어지게 될 혹은 현업에서 뛸 때보다 소득이 줄어들게 될 때를 대비할 수가 없다.


월에 얼마는 버는가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월에 얼마를 쓰면서 살아가느냐다. 사실 소비가 소득보다 두 배 혹은 그 이상으로 더 중요하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심각하게는 범죄까지 일어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개개인의 돈 씀씀이다. 이혼사유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의 이면에도 돈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돈으로 자신을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관계에서 주도권을 쥐고 싶다는 욕망이 우리를 지배하기 때문에 수치로 측정이 가능한 돈을 써서 관계에 우위에 서려고 한다.


세상에 소비하는 데 있어서 기준은 없다. 기본적으로 의식주를 해결하는 것은 필요하다. 여기서 가장 많은 돈을 지출하는 것이 집이다. 집은 기본적으로 가장 많은 지출이 발생하게 만든다. 욕망에 의해 자신의 지불능력을 넘어선 집을 선택하는 것은 강제적으로 소비여력을 줄이게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소비여력을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사회에서 고소득을 받는 일부 직업의 경우 그만큼 씀씀이가 따라가게 된다. 사회적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좀처럼 소비를 줄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소득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쓰던 가락이 있어서 무리한 소비를 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제어가능한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자존감이 필요하다. 자존감이 떨어지는 사람이 제어가능한 소비를 하기란 쉽지가 않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할 수 있는 그런 소양을 키워야 한다.


한국의 중산층 기준은 유럽과 달리 숫자에 집착한다. 사는 곳의 크기, 타고 다니는 차, 소득의 수치등으로 계량화하는 것이 한국이라면 유럽은 어떤 삶을 살지를 선택하는 것을 중산층의 기준으로 본다. 사람을 수치로 측정하기 시작하면 개개인의 개성은 사라져 버리게 된다. 개성이 사라 자버린 인간은 그냥 사회의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아무리 그 숫자가 올라가더라도 자신보다 더 많은 수치를 보여주는 누군가는 반드시 있다. 왜 스스로를 그런 잣대로 평가받게 하는지 스스로 물어볼 필요가 있다.


소비를 해야 살아갈 수 있지만 그 과정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삶, 중심을 잃더라도 바로 균형을 맞추는 힘은 미래를 준비하는데 도움이 된다. 사실 과도한 명품 소비등을 통해 과시를 하려는 사람들은 나를 나답게 만들기 위해 몽테뉴처럼 질문하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세네카처럼 선택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돈은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잘 쓰지 못하면 아무리 잘 벌어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


물건을 팔아야 하는 기업은 무언가를 팔고, 누군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욕망을 자극한다. 고객이 제품을 더 많이, 더 자주 구매하게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연구를 하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욕망하고 소비하고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더 나아지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자극한다. 1899년 베블런이 쓴 유한계급론에서 물질적 재화와 지위의 관계를 정확히 설명한 결정적인 텍스트로, 과시적 소비를 통해 사회적 구별 짓기를 하는 유한계급을 맹렬히 비판했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지만 과시적 소비도 있고 비과시적 소비도 있다. 소비는 누군가와 구별 짓기 소비 실천이다. 소비를 잘하게 되면 고소득을 달성하고 유지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하며 이에 따라 여가시간은 희소한 자원이 된다. 그 나머지 시간마저 소비활동으로 소비되고 더 많은 여가시간을 가지기 위해 역설적으로 더 많이 일해야 하는 처지에 이르게 되었다. 시간은 무언가와 바꾸며 가치를 만들어내지만 소비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유일하면서도 필요한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주느냐와도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다.


삶의 질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소비는 사람들이 자신을 구별 짓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간단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그 결정이 온전히 자신의 몫이 되어야 한다. 결혼, 양육, 교육, 삶의 방식 등은 개인의 취향등으로 포장되곤 하지만 사실 대부분 사회경제적 위치에 따른 선택이기도 하다. 소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도 달라지며 개개인의 가치와 의미도 변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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