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10년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불과 20여 년 만에 많은 것이 바뀌었다. IMF를 잘 극복했는지 알았던 우리들은 그 여파가 지금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IMF는 직장에 대한 관점, 학교에 대한 관점, 직업에 대한 관점, 출산에 대한 관점, 교육에 대한 관점등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렸다. 긍정적 일지 부정적 일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자체로만 본다면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흐름이 더 커져가고 있다. IMF전후 세대까지만 하더라도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입하는 나이가 여성은 20대 중반, 남자는 20대 후반이었으며 보통 60대 초반까지는 일을 할 수 있었다.
20세기까지 생애에서 인생에서 지출이 되는 시기는 20대 중반까지 그리고 퇴직을 하고 60대 이후까지라고 한다면 적어도 30년은 돈을 벌 수 있는 시기였다. 그리고 짦으면 10년 길면 20년 정도만 버티면 되더 과거에서 지금은 좋은 대학(월급을 많이 줄 수 있는 기준의 직장을 구할 수 있는)을 가기 위해 N수가 일반화되어 버렸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재수생 혹은 삼수생은 한 반에 3~4명 정도에 불과했다. 지금은 무려 1/3에 달한다고 한다. 그것도 의대를 기준으로 하면 더 높아진다.
N 수를 하고 좋은 직장을 잡기 위해 대학에 머무르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남자를 기준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나이가 30대 초반이 되어버렸다. 그렇다면 퇴직은 어떨까. 더 오래 살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50대 초반이면 괜찮은 소득을 받는 직장에서 퇴출이 된다. 그다음에도 직장을 잡을 수는 있겠지만 이미 소득 수준은 낮춰서 들어가지 않으면 취직도 쉽지가 않다. 예전보다 훨씬 짧은 시간을 돈을 벌고 더 오래 살기 때문에 더 많이 지출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식적으로 남녀가 아이를 낳고 싶어 할까? 출산율 0.6명대가 말해주는 진실이다.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돈이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화되어 출퇴근에만 2~3시간을 길거리에 버리고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일까. 정치인들이야 표를 얻기 위해 부동산가격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하는 사람들이어서 모든 사람이 서울로 집중되기 위해 천안에서 조차 서울로 빨리 진입할 수 있는 교통망을 갖추어주겠다고 한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서울과 수도권위주의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고 결국 균형발전은 요원해질 것이다.
30대 초반이나 되어야 직장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빠르면 30대 중반 늦으면 30대 후반에 결혼을 할 수 있는 환경에 놓이게 된다는 의미다. 일부 대기업이나 공사, 공무원 등을 제외하고 결혼 후 10년 남짓을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데 출산을 하고 남자든 여자든 출산휴가를 받아서 2~3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버리면 그나마도 더 짧아진다. 근본적인 대책은 없이 출산수당과 양육수당 그리고 집을 살 때 저리로 빌려주는 대출이 그렇게 매력적일까.
1인가구가 아무리 많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세대수는 2030년 전에 정점을 찍고 내려오게 될 것이다. 지금 재건축을 한다는 것은 땅따먹기 식으로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는 의미다. 지금이야 주택 혹은 빌라단위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지만 향후 아파트단지로 확산되면 결국 빈 단지가 생긴다는 의미다. 아파트는 그곳에서 살고 있는 구성원들이 유지비용을 1/n형태로 나누어서 공동체사회를 유지하고 있다. 소득 수준이 낮아서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이 늘어난다는 것은 지역의 공공서비스를 점점 취약하게 만든다는 의미다.
사람들은 감정적인 동물이다. 문제가 있는 것을 알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자신에게 해당되면 극렬히 반대한다. 정의라던가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사회는 이미 건너갈 수 없는 강을 건너간 느낌이다. 소득은 정체되었는데 물가가 올라가고 평생에 걸쳐 벌 수 있는 돈이 점점 줄고 있다는 것을 개개인이 모를 리가 없다. 그렇다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줄 것이냐를 본다면 그럴리는 없다. 정치인들이 그걸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보면 묘안이 있더라도 그럴 생각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표가 떨어지는 방향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10년은 한국경제가 지난 시기에 경험했던 모든 것이 바뀌는 시기가 될 것이다. 부동산, 일자리, 결혼, 출산등 기존의 생애주기에서 송두리째 계획을 바꾸어 새로운 생애주기를 만들어야 될 것이다. 지금처럼 괜찮은 일자리를 위해 배틀로열처럼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더 늦게 사회로 배출되고 더 짧은 시간 괜찮은 일자리에 머물고 아주 긴 시간 돈을 쓰면서 삶을 유지해야 한다면 한국사회에서 선택하는 직업은 전혀 다른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