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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매몰비용

결혼과 출산을 투입비용 대비 성과로 보는 인생의 선택

사회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고 인식의 변화를 만들지도 않으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출산도 하지 않는 이 문화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치인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고 집값이 비싸다는 것은 각각의 이유들뿐이다. 70년 ~ 80년대에 좋은 직장을 잡고 자신의 집을 사는 데 있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 세대들이 낳은 자식들은 그들의 부모를 보면서 자라났다. 1~2명의 아이를 낳았던 그 세대들은 적어도 자신들만큼의 수준의 삶을 살기를 원하면서 투자를 해주었다.


그렇게 태어난 자식들은 21세기 들어와서 세상을 보니 기회가 있는 것 같은데 좋은 기회가 없다. 한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투자와 관심을 받아가면서 자라났지만 일부만 좋은 직업을 얻었고 여전히 투자대비 결과는 미약하기만 했다. 자식에 대한 투자는 실체가 없고 매몰비용만 생겨버린 셈이다. 그걸 고스란히 보면서 자란 세대들은 기회가 없어 보이는 사회에 자식을 낳고 투자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미리 체득을 한 것이다.


웬만한 수준의 남녀는 아이를 낳고 자신이 직접 뛰고 있는 경쟁의 링에 자신의 뒤를 이어 뛰게 하고 싶은 생각자체가 없어졌다. 게다가 한 아이에게 들어가는 시간은 70~80년대에 아이를 키웠던 부모보다 훨씬 많이 소모가 된다. 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돈으로 치환될 수 있는 자신만의 여유시간조차 없어지는 미래를 이미 경험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출산을 해서 자식을 잘 키울 자신 혹은 상당한 투자를 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없는 것이다.


고위공무원을 비롯하여 장차관, 공사사장, 이사 등 누구나 선망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간 사람들을 보자. 우선 그들만의 리그다. 학벌부터 아주 좋은 환경에서 자라난 가정에서 상당한 투자를 받고 자란 사람들만이 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고 서민들은 그냥 적은 수입과 낮은 지위에도 만족하고 그냥 아이 낳고 잘 사세요라고 말한다면 어떤 사람이 그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남들과 비교하면서 저만큼은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상 그런 삶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누구보다도 치열하게 공부를 했고 경쟁사회를 거쳐 나온 MZ세대들은 자신들이 왜 그런 좋은 자리에 가지 못하는지에 대해 이해하기가 어렵다. 쉽게 말해서 남들만큼 공부했는데 여전히 삶은 팍팍하다. 학생들의 수는 줄어들고 있다고 하는데 좋은 직장으로 가는 대학의 수요는 항상 넘쳐난다. 우선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준점 자체가 상당히 높아졌다. 과거 우리 부모세대들은 적어도 자신이 자라난 환경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면 지금 MZ세대들은 적어도 자신이 태어나서 살았던 환경만큼은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에게 우리는 아무것도 없어도 결혼을 했다는 이야기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보는 눈도 높아졌기에 쉽게 내려놓을 수도 없다. 사회로 나가는 첫걸음의 나이가 점저 뒤로 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평범하게 산다는 기준은 이미 상당한 높아져버렸다. 이런 문화를 쉽게 바꿀 수가 있을까.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일자리를 잡지 못하면 아예 사회로 진출하지 않는 캥거루족들도 늘어나고 있다. 홀로 벌어서 비싼 사회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 둘이 벌어야 겨우 유지되는 삶에서 만약 한 명이 아이를 낳아서 출산휴가를 받고 어느 정도 비용보전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손실이 발생한다.


비교가 되는 수치화가 잘된 사회에서 사람에 대한 투자는 모두 매몰비용으로 인식이 된다. 우리는 자식들에게 투자를 할 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투자를 하지 쓸데없이 돈을 쓴다고 생각하면서 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자신을 기준으로 바라보니 부모가 해주었던 최선의 투자가 그렇게 효과가 없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지 않았던가.


자신이 가능한 투자여력이 있다면 그것이 물질이든 정신적이 든 간에 효용성이 있는 스스로에게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한국사회에서 결혼과 출산은 마이너스 인생이 될 가능성이 큰 인생투자가 되어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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