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 후회할 일을 줄이기 위해 삶의 방정식을 이해해야 한다.
금융회사나 보험사들이 고객의 돈을 끌어오기 위해 가장 자주 사용하는 문장은 “노후자금 최소 ○억 원”이다.
‘평균’이라는 정보는 어느새 모두가 합의한 기준처럼 굳어졌고, 사람들은 그 평균에 자신을 대입해 현재 상태를 평가한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실제로 얼마의 돈이 필요한지 명확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 많지 않은 자산마저 잘못된 선택으로 잃어버리기도 한다. 100세 시대를 앞두고 연금액이 최대 30%까지 줄어드는 조기 노령연금을 선택한 사람이 100만 명을 넘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아직 젊은 세대는 한국 노인의 빈곤율이 약 40%에 이른다는 현실을 체감하지 못한다. 자신만은 그런 삶을 살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오늘을 산다. 그러나 통계적으로 보면 두 명 중 한 명은 노년기에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 그렇다면 차상위계층의 노인은 안전할까? 그렇지 않다. 연금과 같은 노후 소득 보장 체계가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기초연금과 같은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지만, 그 재원을 부담해야 할 청년층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일본처럼 국채를 대규모로 발행하고 국민이 이를 소화해주는 구조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한국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한국인의 자산 구성에서 주식 비중도 낮지만, 채권 비중은 그보다 더 낮다. 자산은 거의 전적으로 부동산에 묶여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2차 베이비붐 세대가 주류였을 때는 이 공식이 어느 정도 작동했다. 그러나 이후 세대부터 인구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노후를 책임져줄 부동산을 사줄 세대가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청년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인구 감소는 노후 자산 회수 가능성을 더욱 낮춘다. 외국인도, 내국인도 한국 국채를 적극적으로 사주지 않는 구조에서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해 쓸 수 있는 재원은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26년 1월 12일 오전 9시 30분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4,566달러를 넘어섰고, 국내 기준으로는 1g당 214,251원이다. 한국의 금값이 해외보다 비싼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판매자는 미래 가격 변동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을 반영해야 하고, 무엇보다 환율의 영향이 결정적이다. 필자가 금과 은을 처음 구매했을 당시 환율은 1,100원대였다. 지금은 1,460원을 오르내린다. 금과 은은 달러로 가치가 매겨지는 자산이다. 즉 같은 금이라도 원화 기준으로는 훨씬 비싸게 사야 한다는 뜻이며, 이는 원화 가치가 그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막대한 달러를 발행한 대가로 더 이상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트럼프가 국제기구 탈퇴, 자국 투자 압박, 과격한 외교 전략을 선택하는 이유 역시 이미 발행한 달러의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기 위한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세계가 더 이상 미국 국채를 예전처럼 사주지 않는다면, 미국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다양한 무게의 금을 구매해보니 가장 작은 단위는 반돈이었다. 이제 1.875g짜리 금도 상품화되면서 50만 원이 새로운 기준이 되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는 한, 한국의 금값은 해외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인구 구조 변화는 비가역적이다. 한국의 대표 대기업들조차 이제는 사실상 미국 현지 기업에 가깝다. 이는 달러가 국내로 유입될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원화의 미래 가치는 어떻게 될까.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에는 가입하면서, 자산의 리스크를 줄여줄 수 있는 금이나 은에는 무관심한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소득도, 가족 상황도, 건강 상태도 모두 다른데 평균이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순간 현재의 삶은 사라지고 불안만 부각된다. 평균에 맞춰 인생을 재단하면, 무엇을 끝까지 지키고 싶은지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행복은 지금의 나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자원의 범위 안에서 실현 가능한 수준이어야 한다. 평균은 누구의 삶도 정확히 대변하지 못한다. 평균 자산, 평균 생활비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그것은 결국 기업과 금융상품에만 유리한 구조를 만든다. 당신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돈은 삶을 조금 풍요롭게 해줄 수 있지만, 동시에 커다란 심리적 부채를 남긴다.
『돈의 방정식』은 말한다. “무엇이 가치 있는 지출인지를 두고 논쟁하는 것은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에 불과하다.”
필자는 미래에도 가치가 남을 것들을 고민하며 살아간다. 현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생각은 필수다. 사람들은 대개 변화를 미루다가 절벽 끝에 서서야 방향을 바꾸려 한다. ‘이대로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기대는 이미 유효기간이 지났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삶의 방정식이다. 진정한 리스크는 몇 년, 몇십 년 뒤에 찾아올 후회다.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이나 기술이 부족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 대신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외부로 돌린다.
우리는 타인이 소유한 물건을 보며 쉽게 자제력을 잃는다. 그러나 필자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 소유를 통해 누군가의 부러움을 사고 싶은 욕망도 없다. 한국 사회가 더 어려운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어렵다. 10년 뒤 오늘을 돌아본다면, 이 글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은 지금보다 훨씬 많아질 것이다.
원화 가치에 기반한 자산이 미래를 책임져주지 못하는 시대가 시작이 되었다. 지금이라도 자산을 보다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원하는 최소한의 삶조차 지켜내기 어려워질 것이다. 결국 삶의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가졌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원하는지를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