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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읽다.

샌드위치를 쓰다. 

by 남이사장 Mar 12. 2025


멋모르고 시작된 미국 유학 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했던 샌드위치.

많은 사연과 이야기기  빼곡히 스며있다.

뉴저지에 살 때도 맨해튼에서 살 때도 

때로는 동네 마트에서 야채룰 사고 햄을 사고 커다란 식빵 한 봉지를 사서

때로는 유명한 샌드위치 샵에서

때로는 길가에서 한 끼를 채워 줬던 샌드위치.

시간이 지나서 털어놓을 수 있는 나의 이야기.


맨해튼 타임스퀘어 virgin 레코드 지하에서 

링컨센터 앞 Barns and Noble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마구마구 올라버린 환율 탓에 풀타임 등록을 포기하고 파트타임 학생이 된 나는 길고 긴 하루를 

그 두 공간에서 비어버린 내 시간을 보냈다.

학교 수업을 하고 파트타임으로 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남는 시간,

친구들도 각각 자그마한 돈벌이로 고군분투 중이었고 사실 만난다고 해도 대화거리도 공허했었고

우리는 저마다 자기 모양대로 고단한 생활하는 중이었다.

혼자가 좋았다.

어느 때부터 인가 그렇게 좋아하던 미술관도 가기가 싫었고 도서관도 답답했고 나는 밍밍한데 활기찬 맨해튼의 공기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virgin 레코사는  타임 스퀘어에 위치한 레코드 판매점이었는데 수많은 음반들을 취향껏 들을 수 있었다.

청바지 차림에 후드티를 걸치고  에스켤레이터를 타고 지하에 있는 카페에서 익숙하게 

배낭 가득히 책을 펼쳐놓고 그 카페에서 기다긴 시간을 보냈는데 아무도 내게 관심조차 없었다.

미국... 맨해튼이란 도시는 나 혼자 동떨어지기에는 최고의 장소였다.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 사가지고 마시다가 허기가 지면 샌드위치나 혹은 베이글을 하나 시켜서 꽤 오랫동안 조금씩 조금씩 베어 먹었었다ㅣ

virgin 레코드 사에는 음악을 즐기는 뉴욕인들보다 관광객이 훨씬 많았다.

자그마한 공간에서 들어가면 내 취향을 알고 내가 편한 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뉴욕사람들은 소호와 그리니치 빌리지를 선호했고 화려하고 영혼이 없는  공간에 관광객들만 넘쳐 났다.

난 그 공간이 편안했다.

집에서 십 분 정도의 거리였고 부산스러우며 시끌시끌한 그러면서도  삭막한  분위기도 좋았다,

음악소리도 편안하고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도 발걸음 소리도 그 모든 것들의 움직임들이 그림처럼 순간순간 내  주위에 머물렀었다.

커피도 샌드위치도 베이글도 다 지금 생각하면 무성의하게 만들어진 작품이었으나 

맛이 없어도 공간이 너무나도 상업적인 난 그곳이 좋았다.

현란한 색채로 빛나는 그곳에서 참치 샌드위치와 아메리카노를 들고 흑백 영화 화면 같은 내가 있다.


링컨센터 앞, 

Barns and Noble는 나에게는  꿈처럼 아름다운 곳이었다.

2층에 자리한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서점이 비치된 모든 책을 가져다 읽을 수 있었고 커다란 창문 아래에서 내려다보는 거리는 날마다 날씨와 시간에 따라서 거리의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링컨센터 앞이니까.. 각종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들과 줄리어드 학생들과 그 거리에 숨 쉬는 모든 순간들이 차곡차곡 빛났다.

스타벅스의 샌드위치를 천천히 베어 먹으면서 쿠킹책이 빠져있던 나는 행복했었다.

학교에서의 스트레스도 갖가지 고지서의 압박에서도 지갑에서 달랑거리는 내 재산들도 쿠킹책을 읽으면서

잊을 수 있었다. 차분하고 지적인 공간에서의 사람들은 한 명 한 명 우아했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고 책을 펼쳐서 느린 속도로 천천히 음미했고 뭔가 모를 배려가 존재했었다.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들이었지만 가득 차 있는 커피 향과 높이 쌓인 책의 향이 사람들과 어우러져서 

창 너머의 거리에  사람들도 서점 안에 있는 나도 모두 한 장면처럼 안락함으로 다가왔었다.


타임 스퀘어의 부산스러운 분위기에서도

링컨 센터의 묵직한 분위기에서도 

난 샌드의치를 즐겼다.

어디서 샀던지 뭘 넣고 만들었던지 샌드위치 하나와 커피 한잔으로 하루가 벅차게 꽉 찬 시기였다.

샌드위치는 빵에 뭔가를 끼우기만 하는 음식이지만

내가 그때그때 대하던 그 분위기와 맛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지나버린 내 시간을  돌아보면서 샌드위치를 기억하고 만들어 보려 한다,

곳곳에서 먹었던..... 기억의 음식이다.

virgin과 barns and noble의 샌드위치는 맛이 없었다.

맛이 없었지만 나의 기억 한편에 따뜻한 온기를 품고 존재하고 있다.

그때 만난 샌드위치들....

도시의 색깔은 차가웠지만 나는 그 차가움에 코끝을 마주대고 있었다. 

종이에 둘둘 말아서 가방 어느 구석 있었지만

항상 새로웠고 뭔가를 하고 싶게 하고.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누군가를 만난 것처럼 설레는 맘을 벅찬 맘을 살포시 열고 샌드위치의 이야기와 매력 속을 걸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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