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24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샌드위치를 읽다.

RutherFord에서 -meatball sandwich.

by 남이사장 Mar 19. 2025

미국에 도착했다.

뉴저지에 살고 있는 사촌오빠의 도움으로 뉴저지에 있는 랭귀지 스쿨에 등록을 하고 오빠네 신혼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대학교 도미토리로 입성.

랭귀지 스쿨은 한적한 뉴저지에 러더포드라는 동네에 있었는데 내가 처음 느낀 동네 분위기는 집집마다 앞뜰에 잘 정리된 잔디와 담장이 없는 이쁘장한 동네였다.

랭귀지 스쿨은 대학교 건물 곁에 자그마한 주택이었는데 건물은 자그마하고 아늑해 보였다.

기숙사에서 걸어서 8분 정도 걸렸는데 멍청한 나는 기숙사에 도착한 날 랭귀지 스쿨 가는 길을 상세히 설명하는 사촌오빠의 자상한 설명을 대강 넘겨 들으면서 ' 아 옆에 분홍색 집을 지나가면 옆집이구나'라고 기억했으나 학교를 가려고 첫날 나서니 골목골목이 다 분홍색 집이 꽤 있어서 8분 거리의 등굣길을 첫날부터 헤맸다.

식사는 삼시세끼 전부 학교 내에 카페테리아에서 제공되었었는데 근사 했었다.

뷔페식이었고 종류도 많아서 골라 먹기도 좋았고 음식 하나하나가 이국적이었으나 중국식 볶음밥 종류와

면류가 있어서 동양인 학생들도 거부감이 없었다.

난 동양음식보다는 빵과 스크램블에 끌렸었다.

수업 시간 전에 아침 식사 시간, 처음 대한 베이글과 크림치즈에 영혼을 빼앗겨서 베이글을 얼마나 집어 먹었던지 학교 수업 시간을 넘기도록 앉아서 커피와 크림치즈를 두껍게 바른 베이글과 앉아 있었다.

베이글과 일주일을 함께 보낸 후 얼굴에 뾰루지가 한두 개 올라오고 나서야 난 베이글을 줄였다ㅣ

가을에 미국에 도착했고 학교에 들어간 지 석 달이 지나서 오후 수업을 마치고 찬바람이 부는 거리에서

난 처음으로 카페테리아에서 저녁을 먹기가 싫었다.

왜 석 달 동안 그렇게 착하게 내 성격에 별 말없이 그리도 꾸준하게 카페테리아를 갔었는지 이해가 안 되지만 맛있었으니까.

나의 오랜 친구들은 "뭐 먹을래" 나에게 묻지 않는다. 항상 시시때때로 변하는 내 변덕에 익숙하다는 듯이 

그냥 메뉴를 시켜 놓거나 덥석 사주거나 그러고는 " 먹어" 끝이다.

학교 끝나고 혼자 거리에서 마트가 있는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우연히 작은 피자집이 있다는 것이 기억이 났고

그때까지 카페테리아와 늦은 저녁 언니 오빠들이 데려가던 다이너 이외에는 식당을 가본 적이 없었다

상당히 굳은 결심을 하고 피자집 들어가서 유리너머로 금방 오븐에서 나온 피자를 둘러보다가

피자가 매력을 잃었다. 난 좀 특이한 성향을 가진듯한다. 뻔한걸 잘 안 시키고 잘 안 먹는다.

메뉴판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다가 왠지 "MeatBall Sandwich"가 끌렸고 콜라하나와 미트볼샌드위치를 주문해서 가게 창가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얼마 후에 핫도그 번 보다 조금 큰 호기빵 위에 미트볼 세 개와 토마토소스가 따끈하게 얹어진 샌드위치를 받았는데 침이 절로 넘어갔다.

카페테리아는 음식이 일정한 온도였던 것 같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끈한 빵과 미트볼 그리고 토마토소스!

내가 옳았다..

뿌듯해하면서 콜라와 샌드위치를 먹었다,

미국에서 이 저녁 시간에 혼자서 앉아서 먹는 저녁 식사는 황홀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먹었던 미트볼이 정말 맛있었는데 아무래도 가공품일 것이지만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거의 삼십 년이 남짓 지났는데도 아직도 그 맛은 남는다.

대기업의 우리를 확 끌어당기는 매혹적인 맛.

지금은 3월이어서 그때만큼 찬 바람이 매섭지 않으나 그래도 아직은 찬 공기에 있으니 미트볼 샌드위치 해볼까 싶다.


제일 먼저 다짐육과 양파 셀러리 빵가루 파슬리 가루를 이용해서 미트볼을 만들자,

브런치 글 이미지 1

자그맣게 만들면 일이 많다.

늘 미트볼은 처음에는 작게 시작하지만 점점 커지기 마련이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호기빵을 구하기 어려우니 식빵을 사용할 요량으로 팬에서 주걱으로 꾹꾹 눌러가면서 납작한 패티로 변형시도. 두께는 양보 없다. 두툼하게! 시직은 중간 불에서 치지직으로 겉면이 익어서 갈색이 나오면 약불로 충분히 히.

굽는 게 조금 까다로운데 난 패티가 지질한 샌드위치는 싫다.

패티를 잘 구운 후에는 소스를 얹어볼까.

브런치 글 이미지 3

내가 소스 장사하는데 무슨 문제야! 토마토소스를 넣고 조리듯이 익히면 된다.

식빵 두쪽을 구워주고 내가 처음 미트볼 샌드위치를 먹을 때 야채가 없던 게 좋았거든 그걸 생각하면서

브런치 글 이미지 4

식빵에 마요네즈 한 장 다른 한 정에는 머스터드와 꿀을 발라서 준비하고 재료를 쌓으면

되는데 지금의 나는 그때와 다르다.

루꼴라 얹어준다.

입에서 걸리적거리는 초록잎을 이제는 찾아서 먹는 내 나이.

빵 위에 패티 깔고 토마토소스 얹고 치즈 넣고 루꼴라 얹어서 식빵 덮어주면 마무리.

브런치 글 이미지 5

그때의 미트볼 샌드위치보다 너무 지적으로 접시 위에 올라가서 불만이다.

야성적으로 플라스틱 접시와 종이컵이 있어야 하는데.

내 미트볼 샌드위치는 철저하게 건강한 맛이다.

그런데 난 순한 건강한 맛이 싫었다.

마트표 토마토소스와 패티가 더 확 끌어당기는 맛을 줄 것 같다.

전부 건강하자고 먹는 음식은 아닐 것이니 때로는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는 마트표가 훨씬 익숙하다

물론 편리하기도 하죠.

아무튼 맘에 썩 들지는 않지만 미트볼 샌드위치 만들었다.

나는 건강한 맛이라 좀 떨떠름하게 먹었으나 엄마는 좋아하시다.

낯선 풍경과 친 공기와 뿌듯함으로 빛나는 나의 미트볼 샌드위치.

반짝거린다.


미국 동네의 잔디는 동네에서 업체를 예약해서 깎고 정리를 하는데

우리 동네 길가 한국 집 이야기이다.

할머니께서 잔디밭에 부추를 심으셨는데 새벽에 트럭이 와서 잔디를 깎는데  잔디 한 편의  부추를 전부 밀어 버렸다.

그날 아침부터 한국 할머님의 안타까운 소리.

"으쌔 그걸 몰라서 아이고 아까워서 아까워서"

잔디와 부추를 어찌 구벌 할까.

할머님의 안타까운 소리도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는 흑인오빠들 표정도 재미있었다.



수요일 연재
이전 01화 샌드위치를 읽다.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