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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읽다.

5th AVE-배는. 고팠으나 우아했다. 표고버섯 샌드위치

by 남이사장

뉴욕에서의 주말.

집안은 꾸물하지만 (햇빛이 안 들어오니 내가 불을 켜야 낮이고 불 끄면 밤인 나의 아파트) 바깥은 늘 화려하고 '생동감이 넘치는 뉴욕에서 주말에는 학교 주변은 되도록 피해서 주말 산책을 많이 나갔다.

타임 스퀘어에서 하루 종일 줄을 서서 각종 공연 할인티켓을 사고 박물관 이나 전시관을 가서 어슬렁 거리면서

귀했던 주말을 보냈다.

친구들과는 만나서는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녁때가 되면 어둑한 차이나타운에서 딤섬을 먹거나 북경오리를 먹는 일이 잦았다.

차이나 타운은 허름하지만 맨해튼 내에서는 최고의 땅값을 자랑하는 곳이었다.

웃통을 다 벗고 금목걸이를 두른 아저씨들이 생선 자판에서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을 부르는 풍경이 다소 낯설지만 익숙하고 정겹게 느껴졌다.

차이나 타운 바로 옆에 리틀 이태리가 위치해 있는데 주말마나 거리에서 작은 축제처럼 음식을 만들어서 팔았다.

커다란 소시지와 해산물이 그릴에서 지글거리고 씩씩한 커다란 사람들이 우리를 불렀다.

피자와 감자요리의 냄새가 우리를 유혹했고 우리는 마냥 구경을 하며 걸었다.

차이나 타운에 차이나갱이냐 이태리 마피아냐 그래도 코리아 파워가 최고라면서 농담으로 떠들고 다니던

그 거리의 풍경.

그런 시끄런 주말을 보내다가 혼자서 fifth AVE를 나갔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조용히 보내고 싶었고 한적한 주말을 원했었던 것 같다.

Fifth Ave 백화점에 들어갔다.

집이 40번가였고 macy's 백화점이 34번가였고 집 주면에 백화점이 여러 군데 있었으니

딱히 백화점을 가보리라는 맘은 들지 않았었는데 그날의 FIFTH AVE백화점은 디스플레이가 사람을 끌어당겼다. 꽃으로 화려하고 품위 있게 꾸며진 디스플레이의 쇼윈도는 나를 잡아끌었고 청바지에 운동화인 나를 꿈꾸게 했다.

백화점을 둘러보다가 화려함의 멋에 취해있던 나는 허기를 느꼈고 미국의 백화점엔는 식당가가 없었다.

3층에서 자그마한 카페를 찾았는데 냄새는 커피 향이 그윽했고 옷을 멋지게 입는 중년의 백인여성들이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앉아 있었다.

카페에서 자리를 잡고 가만히 메뉴를 살펴보다가 묘한 이름을 샌드위치를 발견했다

포드벨로 샌드위치... 아? 버섯 샌드위치다.

포트벨로는 갈색 품종의 양송이버섯이다.

가격은 샌드위치 종류에서는 가장 높았는데 그날은 왜 그런지 나도 지갑을 열고 싶었다.

버섯을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거기에서는 그걸 먹어야 할 것 같았다.

하얀 접시에 나온 샌드위치는 주먹만 한 빵 위에 야채와 버섯이 놓여있었는데

소스도 별다르게 없었고 싱싱한 양상추 루콜라 그리고 살짝 구운 버섯이 다였다.

배고픔으로 와락 만질 수 없는 위엄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허기진 내 배와는 다르게 난 그 하얀 접시 위에 버섯 샌드위치를 가만히 바라봤다.

커피를 한 입 마시고 베어 먹었는데.... 구워진 빵 사이에 버섯의 식감이 아름다웠다.

샌드위치가 길가에서 혹은 그냥 우걱우걱 먹는 음식이 아니었구나.

버섯의 통통한 식감과 향미는 놀라웠다.

입 안에 가득 머문듯한 버섯의 향을 느낀 첫 기억이다.

어떻게 표현을 할지 모르게 입안에 그윽이 퍼지는 버섯의 향과 진하지만 부드러운 커피 향 근사했다.

하지만 난 고급 스러운 백인의 입맛은 아닌 듯 그 빈틈의 맛은 조금 생소했었다.

야채만 슬그머니 겹쳐진 맛은 그때의 나는 힘들었다.

어쩌면 버섯의 향을 그 밋밋한 야채들 덕분에 오롯이 느꼈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심심했다.

간간이 샌드위치를 이야기할 때 그래도 나는 그 포트벨로 샌드위치를 가장 일 순위로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 카페에서 그런 메뉴를 시켜 먹은 나 자신이 뿌듯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포트벨로를 구하기는 어렵고 부른다해도 그 커다란 포트벨로는 없었다.

그래서, 제주도니까 싱싱하고 넘치게 많은 표고버섯은 어떨까 해서 만들어 보았다.

빵은 샌드위치용 바게트를 사용했고 드레싱은 마요네즈는 절대 아니다.

실험적으로 시도해 봤으나 역시 포트벨로와 마요네즈는 별로였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 드레싱을 시도해보았는데 바질 페스토 혹은 허니 머스터드는 너무 진해서 포기,

올리브오일에 앤초비 마늘 허즈 종류를 섞어서 올리브오일을 드레싱으로 만들었는데

만드는 동안 리틀 이태리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서 의미가 있었다.

백인의 심심하고 담백한 맛과 이탈리언의 강력한 맛이 조화롭다.

올리브 오일 드레싱은 만들어 놓고 알리오 올리오에도 잘 어울렸고 그냥 빵에 쓱쓱 발라먹어도 살짝 비린맛이 올라 낯익은 진한 맛이 나서 좋았다. 드레싱을 만들어 놓고 빵을 구워서 준비하고 나름에 버섯을 기름 없이 구워 준비한다. 표고버섯! 으아악 포트벨로는 표고가 없어서 사용되었으리라 큼지막한 표고의 식감과 향은 놀라웠다.

구운 빵 위에 드레싱을 바른 후에 표고를 곱게 눕혀주고 야채를 올러주고 잠봉 한 조각을 더불에 얹어준 다음 야채를 얹고 방울토마토와 마늘을 올리브오일에 조린 토마토소스를 다른 빵 한쪽에 발라주고 합체.

버섯의 향과 품위를 지켜줄 수 있도록 야채는 적당히 끼워 놓습니다.

과하지 않은 제법 고급진 표고버섯 샌드위치입니다.

표고버섯이 너무 얇디얇으면 아무 의미가 없답니다.

되도록이면 두꺼운 놈으로 중불에서 살짝 구위 주세요.

다른 버섯은 노! 노! 노!

표고버섯의 향이 뛰어나고 질감도 좋답니다.

새송이, 느타리, 양송이 전부 다 안 어울렸답니다.

뚜껑이 도톰하고 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버섯이 최고였어요.

조금씩 베어 먹고 남은 마지막 조각.

FIFTH 백화점의 고급진 면은 살리지 못했지만 그래도 저만의 이탈리아 향을 품은 샌드위치

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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