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하게 있어줘서 감사하다 - b.l.t
뉴욕에서 뉴저지로 뉴저지에서 뉴욕으로 다닐 때엔
맨해튼 Bus Authority를 이용했다.
버스 터미널인데 거대한 도시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셀 수 없는 버스와 한 공간에서 공존했다.
Athority 건물 안에 가장 중심부에 A bon pain이라는 피자와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내가 맨해튼에서 정말 많이 다닌 샌드위치 가게이다.
새벽에 도착해도 한 밤중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도 약간의 시간이 있으면 버릇처럼 들려서
아침을 먹고 저녁을 먹고 그렇게 내 중요한 시간의 일부를 보냈다.
A bon Pain 은 커다란 유리창 뒤에 샌드위치와 피자가 시간별로 계속 쌓이는 쇼케이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늘 샌드위치와 물 혹은 콜라를 사서 커다란 유리창 가에 앉아서 바깥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뭔지 모를
위로를 받았던 것 같다.
샌드위치 종류는 많았는데 별달리 복잡하거나 가격이 높은 메뉴를 시킨 기억이 없다.
나는 한 메뉴를 두세 번 먹지 않는데 그저 A Bon pain에서는 blt 혹은 참치 샌드위치정도였었다.
새벽에 집에서 나선 학교 가는 길은 늘 조금은 불안했고 어쭙잖게 들어온 과제는 잘 되었는지도 모르고 그날 있을 과목별 퀴즈도 머릿속을 되뇌어야 했고 교수님들이 시키는 presentation은 과목마다 교과서의 챕터 마다 넘쳐흘렀다.
새벽에 오늘 하루를 어떻게 버티지라는 불안감으로 샌드위치와 음료를 받아 들고 샌드위치를 열면
늘 나풀나풀 떨어져 내리는 양상추들을 주워 먹으면서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하고 정작 샌드위치의 맛에는 별다를 감흥도 없이 그냥 그냥.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먹었다.
BLT 샌드위치는 Bacon, lettuce, tomato 가 주인공들이며 이게 다다.
여러 가지 샐러드풀들이 무성한 다른 샌드위치와는 다르다.
새벽 그리고 늦은 밤 A BON Pain의 우리들은 BLT를 주로 먹었다.
새벽에 버스 정거장에서 무얼 먹을까 고민할 여유가 없었고 저녁 때에서 급하게 시간 맞춰서 타야 하는 버스 시간에 신경을 곤두 세우고 그저 간단하게 허기만 지우면 되었을 테니까.
가장 저렴했고 가장 평범했고 가장 보편적인 적당한 한 끼 친구였다.
도톰한 호기빵에 마요네즈, 양상추, 베이컨, 토마토 그리고 마요네즈 바른 호기빵.
친구들과 먹을 때에도 맛있다란 말을 안 했고 당연하다는 듯이 이맛이려니 그리 먹었다.
과제물을 잘못 알아듣고 내 딴에는 스무 장의 페이퍼를 썼는데 교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냅다 던져버린 페이퍼를 말도 못 하고 한 장 한 장 주워 나올 때에도 채식주의자 교수가 김밥을 좋아한다고 해서 내 딸리는 학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벽에 정성껏 싼 김밥을 들고 난 샌드위치를 물고 모자라는 생활비를 어쩐다 하면서
난 샌드위치를 먹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료 사이에 드레싱이라도 좀 뿌려주지.. 하는 아쉬움이 든다.
그러면 BLT를 만들어 볼까요?
약간의 반칙이 있죠.
요리법은 따로 설명할 게 없지만 그때의 BLT 와는 많이 다르게 베이컨이 세장 들었고
빵의 한 면은 마요네즈 또 다른 한 면은 바질페스토를 두껍게 바릅니다.
저는 미국에서 바질페스토를 먹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인데 요새는 많이 흔해졌죠.
베이컨을 바짝 구우면 씹는 맛이 도드라져서 베이컨이 튑니다.
중불에서 바싹 익기 전까지만 익혀주세요.
이 BLT에 주인공은 양상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양상추를 칼을 사용하지 않고 뜯어주셔야 합니다.
칼이 닿는 순간 얘가 늙어갑니다. 빛의 속도로!!!
토마토는 두께가 1cm 정도로 도톰하게 썰어주세요.
BLT가 대충 만들면 되긴 하지만 재료의 두께를 신경 써셔야 입안에서 볼륨감이 잘 느껴지거든요.
토마토 1cm 양상추 1cm 베이컨 3장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떠세요?
마요네즈는 많다 싶을 정도로 발라주세요.
저는 야채 사이에 발사믹을 스프레이 했어요.
좀 심심한 기운이 돌아서,
발사믹이나 사과식초를 스프레이 하시면 상큼함이 더합니다.
만드는 과정도 간단하고 이루 말할 수 없이 쉽지만 진정한 샌드위치는 이거야 라고 말할 수 있는
샌드위치랍니다.
햄을 넣은 것과 베이컨의 차이는 엄청납니다.
약간 온기가 있는 베이컨의 맛이 있답니다.
바질의 향이 묻어있는 BLT를 만들어 봤습니다.
그리고 진정한 BLT.
마요네즈로만 만든 BLT입니다.
제 입에는 바질 페스토, 땅콩잼을 바른 BLT가 더 낫지 않을까 싶었어요.
추억을 생각하기에는 마요네즈가 낫고요.
발사믹 식초는 샌드위치 야채에 간을 맞추기에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 사진뒤에 발사믹은 협찬 아니고 그냥 제 것 찍은 거예요.
새콤한 맛이 더해저서 심심하지 않아요.
샌드위치에 양상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드네요.
보고 싶은 사람들도 새록새록하고요.
화려한 맛보다는 참하게 있어주는 맛이 BLT의 맛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