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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읽다.

덥고 짜증 나고 그런데 들뜰 때 - 비프 칠리 포켓 샌드위치.

by 남이사장

과제가 밀려도 너무 밀렸다.

학교 실습실에서 과제는 손도 안 댔는데 그날 저녁부터 먹어버린 피자와 아이스크림 게다가 중국집 배달음식까지 하나 가득 쌓인 쓰레기들.

성과 하나 없는 실습실에서 우리들은 서로가 말이 없었다.

a 형식은 뭐고 b는 뭐야?

a도 이해가 안 가는데 a'는 a''는 어떻게 달라?

고만 고만한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숨만 깊었고 기껏 빼놓은 도안은 아무래도 아니었다.

새벽에 한 친구가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얼음이 빼곡히 담긴 커피를 사 왔고

실습실 에어컨은 한 겨울처럼 사방 벽을 얼려놓았었다.

"야 야,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알거든"

해놓았던 시안은 덮고 " 나가자" 란 말이 나왔다.

도안은 유기농 우유 판매 광고 아우트 라인을 만드는 것이었는데 우리 모두의 문제는

우리 모두가 예시물을 너무 많이 봐버려서 어떤 것도 창작이 아니었다.

전부 몽땅 예시물에서 봤던 움직임, 색채, 카피 문구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우리가 하는 것과는

너무도 다르게 성과 없이 머물러 있었다.

" 아침 6시인데 우리 브루클린 가볼까?"

못 말려 정말.

얼마 전 아이들과 이야기 도중에 브루클린에 새벽 다섯 시부터 핫도그 스탠드가 기가 막히게 맛있다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하필이면 지금.

우리가 새벽 여섯 시에 거지 같은 몰골로 학교 실습실에서 이렇게 앉아 있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이렇게 성과 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브루클린에 가서 마약 한 오빠, 언니 들과 함께 핫도그를 먹으면서 다시 생각을 해봐야 하는 거라고 우리 다섯 명은 의견 일치를 봤다.

그래서 출발.

전철을 타고 어스름한 새벽빛에 6월 중순 더위는 최고조였으니 뉴욕의 새벽 전철의 새벽 냄새는 아직도 생생하다. 홈레스들의 씻지 않은 체취와 흑인오빠들의 망사로 덮은 머리 사이사이에서 강한 헤어제품 냄새.

지하철 구석에서 풍겨오는 생리현상의 자욱,

우리는 "우리도 만만치 않으니까 괜찮아"

그날은 그런 지하철을 불평할만한 입장이 아니어서 같이 고개를 푹 숙이고 여유 있게 걸었다.

브루클린에 도착해서 찾아낸 핫도그 스탠드 바.

밤새 더운 날씨에 지친 영혼들이었다.

브루클린 브리지 그 아름다운 다리 아래에 이게 뭔 풍경이야.

핫도그 줄이 길었는데 다들 구부정하게 말없이 서로 멀뚱 거리면서 서 있는 풍경이 신기하기만 했다.

서로 말을 주고받는 사람은 우리 다섯 명 밖에 없었던 것 같았다.

핫도그를 구입한 사람들은 거리에 쭈그리고 앉아서 말없이 게걸스럽게 손가락을 흝더 가면서 먹고 있었는데 손가락 사이에서 줄줄 흘러내리는 버얼건 소스가 입을 윤기 나게 해주는 기름기가 인상적이었다.

십오 분 정도 기다림 끝에 우리는 핫도그를 구입했고 우리 또한 거리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 대부분 마약을 한 사람들이라더라. 마약을 하면 기름기가 당기고 짠 게 당겨서 여기가 인기가 많은 거야"

퉁실한 소시지와 탐욕스러워 보이는 벌건 소스를 받아 들고는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마땅치 않게 그냥 한 입 베어 문 핫도그.

"와.... 다르다."

크기도 엄청 컸는데 우리 다섯이 한 입 베어 문 다음부터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소시지는 미국이었고 소스는 정말 기가 막혔다.

매콤하기도 하고 이국적이어서 뭐라 딱히 설명을 할 수도 없었다.

마약을 안 해도 그 핫도그는 매력 적이었다.

밤 새 말도 안 되는 고민을 하면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먹어대고

새벽에 험난한 전철을 타고 와서 살짝 무시무시한 분들 사이에서 받아 들은

커다란 핫도그는 과연 최고이었다.

그 맛을 재현하기란 말도 안 되는 것이고 그냥 짝퉁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소시지 대신 제가 직접 소고기를 갈아서 속재료를 넣을 거라고요.

빵은 피타빵을 사용할 것이고 양상치와 적양배추 조금과 치즈는 저는 리코타를 사용하지만 체다도 크림치즈도 괜찮을 듯합니다.

칠리 소스가 제일 중요한데,

칠리 콘 카르네 보다는 간편하게 맛은 좀 더 너끈하게 해 봅니다.

제일 먼저 소고기를 블랜더에 갈아서 준비합니다.

간 고기도 좋지만 약간 텍스처가 입에서 구르는? 식감을 피해서 직접 갈아 봅니다.

간 소고기에 마늘, 소금으로 밑간을 해주시는데 와인을 조금 넣었습니다.

저는 진로 와인을 잘 사용하는데 가격도 훌륭하고 진하게 포도향이 나서 술로서의 용도 라기보다는 토마토소스와의 어울림이 좋습니다.

야채는 양파, 파프리카, 피망 방울토마토를 준비하신 후에 고기를 넣고 같이 볶아 주세요.

여기서 저는 피망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물론 양파는 필수랍니다.

저는 강낭콩을 넣으면 콩의 풍미가 올라와서 강낭콩 한 캔을 넣었습니다.


소스는 홀 토마토와 할로 피뇨 다진 것을 준비하시고 바비큐 소스와 시나몬 파우더를 넣어주세요.

푹 끓여 주시면 됩니다.

성의가 좀 부족해 보이는데 기성제품을 사용하는 소스라서 별다르게 조심해야 하는 과정이 없습니다.

대기업은 대기업이라니까요!!!

설탕 같은 건.... 안 넣거든요. 취향껏 넣어 주시고 끓이시면 ok.

피타빵을 슬쩍 구워주시고 주머니 속에 양상치와 적 양배추를 조금 넣어주세요ㅣ

그리고 치즈를 넣어 주시면 됩니다.

이게 끝입니다.

소스는 개인 취향껏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이런저런 용량이나 방법은 없으니까요.

시나몬 파우더와 할로 피뇨만 조금씩 가감을 하시면서 조절해 주세요.

그날 그때의 핫도그와는 비교할 수도 없지만,

매콤하고 찌릿찌릿하답니다.

제주에서 피타빵은 종류에 한계가 있어서 시도 못하지만 코스트코의 피타빵이 너무 탐나요.

넘치는 풍미.. 느껴보세요.

그 문제의 과제물 제가 해냈습니다.

핫도그의 힘으로!!!

유기농 우유를 아기 송아지가 마트에 가서 상품으로 사는 것으로 마무리.

엄마소의 젖보다 훨씬 시원하고 맛있다고... 하는 것으로요.

브루클린에서 돌아오다가 생각을 했답니다.

지금 생각하면 유치하지만 어쨌든 칭찬받았어요.

엉뚱하게 찾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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