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샌드위치를 읽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 잼 앤 젤리 샌드위치.

by 남이사장

오늘은 되는 일이 없는 날인가 보다.

집에 들어와서 아침에 샌드위치 읽다 쓴 것을 살펴보다가

핸드폰을 잘못 눌러서 기껏 써놓은 글이 날아가 버렸다.


아침에 누워서 천근만근인 몸과 마음을 겨우 달래서

샌드위치를 만들고 글을 썼는데

욕도 안 나오고 화도 안 나오고

동생과 동생 친구 연주회를 가려고 했는데 시간에 쫓겨서 다시 글을 쓴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침 다섯 시에 눈을 떠서 생수 한 컵을 손에 들고 부엌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다가

도시락을 뭘 싸나.

깊은 고민에 빠졌었다.

꼭 싸지 않아도 되긴 하지만 그러면 맘이 안 좋다.

식빵 한 줄이 눈에 들어와서 '이거다' 싶었는데

손이 가는 샌드위치는 정말 하고 싶지가 않았다.

냉장고를 열고 두리번두리번

얼마 전에 동생이 유기농 마트에서 구한 "아몬드 잼"이 나를 보고 웃었고 그 옆에는 미희가 직접 만들어 준

"감귤잼"이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래 이거면 됐지 잼 앤 젤리!'

문제는 아몬드 잼과 젤리를 바른 샌드위치는 목이 멘다는 것이었다.

목 안에서 '처억 떠거덕 처억 떠거덕' 거리는 아몬드잼을 어떻게 하면 될까?

나의 선택은 "바나나"였다.

블루베리를 쓰고자 했으나 집에 없는 걸 어쩌누.

빵 두쪽에 아몬드잼과 감귤잼을 양껏 올린 후 빵에 잘 펴주고 바나나 슬라이스를 얹어준 후

아몬드와 감귤 바른 빵을 포개면 완성!

너무 간단했지만 동생이 좀 전에 들어와서 " 예측이 어려운 맛이었다"라고 했단다.

그녀의 동료분들이... 칭찬이었어요.

너무 빨리 쉽게 끝내버린 도시락이 아쉬워서 삶은 단호박을 가지고 단호박 샐러드를 하나 더.

찐 단호박에 씨를 빼고 깍둑 썰어준 후 블랜더로 갈아 주시고,

그릭 요거트와 맛살을 굵게 찢어 넣으면 단호박 샐러드 끝.

빵 위에 상추 두 장 깔고 단호박 샐러드를 툭툭 얹은 후 빵을 은근히 눌러 덮으면 샌드위치 완성.

단호박 샌드위치 꽤 그럴듯하네요.

아무튼 쉽게 샌드위치 두 개 완정했습니다.

정말 맘이 이유도 모르게 딱딱하게 굳어 버린 날이었습니다.

저녁 마무리도 글을 날려먹는 일까지....

연주회 가야 되겠네요.

처음 글은 중간에 수다가 있었는데 이번 글은 그냥 샌드위치만 있네요.

일이 하기 싫고 해도 안 되는 일이고

샌드위치고 나발이고 다 때려치우고 싶은 날에는

빵과 잼으로 달큰한 맛으로 한껏 자신을 달래 보세요.

저는 맘이 바빠서 요번 글은 성의가 없어요.

어찌 매번 성의를 다해서 쓰겠어요

봐주실 거죠?

전 다녀오겠습니다. 꾸벅.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19화샌드위치를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