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logue

by 무정인

요즘 나는 매일 그네를 탄다. 17개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게 그네 타기이기 때문이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아기와 함께 그네를 타는 것이 처음에는 지루했다. ‘이 시간에 책을 읽으면 더 좋을 텐데,, 언제까지 타야 할까.’ 아기에게 조잘조잘 이야기를 거는 것도 잠깐뿐 속으로 계속 딴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참 청명하고 좋았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새들도 날아다니고 구름도 움직이고 비행기도 날아가는 것이 한순간도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그냥 스쳐지나 볼 때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였다. 두 뺨을 스치는 바람도 기분 좋게 느껴졌다. 파란 하늘을 보며 어렸을 때처럼 발을 앞뒤로 굴리며 그네를 타는 것이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마치 어릴 때로 돌아간 기분도 들었다. 미래에 대한 걱정도 과거에 대한 후회도 없이 현재에 집중하며 놀고 느끼던 그때로 말이다.


나는 늘 많은 생각들과 걱정들로 머릿속이 시끄러워 현재를 자주 놓쳤다. 몰입이 어려웠고 자주 피곤했다. 그네를 타면서 경험한 순간의 몰입은 순수한 기쁨을 알게 해 주었다. 요즘은 그네를 탈 때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이 신이 난다. 발을 앞뒤로 구르며 하늘까지 닿아보겠다는 심정으로 오로지 그네 타기에 집중하던 그때처럼 말이다.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즐거워지고 있다.


지금까지 소홀히 했던 나 자신을 알아가고 소중히 대하는 시간들도 즐거워지고 있다. 예전의 습이 남아 반복된 실수를 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과정이라 생각하며 나를 너무 구박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의 치료과정과 지나온 시간들을 글로 풀어내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질 수 있었다. 아직 소화하지 못해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은 천천히 또 적어나가도록 하겠다.


아직까지 끝나지 않은 이야기의 에필로그를 쓰는 게 어색하지만 한 과정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변곡점을 넘었으니까. 앞으로 또 어떤 변곡점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나를 가장 아끼며 이 여정을 지속하고 기록해야겠다.


상담사인 나 조차도 증상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다른 치료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심리치료 분야에 대해 나의 개인적인 경험일지라도 공유하는 것이 장벽을 조금이나마 낮출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앞으로 또 주저앉을지도 모르는 나 자신이 이 기록들을 보고 다시 힌트를 얻기를, 나와 비슷한 일로 힘들어하는 누군가가 이 기록을 보고 참고하기를 바라는 욕심은 여전하다. 이 글들이 무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keyword
이전 18화나 그대 대단치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