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산책
해양박물관 도서관
수 억 년 전, 인간의 시초가 미생물이었을 시절에도 이곳은 분명 바다의 끝이었을 게다. 거기, 그 경계로부터 한 생명의 상륙과 입수가 반복되었고, 그 호기심을 시작으로 지금의 우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미생물에게 바다의 끝은 지금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이다. 그렇다면 거기는 끝인가? 아니면 끝이 아닌 출발점인가? 그때의 그곳이 여전히 여기에 있고, 나는 지금 거기에 서 있다. 그리하여 내가 가끔 바다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어쩌면 그 시절에 대한 원시적 그리움일지도 모른다.
어느 해양문학가가 바다 이야기를 주제로 단편들을 엮어 첫 소설집을 출간하였는데, 특히 제목으로 붙인 ‘바다의 끝’이란 말이 흥미를 끈다. 작가가 말한 바다의 끝은 어디일까? 평생을 육지에서 산 사람은 바다 끝의 실체나 관념, 어느 하나도 상상할 수 없다. 작가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지만, 막상 바다에서 본 바다의 끝은 육지가 아닐까 생각한 것이 고작이다. 이후로 바다에 나가면 그 끝에 서 본다. 바다의 끝이자 육지의 끝이기도 한 그 지점에 서서.
바다가 보이는 해양박물관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앉아서 책을 본다. 바닥은 앞마당과 높이가 같고, 해안선 너머로 보이는 물의 높이와는 불과 1m 남짓. 그 마룻바닥에서 눕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며 책을 읽는다. 그러한 아이들의 모습이 물고기나 돌고래의 유영과 닮았다면 지나친 관찰일까? 하지만 낮은 곳이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다.
영화 ‘아바타2’에서 땅으로부터 피난 온 나비족은 물에 적응하려 애쓰고, 곧 익숙하게 된다. 왜냐하면, 그들 또한 애당초 물에서부터 탄생하였기 때문이다. 얼마 후, 나비족이 물속에서 벌이는 빠르고 유연한 유영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한다. 물속에서는 온갖 저항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그들이 얻은 지혜였으며, 그들은 용기를 내어 실천하였다.
낮은 서가에 꽂힌 책이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이 도서관에서만큼은 마치 물속에서처럼 자유 분망하고 아무런 저항 없이 지혜를 얻고 갔으면 해.” “그리고 높이와 깊이가 저항이 되지 않는 자유스러운 세상으로 더 멀리 헤엄쳐 나가길 바란다.” 아이가 답했다. “응. 그렇게 해 볼게, 책아.” 멀리 바다에서 시작된 빛 한 줄기가 그들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 나비족 :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만든 영화 ‘아바타’ 1, 2편에 나오는, 푸른 물색 피부를 가진 상상의 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