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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an 05. 2021

대개의 경우 우린 자신에게조차도 정직하질 못해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1950년)

   『라쇼몽』은 일본의 전설적인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가 1950년에 발표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인생 영화 중 한편이고, 그래서 여러 번 봤습니다만 볼 때마다 새로운 영화입니다. 인간 본성에 대해 근원적인 질문을 독특한 형식을 빌려 던지는 영화인지라, 그리 길지 않은 러닝 타임에도(약 90분 정도입니다)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만 좋은 작품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흑백영화입니다^^)


   이 작품의 원작은 원래 소설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쓴 두 편의 단편 소설, '라쇼몽(羅生門)'(1915년작)과 '덤불 속(藪の中)'(1922년)인데요, 이 두 편을 묶어서 각본을 썼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주요 배경 건물과 영화 제목은 '라쇼몽'에서 가져왔으나, 전체 이야기 뼈대는 '덤불 속'에서 가져왔습니다. (참고로 이 두 편의 원작 소설도 아주 재미있고, 더 나아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다른 단편소설들도 훌륭합니다.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라쇼몽'은 원래 일본 헤이안 시대, 당시 수도였던 교토의 한 성문이었습니다만, 헤이안 시대 말에 당나라 사신의 발길이 끊기면서 폐허가 되어, 시체나 사생아를 버리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12세기 무렵에는 도둑이나 반역자들이 숨어드는 소굴이 되면서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된 무섭고 삭막한 장소로 완전히 변했다고 하네요. (원래는 '라나루몽(羅城門)'이었으나 '라쇼몽(羅生門)'으로 불리게 된 이유가 나찰(악귀)이 사는 문이라는 의미에서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영화는 한 남자가 아내랑 숲길을 같이 지나가다가 살해당했는데,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과 목격자들이 (심지어 죽은 남자도 무당의 입을 빌려 저승에서 진술합니다) 각자 목격한 내용을 법정에서 진술하는 형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법정에서 진행이 되는데, 법관은 목소리조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동일한 결과에 대한 증언이 증언하는 사람마다 전부 다릅니다. 즉,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본인에게 가능한 유리하게 기억하여 증언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기억의 주관성'이라고 하더군요) 이 작품을 보다 보면 사람이 얼마나 본성적으로 악하고 자기 이해득실에 민감한 동물인지 알 수 있습니다.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1910년 3월 23일 ~ 1998년 9월 6일)과 라쇼몽(1950년) 포스터
아쿠타가와 류노스케(1892년 3월 1일 ~ 1927년 7월 24일)와 그의 단편집(민음사 본). 참신한 소재를 세련된 문장으로 썼습니다.




사람은 다 거짓말쟁이야.
대개의 경우 우린 자신에게조차도 정직하질 못해.



   이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짓말을 합니다. 심지어 피해자인 죽은 남자까지도 무당의 입을 빌려, 본인이 유리한 방향으로 사건의 전말을 얘기하지요. 이런 이유를, 인간이 본질적으로 거짓말쟁이여서라고 감독은 얘기합니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정직하지 못한 것이지요. 정직하면 손해 본다라는 사고방식의 끝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인간의 본성은 이기적이기에, 본인의 이익을 위해 자기 자신도 망설임 없이 속일 수 있습니다. 그게 인간이고, 악한 사람의 본성입니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하거나 행동하면 본인이 벌을 받거나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삐딱하게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를 빌려서 얘기해보면, 인간이 솔직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은 그렇게 하는 것이 본인에게 더 유익하기 때문입니다. 조심스러운 얘기이긴 합니다만, 스스로에게 솔직한 이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에게 부끄러운 것은 순간이요, 그로 인해 얻는 유익은 지속된다, 뭐 이런 것 아닐까요? 저 자신을 돌아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나 중년이 된 현재까지도 말이지요.


   돈이 걸리면, 특히 큰돈이 걸리면 사람들은 더 심각해집니다. 거짓말을 서슴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곤 합니다. ('자기 합리화'라는 고상한 표현이 있더군요) 이게 다 본인의 이익을 최고로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서 기인한 것이겠지요.

   



난 심지어 여기 라쇼몽에 살던 악마가 사람의 흉포함에 겁을 먹고 도망쳤단 말도 들었어요. 사람이 사람을 믿지 못하니 이승이 바로 지옥이오!


   라쇼몽(羅生門)은 나찰(불교에서 말하는 악귀)이 살고 있는 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악귀조차도 인간의 흉포함과 사람 사이의 불신 때문에 겁을 먹고 도망갔다고 하네요. 세상 제일 무서운 게 살아있는 사람입니다, 귀신이 아니라. 자신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인간이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이다라는 명제가 참임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해관계는 대부분 돈 문제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문제의 끝도 항상 돈이 되는 경우도 많고요.


   '자본', '돈' 자체는 가치중립적입니다. 성경에도 이렇게 말하지요,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디모데전서 6장 10절)라고. 돈 자체가 악의 뿌리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걸 추구하는 게 인간의 본성 중 하나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간이 돈과 자본을 사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더 많은 돈과 자본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구하며, 본인의 이익에만 집중하는 사람들 때문에 늘 문제가 발생합니다. 물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고, 매우 '상식적으로',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그런데 이익 추구라는 인간의 본성이 악한 형태로 드러나는 게, 반드시 부자들과 많은 자본을 소유한 사람들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이 링크의 영상을 클릭 후 10분 정도 skip 해서 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pu9nTZOCDZU)


특수 청소를 하시는 김새별님의 '유퀴즈온더블럭' 인터뷰 중 일부입니다. 10분 이후의 내용은 인간에 대한 회의가 들게 만듭니다.


   돈과 자본, 그것도 큰돈과 자본이 결부되면 인간은 그때부터 악한 본성을 서서히 드러냅니다. 그때부터 악한 본성 간의 싸움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기본이고 심한 경우 상대방의 목숨까지도 노리게 되지요. 아무것도 보지 않고 오직 돈만 바라보는 겁니다.




   자본주의자, 자본가가 되고자 한다면 필연적으로 큰 위험, 본인의 악한 본성과 직면하고 싸워야 하는 위험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꿔 말하면, 바람직한 큰 자본가, 부자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이 시도는 내 안에 있는 또 다른 사악한 나와 끊임없이 싸워야 하는 일입니다. 본능과 싸우는 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우리는 매일 체험하지 않나요? 여기서 커다란 충돌이 발생합니다. 부자가 되고자 하는 욕구, 큰돈을 벌고자 하는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인간의 본능인데, 여기에 집중하다 보면 내 안의 또 다른 나와 계속 싸우게 되는 것입니다.




   쓰고 보니, 이 매거진에 어울리는 내용인지 확신은 없습니다만, 일단 쓰고 나중에 브런치 북으로 발간할 때 포함할지 말지를 최종 결정해야겠습니다. 글쓰기도 쉽지 않고 publish 할지도 고민이네요. 글 내용과 전개가 뒤죽박죽이라, 아,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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