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만 유용한 방법 5가지
디자인하다 보면 유난히 잘 안 풀릴 때가 있다. 분명 넘치는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마음에 드는 시안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마감 기한은 다가오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하면 시안의 늪에 빠지는 건 순식간이다. 이렇게밖에 못하냐는 자괴감은 덤이고.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나름대로 요긴하게 써온, 간단한 방법을 소개한다.
'낯설게 하기'라는 방법은 흔히 들어봤을 것이다. 일상적이나 익숙한 것을 특이한 방식으로 바라보는 건데, 이걸 시안에 간단히 적용해 볼 수 있다. 바로 시안을 덮고 잠시 거리를 두는 것이다. 보통 하루 정도 시안 파일을 꺼두고 다음 날 다시 열어본다. 그러면 괜찮았던 것들이 이상해 보이고, 예상 못 한 부분에서 힌트를 얻게 된다. 시안에 익숙해진 눈을 씻어내고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정신이 생생할 때 작업을 이어간다면 그 효과는 배가 된다. 또 질질 끌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다른 일을 하면서 효율적으로 업무를 분배할 수도 있다. 조급함을 잘 다독일 수만 있다면 시간은 우리의 편이다.
모든 디자인에는 이뤄야 할 목적과 그곳을 향하는 방향성이 있다. 그런데 하다 보면 아이디어가 파생되고 그것에 몰입하다 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디자인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다(작업이 완성되어도 그걸 설득할 근거 또한 없다). 그래서 틈틈이 기획서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내 디자인이 궁극적인 목표를 위해 만들었는지 판단하는 지표를 계속 확인하는 거다. 더불어 처음에 찾아 놓은 레퍼런스를 함께 살핀다면 디자인의 논리적 흐름을 연결 지을 수 있다. 놓친 흐름을 다시 잡게 된다면, 휘청이던 방향을 가다듬고 시안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기획서 보기와 비슷한 느낌으로, 내 디자인을 설명하는 방법이 있다. 혼잣말도 괜찮고 동료에게 설명해도 좋다. 혹은 텍스트로 적는 것도 방법이다. 내가 어떤 의도를 담았는지 선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시안의 중요한 부분이 무엇인지, 왜 이런 조형과 레이아웃을 썼는지 등을 정리할 수 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디자인의 맥락을 파악하게 되고, 보완하거나 발전시킬 부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렇게 시안 발전해 나간다면 디자인에 논리가 쌓여 설득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스스로 자신의 디자인을 설명할 수 없다면, 누구에게도 그러하다.
시안마다 서체나 그래픽 요소, 색상 등 핵심으로 잡아 놓은 요소가 있다. 이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바꾸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디자인을 오히려 발전하기 어렵게 만든다. 여러 조합으로 완성되는 디자인에 하나가 억지로 고정되어 있다면, 틀을 깬 새로운 시도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안 풀릴 때는 이것들을 과감히 포기해 보는 걸 추천한다. 고집부리던 걸 포기했을 때, 더 다양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나은 시안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히려 나중에라도 포기한 요소를 적절히 활용하기도 한다. 그러니 아무리 좋은 요소라고 해도 이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
마음에 들었던 시안이 있었는데 탈락했다면, 다시 한번 기회를 줘보자. 그 당시의 논리와 조형이 지금은 새로움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낯설게 하기와 비슷한 방법이다). 단, 있는 그대로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이 아닌 프로젝트 방향성에 맞춰야 한다. 중요한 건 탈락 시안의 디자인적 맥락과 핵심 요소를 참고해서 변주하는 것이다. 성격이 비슷한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아예 반대되는 것들을 적용해 본다면 한층 다채롭게 시안을 실험해 볼 수 있다.
이 방법들은 지극히 개인적으로 찾은 방법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맞지는 않을 수 있다. 다만 어떤 디자인이건, 목적과 의도를 파악해 맥락을 이어서 형성해야 한다. 자신의 디자인을 낯설게 보고, 목적을 명확히 숙지하며, 시안의 의도를 선명하게 설명해 보자. 잠시 고집을 내려놓고,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자. 그런다면 복잡하게 얽혀있던 거 같던 시안도 생각보다 금방 풀릴 것이다.